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6-11-20   1542

<안국동窓> 아파트값 폭등과 ‘기형국가’ 한국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겠다더니 하루만에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파트 값은 더욱 더 오를 것이고,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더욱 더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거품의 폭발과 경제위기의 가능성은 더욱 더 커질 것이다.

김대중 정권 이래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가 3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아파트 값의 폭등은 1980년대 말에 이미 일어났던 현상이지만, 최근의 아파트 값 폭등은 그때와는 다른 원인을 갖고 있다. 김대중 정권이 경제위기를 치유하겠다며 추진한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조치가 핵심적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박정희에서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진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개발독재가 빚어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화 정권이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를 더욱 더 강화하는 정책을 편 결과로 최근의 아파트 값 폭등이 이루어진 것이다.

민주화 정권의 ‘무능’이란 바로 이런 문제를 가리키는 것이어야 한다. 서민의 편에서 개발독재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폈더라면 최근의 아파트 값 폭등은 물론이고 국토의 난개발도 훨씬 완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정권은 개발독재를 실제로 구현한 경제관료들에 휘둘려서 개발독재를 더욱 확대재생산하는 정책을 폈다. 그와 같은 배신의 댓가를 노무현 정권이 치르게 된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더 확대했으니 혹독한 댓가를 치르는 것도 당연하다. 수구세력은 이 참에 대놓고 개발독재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부자의 승리, 서민의 죽음을 요구하는 것이다. 개발독재의 문제를 확대재생산해서 수구세력의 화려한 부활을 도와준 민주화 정권의 ‘무능’은 반드시 깊이 탐구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아파트 값 폭등에는 여러 주체들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많은 주목을 끈 것은 투기꾼이다. 전문 투기꾼들이 아파트 값을 올리는 주범으로 구실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전문 투기꾼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이미 1970년에 ‘복부인’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전문 투기꾼의 저변은 대단히 넓다. 이런 투기꾼의 발호에 맞서서 실수요자들도 투기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투기꾼과 일반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진화해 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투기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이런 점에 주목해서 수구세력은 투기를 잡는 것은 서민을 잡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서민은 투기가 아니라 안정을 원한다. 따라서 투기꾼을 확실히 잡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 그것은 시장경제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투기는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핵심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투기꾼의 발호는 한국 경제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투기꾼을 확실히 잡는 것과 함께 올바른 공급정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집 부자들이 보통 115채 이상의 집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잘 드러나듯이, 투기꾼을 잡지 않는 공급정책은 결국 집 부자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에 그칠 뿐이다. 따라서 공급정책에 앞서서 투기꾼을 엄단하고,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서 김대중 정권의 분양가 자율화가 가져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토지공사와 건설업체의 폭리 취득이 그것이다. 토지공사는 재개발 사업을 통해 몇 년 사이에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실련뿐만 아니라 감사원도 이런 의혹을 사실로 밝혀주고 있다. 건설업체도 각종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을 사용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들이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당연한 요구에 저항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투기꾼과 개발꾼이라는 양대 세력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아파트 값 폭등과 난개발의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터지고 경제위기가 일어날 때까지 투기꾼과 개발꾼은 폭주할 것이다. 이들의 폭주를 한시바삐 막아야 한다. 이 나라를 개발독재의 주술에서 해방하고 진정으로 새로운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투기와 개발을 통해 고성장을 추구한 개발독재의 주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 나라는 결국 부패와 파괴와 퇴락의 수렁으로 빠지고 말 것이다.

투기꾼과 개발꾼은 폭리를 독식하지 못한다.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그들의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폭리의 10-20%를 뇌물로 뿌려야 한다. 투기꾼과 개발꾼이 발호하는 나라는 심각한 부패공화국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투명성기구의 지표와 건설비리의 만연으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물론 수구언론이 빠질 수는 없다. 이러한 ‘5각 지배구조’를 염두에 두고 투기꾼과 개발꾼이라는 ‘공공의 적’을 규제하기 위한 강력한 실천을 펼쳐야 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지만 삶의 질은 30위권밖에 되지 않고 환경 질은 130위권밖에 되지 않는다. 돈은 많지만 그 많은 돈을 올바로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핵심적 문제인 것이다. 한국은 돈 많은 못 사는 나라이다. 아파트 값 폭등과 난개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 ‘기형국가’의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아파트 값 폭등과 난개발의 문제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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