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8-09-12   658

[기고] 등록금 문제, 정부가 나서라

이진선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2학기 개강이 왔지만 대학생들은 반가움보다는 또 다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개강 첫날, 등록금 때문에 비관자살한 대학생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인골탑’인 대학에서 나오는 제일 무서운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또 다시 어떻게 등록금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학생들의 현실이다.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05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생들에게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잔인하다. 학자금 대출 금리는 시중금리보다도 높고 변동금리라 금융시장에 민감하다. 현재 2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는 1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 7.65%에 이어 또 올라 7.8%다. 대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에 한번, 높은 학자금 대출 금리에 두번 울고 있다.

100억씩의 적립금 남기면서 등록금 올려

얼마 전 참여연대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에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연체 건수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정보공개 내용을 보면 2006년 2월에 3200건이었던 숫자가 2008년 2월에는 2만6800건으로 약 8배나 뛰었다. 학자금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대학생들은 대부업체를 이용해 그것을 갚고, 또 그 이자를 갚기 위해 대출을 하고, 이자를 갚기 위한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08년 2월 기준으로 학자금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신용불량자’ 딱지를 받은 대학생들만 4000명이 넘는다.

상황은 이런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학자금 무이자 대출실시를 5분위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줄곧 ‘반값등록금’ 공약을 외치며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작년 국회 예산심사소위에서 일어났던 일을 보자.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도로 2008년 학자금대출 신용보증기금 1000억원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학금 지원예산인 100억원을 삭감한 일이 있었다. 이러고도 ‘반값등록금’공약을 내걸었다. 대학생들을 위한 예산을 삭감했는데 그 공약은 도대체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결국 현재 정부는 예산 탓만 하며 학자금 대출 금리를 낮출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의 대학은 어떨까.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 의존율이 80%선에 달하고 있고, 최근 몇년 간 재단전입금 한푼 없는 대학이 40여개에 달한다. 각 대학들은 등록금으로 조성한 누적적립금이 수백, 수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매년 수도권 대학들의 경우만 평균 100억씩의 적립금을 남기면서도 학생들에게는 등록금 폭등이라는 반교육적 처사를 남발하고 있다. 누적적립금의 일부만 사용해도, 또는 매년 투명하고 효율적인 예결산만 수립해도 지금 당장 등록금 동결이나 인하가 충분히 가능한데 말이다.
올해 전국의 55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등록금네트워크’를 결성하였다. 참여연대도 여기에 소속되어 대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우선 대학당국의 무분별한 등록금인상을 제제할 수 있는 등록금상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유럽의 선진국처럼 정부가 대학에 등록금을 선납한 후 대학생이 취업 후 일정 수준(영국의 경우 연 3000만원 이상의 소득)이상의 소득이 발생했을 때 그 초과소득에 대한 일정비율(영국의 연 9%)로 환수하는 소득연계형 등록금후불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학자금대출도 무이자, 2-3%대의 저리이자 위주의 정책자금 금리로 운용되어야 한다.

헌법 31조에서 말하는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학자금 대출 신용보증기금 사이트를 가보면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나라, 내 등록금, 내 힘으로’라는 문구가 뜬다. 정말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지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나라, 헌법 31조에서 말하는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정부가 보장해주어야 한다.
 

* 이 글은 내일신문 9월 9일자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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