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시민권리 2000-03-06   754

밀레니엄 봉이 김선달, 왜 산에 갔을까

하나. 대동강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

그러나 그는 물이라도 한바가지 주고 갔습니다.

대부분의 자연(특히 우리 나라의 산)은 모든 국민이 공유해야할 터인데 아름다운 산이면 어김없이 자리잡은 사찰은 과연 산의 주인인지 아니면 수혜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그곳을 찾기 위해서는 또다시 돈(?)이란 것을 바쳐야 합니다.

참 이상도 합니다.

사찰관광과 무관한 많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돈을 내고 가야 하나요?

공원이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나요? 그래요. 우리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면 공단에서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돈을 징수하면 그만인데 법당에 한번 들어가지도 않을 사람에게 돈은 왜 입구에서 받나요? 안주면 아예 사찰은 물론 공원지역에 들어갈 수도 없으니 하는 말입니다. 자연은 누구누구를 위하여 존재함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향유하도록 지어진 것인데 정말 국립공원 찾을 때면 어김없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둘. 무엇이 문제일까요?

위의 글은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의 민원 사이트에서 ‘궁민’님의 글을 제가 감히 약간의 부적절한(?) 표현을 손질하여 실었습니다. 왜 ‘궁민’님이 국립공원을 찾을 때마다 그 좋은 금수강산을 코앞에 두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어찌할 수가 없는 걸까요?

그것은 국립공원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의 합동징수 때문입니다. 국립공원을 들어갈 때 입장권을 자세히 들여다보신 관심 있는 시민 여러분은 아시겠지만 거기에 어떻게 적혀있냐 하면 – 제가 설악산 국립공원을 예로 들겠습니다.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합동징수란 바로 국립공원 입구에서 공원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를 한꺼번에 내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 국립공원에만 들어가서 등산만 하고 싶은 사람이나 예전에 왔을 때 문화재를 이미 다 구경해서 절에 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문화재 관람료를 모두 내고 있습니다.

불합리하다구요? 이제야 느끼셨다면 산에 별로 다니지 않으셨거나 특별한 관심이 없으셨나 봅니다. 이렇게 합동징수가 된 게 87년부터니까 벌써 13년이나 되었습니다. 그 동안 민원도 끊이지 않았고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시민의 불만도 높아있습니다. ‘궁민’님의 글에서 잘 보이죠?

셋. 왜 분리징수를 못하냐구요?

그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왜 노력이란 표현을 안 쓰고 시도라 했냐하면 이제 들어보시면 압니다. 97년에 스님들이 산문을 폐쇄한다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온 거 기억하시죠? 그 때 왜 그랬냐하면 96년에 문화재관람료가 자율화되었습니다. 자율화란 문화재를 소유 또는 보유하고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마음대로 요금을 정하는 것인데 이때 조계종이 한꺼번에 많게는 2배가 넘게 올릴려고 하다가, 국립공원관리공단(자기네들이 요금을 받는데 아무래도 무수한 비난을 받을까봐)이 인상율을 낮추자고 조계종에게 건의하였습니다. 조계종은 못 낮추겠다 그러자 공단은 그럼, 분리징수 하자라고 옥신각신했고 그 때는 인상율을 조금 낮추는 것으로 그럭저럭 합의가 됐습니다. 그런데 97년 1년도 안돼서 조계종이 또 문화재관람료를 올릴려고 하니까 공단이 말도 안된다, 자꾸 올릴려거든 분리징수 하자, 이렇게 나오니 스님들이 그럼 우리 땅에 들어오지 마라, 하고 산문을 막아버린 겁니다.

넷. 그래서 지금은…

97년에 한바탕 싸움이 있은 후에 정부가 나서서 해결한다고 한 것이 내무부, 문화체육부, 조계종이 사이좋게 합의서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요금은 협의하되 계속 합동징수하자고. 이 합의서가 바로 합동징수의 근거입니다. 법을 아무리 뒤져도 합동징수 한다는 얘기는 없는데 이 합의서 한 장으로 국립공원을 들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뭔가 부당하다는 생각을 들 게 하는 것입니다.

사실, 문화재 관람료는 쉽게 접근할 문제는 아닙니다. 국립공원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복잡한 문제이고, 관람료가 사찰의 주 수입원이라는 점도 굉장히 미묘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국립공원을 우리의 진정한 쉼터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까지 금수강산을 고개 들어 쳐다보며 들어갈 때마다 찜찜한 기분일 수는 없습니다.

복잡한 실타래와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러 군데를 건드리기보다는 때로는 한 부분을 계속해서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문화재 관람료가 그 단서가 되어 우리의 쉼터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모두가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조용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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