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9-07-10   1006

[칼럼] 단단히 화난 중소상인들

김남근 변호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동네 상권을 둘러싼 대형 유통업체와 동네슈퍼나 재래시장 상인의 대립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상인들은 슈퍼슈퍼마켓(SSM) 입점을 경기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고, 이러한 경기악화로 중소상인들의 40% 가까이가 적자 상태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중소유통업체들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애당초 대형 유통업체와의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에, 대형 유통업체는 대형 마트와 같은 대규모 점포가 전국적으로 400여개로 포화상태이며 유휴부지도 바닥난 상태여서 외형성장을 위해서는 골목골목으로 파고드는 SSM 사업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상인들이 함께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 네트워크’를 꾸리고,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대형 마트의 진출허가제, 품목 규제, 영업시간 규제 등의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은 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규제입법이 추진되면 위헌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 각국에서는 이미 1960~70년대부터 대형 마트의 영업에 대한 다양한 규제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등 많은 유럽 국가는 지역개발 및 도시계획 측면에서 이러한 입점규제를 하고 있다. 품목 제한과 관련해서도 미국 워싱턴은 매장 면적의 15% 이상을 중소상인 영업품목인 식품, 비과세상품 매장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각종 규제로 유럽 각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의 진출이 규제되고 있을 때 한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점포 수를 늘리며 재래시장, 중소상인의 사업영역을 장악해 들어갔다.

정부는 국제무역협정상의 최혜국대우나 내국민우대의무 조항에 위반되기 때문에 규제 입법을 도입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는 내국 유통업체와 차별하여 외국 유통업체만 규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중소기업 고유업종보호를 위한 사업조정심의제도는 정부 스스로 얘기하고 있듯이 SSM 진출을 지연하는 효과는 기대될 수 있어도 SSM 진출을 근본적으로 막는 대안은 될 수 없다. 막연한 시간끌기는 자칫 대형 유통업체의 법률상 쟁송에 휘말려 그 지연 효과 역시 못 거둘까 우려된다.

떡볶이와 오뎅을 사먹으며 서민적 풍모를 과시한 대통령께 재래시장 상인들은 근본 대책을 기대했지만, 대통령의 답변은 ‘더 참아라. 법률적 규제는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생존의 기로에 선 중소상인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중소상인들은 대통령처럼 부자가 아니라 하루하루가 절박한 서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123조는 중소기업보호와 지역경제 육성을 정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중소상인 등 서민의 호민관으로서 책무를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

* 이 칼럼은 7월 10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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