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9-06-16   4135

[기고] 보상은 뒷전. 재개발을 위해 세입자들 내 쫒는 법률조항은 위헌!

권정순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용산참사가 있은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우리 기억에서 아직 잊혀지지 않고 있는, 쉽사리 잊혀져서도 안 되는 용산참사가 있은 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다. 4개월이 지났지만 참사현장에서 돌아가신 철거민들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으며, 위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재판은 검찰의 수사기록 열람, 등사공개거부로 파행되고 있는 등 경찰의 과잉진압과 관련된 진실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합에서는 ‘사업이 지연될수록 엄청난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철거작업을 재개하였고, ‘철거민들의 농성으로 사업이 지연되었다’는 주장을 하며 8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며, 경찰은 용산 범대위의 모든 집회를 불허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국민들의 기억에서 용산참사를 잊게 하려고 하고 있다.

무엇보다, 철거민들이 망루를 세우면서까지 주장하고자 했던 ‘생존권 보장. 장사를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는 바램은 뒷전 인채 재개발사업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세입자들을 우선 내쫒고 보는 방식의 재개발은 서울 곳곳, 전국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라도 치르도록 해달라는 유족들의 목소리와 보상없이 내 쫓기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개발에 반대하는 세입자들의 목소리는 우리들의 무관심과 철거민들을 떼쟁이로 모는 일부 언론, 정부 당국자들의 억지 주장에 묻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보상은 없어도, 명도는 가능 – 도시정비법 조항의 문제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도심재개발사업(주택재개발사업, 주택재건축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르고 있다. 그러나, 위 도시정비법은 2002. 제정될 당시부터 지나치게 재개발사업의 효율적이고 조속한 시행에 초점을 맞춰 영세 원주민이나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위 법이 시행되면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현실화되었는데, 가장 문제되는 조항 중 하나가 위 법 제49조 제6항이었다. 위 조항에 따르면, 조합에서 관할관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기만 하면, 정비사업구역 내에 거주하는 소유자, 지상권자, 전세권자나 임차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채 쫓겨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임차인들이 조합으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일정한 시기만 되면 바로 명도를 당해야 하는 현실은 임차인들로 하여금 ‘무기력하게 쫓겨나거나’, ‘조합과 용역깡패에 맞서 (이른바)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하였다.

개발지역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직면하는 이러한 현실은 용산참사를 계기로 극명하게 드러나기도 하였는데, 조합에서는 위 법률조항을 악용하여 상가 세입자들에게 터무니없는 보상금만을 제시하여 보상협의를 진행하다가 약간의 돈을 얹어주는 방법으로 세입자들을 내 쫓았으며, 보상협의를 거부하는 세입자들을 ‘생떼쟁이’로 몰아붙이며 많은 보상금을 받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로 매도하여 왔다.

사정이 이러해도, 법원에서는 조합이 위 조항을 근거로 세입자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하면 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명도를 명하는 판결을 천편일률적으로 선고해 왔다. 위 조항의 문제점을 아무리 호소해도 세입자들의 억울한 사정이 다소 인정되나, 법률 규정이 존재하는 한 법원은 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법원의 태도였다. 세입자들은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하루가 안깝다는 듯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조합과 폭행, 협박 심지어 성희롱까지 서슴지 않는 용역깡패들 및 이러한 용역깡패들을 처벌하기는커녕 ‘왜 나가지 않고 버티느냐’며 용역 편들기에 급급한 관할관청과 경찰의 태도에 좌절하였고, 이러한 모든 사정에 눈 감은 채 ‘법대로’ 명도를 명하는 법원의 판결에 더 기댈 곳을 찾기 어려웠으며, 어쩔 수없이 ‘망루투쟁’을 선택하거나 맨 몸으로 철거작업에 나선 포크레인과 맞서기도 하였던 것이다(세입자들의 이러한 행동은 철거업체에 대한 업무방해로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반면, 위 조항으로 인해 조합은 세입자들이나 개발에 반대하는 영세 원주민들에 대한 보상절차를 마치지 않았어도 법의 도움을 받아, 합법적으로 세입자들을 내 쫓을 수 있었으며, 세입자들이 터무니없는 보상금으로 생계를 잇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든 말든 아랑곳없이 천문학적인 이익이 보장되는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법원, 드디어 위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다.

용산참사로 인한 세입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던 것일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던 세입자들의 주장에 마침내 법원도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5월 22일 ‘도시정비법 위 조항이 임차인들에게 적용될 경우 실질적, 형식적 재산권 박탈의 효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도시정비법상 아무런 보상규정이 없다’, ‘공동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하는 경우 그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한 헌법 제23조 제2항에 위배된다’, ‘도시정비법이 거주자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해 보상도 없이 침해되는 일부 임차인들의 재산권, 주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의 기본권 제한이 과도하다’는 점 등을 들어 도시정비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즉, 도시정비법 위 조항이 ‘재개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임차인들은 아무런 보상없이 쫒겨나게 되어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수용으로 인한 정당한 보상, 주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침해당했으며, 적법절차원리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뒤늦었지만,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로써,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세입자들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사업진척에만 초점을 맞췄던 재개발사업 방식에 일대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다. 당장은, 보상없이 세입자들을 내 쫓던 조합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위 법조항에 대한 법원의 위헌심판 제청은 문제 해결의 첫 발을 내딛은 것일 뿐

법원의 위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을 반기는 만큼 경계해야 할 것은, 이로써 재개발 사업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토해양부는 26일 재개발, 재건축 사업지구에서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27일 공포돼 11월말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 중에는 위헌 제청된 조항을 개정하여 세입자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세입자들이 종전 주거 등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는 보도를 반길 수만은 없는 것이다.

법원에서 위 조항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위 조항이 일부 개정되어 보상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명도당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고는 하지만, ‘보상의 내용’에 대해서는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용산참사에서 특히 문제되었던 것이 상가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의 문제였는데, 현행 법상으로는 ‘3개월의 영업이익 상당액’만이 보상금으로 책정되어 있다 보니, ‘2년 전에 1억 2천만원의 권리금을 주고, 수 천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새로 하였는데, 조합이 정한 보상금은 불과 3천만원이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개정안도 보상 절차만을 일부 개선하였을 뿐 실질적인 보상 내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개선사항도 찾아 볼 수 없다. 통상, 개발이 이루어지면 이주수요가 몰려서 인근 지역의 소형주택, 전세가격이 폭등하게 되어(특히, 이미 우리는 순환개발 방식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가격 폭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경험한바 있다) 주거 세입자들은 조합으로부터 주거 이전비를 받더라도 인근 지역으로의 이전은 꿈 꿀수 없고 전세 값이 싼 외곽으로, 외곽으로 밀려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상가 세입자들은 권리금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영업보상금만으로는 새로 입주할 가게에 지급해야 할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영업을 폐지할 수밖에 없는 등 문제의 심각성은 여전하다.

도심 재개발사업이 개발이익을 쫓는 것이 아니라 주거환경 개선 등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재개발 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1. 재개발.뉴타운 개발사업의 목표를 개발이익(수익성) 극대화, 건설경기 부양, 강남대체 고급도시 개발 등의 왜곡된 목표에서 본래 목적인 “영세한 원주민의 낙후된 주거환경개선”으로 되돌리고, 2. 영세한 가옥주와 세입자가 대부분인 원주민들의 재정착율(현재는 원주민 재정착율이 20%미만)을 높이기 위해 원주민들의 소득능력과 주거수요에 맞추어 소형저가주택,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확대하여야 하며, 3. 동시다발적 이주수요를 야기하여 주변 전세값, 소형주택가격의 상승을 불러오는 과속개발방식을 수정하여 이주수요를 재개발사업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순환재개발이나 순차적 개발방식으로 개발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4. 민간개발사업인 재건축과 달리 본질상 공공이 추진하는 공익사업인 재개발.뉴타운 개발사업의 취지에 맞게 관할행정관청인 시장.구청장이 사업주체와 영세가옥주.세입자등 사이의 분쟁에 적극 개입하여 사전적으로 분쟁을 예방.해결하는 책임행정을 확립하고, 5.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 뉴타운개발추가지정, 개발속도 단축 등의 개발드라이브정책을 중단하고 정치권도 보궐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재개발-뉴타운 공약남발을 삼가야 하며, 6. 유엔인권위원회의 결의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강제퇴거시 관할관청, 경찰 등 공공기관이 준수해야 할 인권기준을 지침화하고 공익사업의실현을위한토지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공익사업법)에 그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7.

건축물을 부수는 철거행위와 철거현장의 철거민의 퇴거와 격리 등 인명을 다루는 경비업무는 전혀 성질을 달리하는 업무임에도 경비업 허가를 받지 않은 단순철거업체가 철거민의 퇴거와 격리 등 인명을 다루는 과정에서 불법.폭력을 일삼는 행위를 근절하고 경비업체의 인명에 대한 안전.인권 처리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감독관청인 경찰서장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경비업법, 행정대집행법 등을 개정하고 경찰서장의 직무유기행위에 대한 상급단체,국회의 감시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영업의 근거지를 옮겨야 하는 상가세입자들을 위해 단순히 영업보상금 약간을 올려 주기 보다는 대체상가 건설 등을 통해 상가 세입자들이 인근 지역에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혹자는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이런사정 저런 사정 다 들어주고, 세입자들 대책 세워주고 개발은 언제하냐?’고. 우리의 대답은 명백하다. ‘개발과정에서 주거권과 영업권을 희생당하는 세입자들에게 충분한 대책을 세워줄 수 없다면, 개발이익을 챙기기 위해 오랫동안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거주한 원주민들을 쫓아 낼 수밖에 없는 그러한 재개발이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그런 재개발은 법의 이름으로 거부되어야 한다’고.

* 이 글은 프레시안에 09년 6월 15일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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