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9-08-03   767

교육포럼을 통해 얻은 키워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진선 간사

우연히 지나가다가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을 보았다. 아는 척을 못했다. 정확히는 ‘안했다’. 시간이 흐른 뒤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남는 기억은 그 사람의 ‘강한’ 인상이다. 모의고사 성적 점수 떨어지는 데로 손바닥을 맞고, 대학 갈 때 무시당했던 그 기억이 날 힘들게 했기에, 설사 아는 척을 했다 하더라도 진정 반갑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금 나에게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라고 하면 ‘머리카락 귀밑 3cm’, ’수능‘, ’내신‘, ’야자‘ 등의 압박 속에서 또 다시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만큼 교육이라는 의제는 변화가 쉽지 않고, 갈 길이 멀어 보이기 때문이리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주최로 열린 교육포럼 “교육에게 묻고 답하다”는 교육에 대한 궁금점 및 사람들의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시키고자 마련되었다. 총 4회의 짧은 강연이 많은 것을 해소시켜주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고민지점을 서로 ‘나누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최근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교육이슈가 쏟아지면서 우린 교육에 대해 듣기만 했을 뿐, 우리들의 생각은 나눌 기회가 없었다. ‘경쟁’, ‘서열화’, ‘어륀지’, 국제중학교, 자율형 사립고, ‘일제고사’ 등의 교육정책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선거비리, 경기도의회의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 전액 삭감 등의 파문은 좀처럼 사람들을 가만두지 못하게 했다.

시민사회단체들, 학부모, 교사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까지 피켓을 들고 나섰다. 교육이 이젠 온 국민의 민생이슈라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교육포럼을 개최하면서 교육의제의 방향설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사자들의 생각은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실제로 교육포럼 수강생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교육, 과연 변할 수 있는가?”, “대안은 있는가” 등의 궁금증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의 실천문제까지 많은 지점에서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가정에서, 그리고 국가에서 받는 의무교육을 통해 학교를 다녔기에 누구나 교육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게 어떤식으로 표출되느냐는 다양하다. 그것을 3회 강연을 하러 온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가 다섯 타입으로 나누었는데, 고개를 끄덕거리게 한다. A타입은 교육에 있어 모든지 좋다고 여기고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시키는 타입 B타입은 ‘일제고사’가 나쁜 것인지는 알겠는데 어쩔 수 없다라고 체념하는 현실주의자 타입.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C타입은 잘못된 교육정책도 인지하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교육운동도 하는 타입. 하지만 내 아이가 100점 맞았다고 할 때 ‘너 말고 100점 몇 명이야’라고 물어 볼 ‘힘없는 투쟁가’ 스타일이다. (많은 운동가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D타입은 잘못된 교육정책에 대해 명확한 입장도,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에도 관심이 없지만 의식에 있어서만은 아이를 도덕적이고, 바르게 크게 만드는 것을 지향하는, ‘종교적 실천가’ 타입. 마지막으로 잘못된 교육정책을 인지하고 교육운동을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모든 것을 갖춘 E타입. 슬프게도 한국사회에서 E타입은 소수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 송인수 대표의 핵심이었다.

2회 강연을 하러 온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우리가 ‘교육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강조했다. 최근 들어 정부는 전교조 사무실 압수수색, 시국선언 탄압 등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전교조가 결성되던 20년 전 당시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교육의 주체로 보지도 않았고 매년 200명의 학생들이 자살을 하던 암흑의 시기였다.

20년.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교육 현실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교조의 역할과 기대도 동시에 주목도 받고 있다. 한만중 정책실장은 현재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중퇴율은 낮지만 매년 7만 명 정도 학교를 이탈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에 주목한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2,3위를 하지만 공부에 대한 흥미도는 최하위고 학업성취도는 높으나 타인에 대한 배려도는 개인주의가 강한 영국에 비해서도 1/3밖에 안 된다. 이런 부분은 한국 사회의 미래와 결부 시켜 고민을 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는 교육 정책의 배경과 의미를 파고드는 대자(對自)적인 교육 주체가 되자고 제안한다.  고민 없이는 한국 교육이 움직이지 않고, 똑똑해 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경기도 교육감의 승리에서 볼 수 있듯이 전국적 단위에서 풀뿌리 교육을 통해 움직여야 한다. 또한 다 함께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전교조나 교육단체가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함께 원인이 무엇이고 소통을 하는 과정 속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1회 강연에 나온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입시전문가’ 강사로 활약했던 과거 경력이 있는 만큼 이명박 정부의 대입자율화, 입학사정관제 등에 대한 예리한 해석과 함께 그것을 통해 발견한 시선을 짚었다. ‘한국 교육문제에 대한 좌파의 오해와 우파의 편견’이라는 강연 주제처럼 그는 한국사회에서 교육문제의 핵심은 좌파와 우파의 입장차이가 크다는 것이고, 이것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서열화를 유럽대륙국가처럼 평준화 시키자하는 것이 좌파입장이고 대학서열화는 인정하는데 학벌주의를 제어하자가 우파 입장이라는 것.
 
문제는 대학서열화 학벌주의 모두를 놔두자고 하는 극우파가 있다. 그만큼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의 입장 차이가 너무 선명하다. 덧붙여 더 설명하면, 좌파는 선발 경쟁을 얘기할 뿐 학교가 얼마나 엉망이 되는지는 얘기를 별로 하지 않고, 우파는 공교육 강화만 얘기할 뿐 선발 경쟁에는 무심하다는 것이다. 물론 교육문제의 원인을 짚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왜 이런 입장 차이가 일어나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인지하고 답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교육포럼의 마지막인 4회째에서는 ‘이범-한만중 대담’을 통해서 조금 더 심층적인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학교관료제, 학교선발제, 학교선택권 등의 문제부터 시작해 새로운 교육모델의 지향까지 그 내용의 깊이는 얘기하면 얘기할수록 끝이 없었다. 수강생들의 질문도 예리했다. 정말 한국사회에서 온 국민이 ‘교육전문가’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듯했다. 이번 교육포럼은 우리가 교육의 관점에 있어 ‘차이’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인지하고, 교육의 올바른 지향점들을 찾아나가는 한 단초이며 시작점이었다. 이제 또 다른 교육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한국 사회의 교육에 대해 당신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가? 모든 운동은 ‘피해자’라고 인지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부터 우리 사회의 교육운동이 바뀌고, 행복해지는 길이 되는 시작점이다. 그리고 누가 시작할 것인가?

그렇다. 교육문제가 갈 길이 멀어 보이고 답답한 것은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안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안 세력은 특정 언론, 정당, 시민사회단체 등이 아니다. 대안 세력은 바로 교육의 ‘피해자’인 우리다. 그래서 지금 교육에 관심을 갖고 개인, 가족, 학교, 지역에서부터 교육운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린 교육에 계속 묻기만 해왔다. 이젠 우리가 교육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묻는 것이 순서이다. 자,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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