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6-08-01   746

<안국동窓> 이자제한법을 시급히 재제정하여야 한다

경제정의를 위하여 이자제한법 부활 필요

자본주의 경제에서 금전이 대부자본으로서 생산에 이용되는 한 그 이율은 원칙적으로 금융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그것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특히 생활의 궁핍을 면하고자 하는 소비신용인 경우 경제적 약자들의 피해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므로, 역사적이나 입법례상으로 각 국은 이자제한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여 고리 내지 폭리를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때인 1911년 이식제한령을 효시로 일찍부터 이자를 제한하는 법률정책을 취하여 왔으며, 일반서민의 보호라는 사회정책적 입법목적과 생산자금의 원활한 공급이라는 금융정책에 의한 조정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이율 제한을 행하여 왔다.

그러던 중 국제통화기금(IMF)이 아시아 각 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고금리정책을 권고하면서 한국정부는 양해각서의 내용에 명시적으로 이자제한법 폐지를 약속하게 되었고, 구제금융 신청 한 달 후인 1997. 12. 22.에는 제한 이율을 연 2할 5푼에서 연 4할로 대폭 올리고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안 되어 1998. 1. 13. 법 자체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IMF의 고금리 정책이 잘못되었음이 판명되었으며,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신용경색이 심화되어 경기침체를 가중시키기는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생산신용 뿐 아니라 소비신용의 영역에서 고금리의 폐해가 증가하여 서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불황이 계속되어 신용불량자 등 제도권금융 이용에 제약이 많은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사채 이용률이 높아지고 몇 십만 원의 사채로 집이 경매에 넘겨지는가 하면 사채업자들의 협박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정신병에 걸리거나 야반도주,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

고율의 폭리약정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수단은 공서양속과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한 민법 제103조, 제104조이지만, 적용요건이 엄격하고 폭리 해당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위 민법 규정만으로는 현재 횡행하고 있는 심각한 폭리행위를 제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국민경제생활의 안정과 경제정의를 위하여 고금리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로서의 이자제한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채시장 음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이자제한법 부활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자제한법의 부활로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사채시장의 금리가 급등하고 사채시장이 더욱 음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실증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자제한법 폐지 이전인 1996년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발간한 <우리나라 사금융시장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당시의 사금융 시장은 가계부분의 사채규모가 약 4조원 내지 4.9조원으로 추산되었고, 사채업자 사무실은 전국적으로 약 3천개, 사채금리는 평균 연 24% ~ 36%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반면, 2004년 말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금융 시장의 규모는 약 39조원 ~ 41조원, 전국에 등록된 대부업체 수는 작년 9월 기준으로 14,132개이고, 미등록 음성대부업자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4~5만여 개의 대부업체가 영업 중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2004년 사금융이용실태에 관한 금융감독원의 설문조사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사채 평균 이자율은 연 223%(등록 대부업체 : 연 164%, 무등록 대부업체 : 연 282%)였고, 대부업법에 의한 이자율 제한 범위(연 66%)이내 이용자는 15%에 불과하였다.

이처럼 이자제한법을 폐지하고 10년만에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사채시장의 규모는 무려 8배 이상 증가하였고, 대부업법상 이자율을 연 66%로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이자율이 연 223%에 이를 정도로 불법 고금리가 횡행하고 있다. 이자제한법 부활이 사채시장 금리의 급등과 사채시장 음성화를 더욱 부추긴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자제한법 폐지 이후 빚어진 이러한 현상은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원래, 대부업법은 사금융의 양성화를 가장 주된 정책 목표로 추진되어 왔던 것이나, 일반적인 이자제한이 없는 상황에서 무등록 대부업자에게까지 합법적으로 연 66%의 이율을 보장해 주는 내용이 되어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아도 연 66%의 이율을 합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고, 더구나 이러한 금리제한조차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고려할 때 현재의 대부업법으로서는 대부업 양성화의 본래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업법이 사금융의 양성화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일반적인 이자제한법을 두고 등록된 대부업자에 한하여 이자제한법의 제한이율보다 다소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불법채권추심, 불법 고금리, 무등록 대부업 등에 대하여는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행함으로써 대부업 등록의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에 대하여

이자제한법 시행 당시에도 고금리가 성행하였고, 이자제한법을 부활하더라도 음성적 거래나 탈법행위 등을 조장할 뿐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주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또한 아무런 실증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이자제한법 폐지 전에도 이자제한법의 제한이율을 넘는 고금리의 사금융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금융의 평균 금리는 연 24% ~ 36% 정도로서 지금의 연 평균 223%와는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현재에도 대부업법에서 연 66%로 최고이율을 제한하고 그보다 높은 이자를 받는 대부업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대부업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고금리 영업을 자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불법적인 금융거래로부터 신용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매우 미흡함을 반영하는 것으로써 불법적인 고금리 약정을 하더라도 대부업자들이 불법채권추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채권을 추심할 수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음성적인 거래나 탈법적인 행위를 없애려면 공정채권추심법, 신용소비자보호법의 제정, 채무자 우호적인 파산제도의 확립 등 종합적인 신용소비자보호 장치를 갖추고 엄격히 시행함으로써 신용소비자 또는 금융이용자를 보호하여야 한다.

현재의 대부업 시장이 서민들이 급전을 융통할 수 있는 시장으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려면 사금융시장의 수요자들은 대부업체를 통해 금융접근이 가능해지고 이를 이용함으로써 신용을 회복하여 정상적 생활로 환원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업체를 이용하여 차입한 자금의 200%가 넘는 이자를 주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부업체 이용자의 대부분이 다시는 대부업체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하였고, 이용자의 79%가 가족 몰래 이용하였으며 또한 대부분 이용자가 신용불량을 면하기 위하여 이용하나 이용자 중 85%는 2년 이내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현재의 대부업 시장은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서민들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착취하는 약탈적 금융시장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약탈시장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이라는 시장의 본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약탈시장에 대한 규제도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면 마약시장이나 총기시장에 대한 규제도 철폐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일관된 태도일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이 강요한 고금리 정책의 일환으로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었으나, 지금의 우리 경제는 저금리의 지속 속에 과잉 유동성이 문제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서민들을 상대로 한 불법 고리사채는 급격히 증가하여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서민들은 불법적인 고금리와 강압적인 채권추심의 횡포 아래 신음하고 있다.

이자는 금전대여에 대한 대가의 의미를 갖는데 고리의 이자는 대가를 넘어 폭리를 의미하는 것이고, 따라서 고리의 이자약정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무효로 하여야 하나, 일반적인 이자제한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그 기준을 확립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조속히 이자제한법을 다시 제정하여 서민들의 신용생활을 보호해야 한다.

현행 대부업법은 사금융의 양성화를 주된 정책목표로 하는 법이나, 이자제한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제기능을 하기 어려웠다. 이자제한법을 다시 제정함으로써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을 보호하고 대부업법 또한 당초의 제정 취지대로 사금융 양성화에 기여하게 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공정채권추심법 제정, 신용소비자보호법 제정,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제도의 정비와 활성화 등을 통하여 선진국 수준의 신용소비자 보호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 이 칼럼은 <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이헌욱 (변호사,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실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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