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7-01-22   1205

<안국동窓> ‘이자제한법 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자제한법의 연혁

1912년 조선총독부가 이식제한령을 통해 이자를 제한하는 정책을 취한 이후 우리나라는 1962년에 이자제한법을 제정하였으며, 이는 금전대차 당사자들의 이자율 약정에 있어 주요한 근거법률로 기능하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1998. 1. 이자제한법은 폐지되었다. 당시, IMF는 ‘경제여건상 고금리추세가 예상됨에도 이자제한법이 시장기능에 의한 자유로운 이자율 결정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이자제한법의 폐지를 권고하였는데,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던 정부로서는 IMF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자제한법 폐지 전, 후 사금융의 실태

한국금융연구원이 1996. 8. 발간한 ‘우리나라 사금융시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법 폐지 전 우리나라 사금융 시장의 규모는 ‘한국 갤럽이 8.4~27조원, 국민은행이 9.7조원 정도로 추정하였으며, 이 중 가계부분의 사채규모는 약 4조원 또는 4.9조원 상당’이었다. 또한, 사채금리는 평균 연 24~36%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었다(당시, 시행 중이던 이자제한법에서는 40%의 이자율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최고 이자율을 결정하였는데, 대략 연 25% 내외 수준에서 정해짐).

그러나, 이자제한법이 폐지된 이후 2004년 말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금융 시장의 규모는 약 39조원 ~41조원(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등의 자료 기준)에 달하며, 이용자도 약 45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자제한법 폐지 이전에 비해 규모면에서 약 8~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경제규모의 변화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자제한법의 폐지로 사채시장은 급격하게 팽창하여 왔음을 잘 알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금융 이용자들에게 적용되는 이자율이 연 200%가 넘는다는 점(등록 대부업체 : 연 164%, 무등록 대부업체 : 연 282%)인데, 대부업법에 의한 이자율 제한 범위(연66%)이내 이용자는 15%에 불과하였다.

이자제한법 폐지 이후(2002.년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에도 불구하고), 사금융 이용자들은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밖에 없는 독약과 같은 사금융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용하여 왔음을 잘 알 수 있다.

이자제한법 제정(부활)을 위한 참여연대의 노력

참여연대는 이자제한법이 폐지되면서 사금융 이용자들이 지나치게 높은 이자율로 고통 받는 실상(사금융 이용자의 대부분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연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금융을 이용하기 시작하나 200%가 넘는 이자율로 인해 약 85%의 이용자가 2년 이내에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고 있다 – 금융감독원 자료)이 드러나자, 2002.년 이자제한법 제정운동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자율은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막혀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2006년 법무부의 ‘4대 서민법제 정비안’에 이자제한법 제정이 포함되면서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참여연대는 2006년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이자제한법 제정에 대한 찬반 의견조사’, ‘이자제한법 입법 청원‘, ‘2006년 12월 이자제한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는 법학자-경제학자-변호사 700인 공동선언’을 끌어냈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소속 국회의원 면담 등을 통해 입법 통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자율 제한은 ‘시장 경제’에 반하는 것인가?

참여연대를 비롯한 각 시민단체, 심지어는 주무 부서인 법무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자제한법 제정이 난관에 부딪쳤던 주요 이유는 ‘1. 이자율 제한은 시장 경제에 반한다. 2. 이자율을 제한하면 대부분의 사채업자들이 음성화되어 급전을 필요로 하는 서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다’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독일은 시장 평균 금리의 2배(약 15~23%)를 넘는 대부 계약은 무효로 보고 있으며,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이자율을 연 12% 이내로 제한하는 등 각 주에서 통상 15~20% 상당의 이자율만을 인정하고 있고, 일본은 차용 금액에 따라 이자율에 차등을 두고 있기는 하나 최근 29.2%까지 인정되던 이자율을 15~20% 수준으로 낮추는 법을 통과시켰으며, 프랑스 역시 프랑스 은행이 발표하는 시장 평균 금리의 1과 1/3배를 초과하는 금리는 폭리로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자율을 제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나라들은 시장 경제가 아닌 다른 어떠한 형태의 경제 체제를 취하고 있는 나라들인가?

재정경제부 등의 주장대로 사금융 시장이 아무런 제한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시장이라면 ‘대부업체의 수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 대부업법에 규정된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영업을 하는 업체도 생겨나야 할 것이며, 수익을 내지 못하는 대부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필자는 아직까지 등록여부를 불문하고 연 66%이하의 이자율로 대부업을 하는 대부업체를 보지 못했으며, 오히려 이자제한법 제정으로 (영세) 사채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될까 걱정하는 재경부 및 금감원 공무원들만 보고 있다.

이자제한법이 제정되면 서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될까?

이자제한법 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두 번째 주장이 ‘급전을 필요로 하는 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위 주장에 대해 한 국회의원은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격’이라고 일축하기도 하였는데, 그야말로 ‘급전을 한 번도 사용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이자율 200%가 넘는 사채를 이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람들’의 위 주장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더구나, 2006년 중순 국정홍보처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실제로 급전을 이용하였거나 이용할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일 것이다)의 98%가 이자제한법의 제정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위 주장의 진정성이 인정될 수 있을까?

사금융을 이용하는 목적의 약 61%가 ‘기존 부채 상환(신용카드 연체정리 – 40%, 은행 등 대출금 정리 – 16%)’에 있었고, 이용자 중 85% 정도는 통상 2년 이내에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였으며, 약 80%는 ‘사금융을 다시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하였음을 고려한다면(금감원, 2005. ‘사금융 이용실태 조사결과 및 시사점’ 참조) 위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가 명백하게 드러난다 할 것이다.

급전을 이용하는 서민들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서민들을 연 200%가 넘는 이자율에 허덕이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이자제한법을 제정하고, 제도 금융권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도 일정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이크로 크레딧을 활성화하거나 미국식의 ’지역 재투자법‘과 유사한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글을 마치며

2006년 7월 대법관직에서 퇴임한 강신욱 전 대법관은 시민단체와 여러 차례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하였으나, 대법관직에서 퇴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요 일간지에 ‘고리사채, 서민의 눈물’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이자제한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한바 있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의회는 2006년 12월 최고 29.2%가 인정되던 이자율을 15~20%로 낮추는 법률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 시켰다.

이는, 이자율 제한이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실례들이다.

물론, 이자제한법의 제정만으로 서민들 보호에 만전을 기하기는 어렵고 공정채권추심법 등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른 법률의 제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이자제한법 제정이 민생 보호의 첫 걸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권정순 (변호사,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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