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3-10-11   910

<안국동 窓> ‘주택분양가 규제나 원가공개’를 비켜가며 부동산문제 해결가능한가

셋방살이를 벗어나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하는 것은 우리사회 보통사람 누구나의 삶이고 희망이다. 집은 시장에서 팔고 사는 상품이기도 하지만 의식주의 기본적 생활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헌법 35조는 쾌적한 주거에서 살 권리를 주거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정부에 국민의 주거기본권 실현을 위하여 노력한 의무도 부여하고 있다. 집값을 안정시켜 서민들이 자기소득능력에 맞는 적절한 가격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 분양가를 규제하고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하는 정책은 건설회사의 영업비밀 보호나 폭리적인 이윤을 보호하는 것보다 상위에 있는 정부의 국민에 대한 헌법상의 의무인 것이다.

그럼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천장부지로 뛰는 집값은 서민들의 내집마련의 꿈을 빼앗아 가고, 집값 상승과 함께 부동산투기로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과 침체된 경기를 부양한다며 이를 방조하는 정부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도 치솟아 가고 있다.

1997년 서울특별시의 평균 평당 분양가는 464만원 정도이었다. 1998년 건축비와 택지비 원가에 연동하여 주택분양가를 규제하던 정책을 폐지하여 분양가를 자율화 한 이후 2003년에는 서울특별시 7차 동시분양에서는 평균 평당 분양가가 1,354만원에 달하여 불과 5년 사이에 분양가가 3배 상승하였다. 월 25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월100만원씩 저축을 하여 서울에서 국민주택규모(공급면적 33평, 전용면적 25.7평)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37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우리의 부모세대, 선배세대는 기존의 집값 보다 신규아파트의 분양가격이 낮았고 신규아파트를 무주택 세대주에게 우선적으로 분양하였기 때문에 10년 정도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며 저축을 하면 아파트를 분양받아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가족을 꾸리고 새출발을 한 젊은 세대들은 이제 내집마련의 꿈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

물론 선진국처럼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많이 건설하여 집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임대주택에서 싼 임대료로 장기간 살 수 있다면 굳이 내집마련의 인생의 최대목표로 하여 고통스럽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임대주택 100만호를 짓겠다는 계획도 정부발표대로 해도 2012년(입주시를 기준으로 하면 2015년)이나 되어야 하고 수도권의 경우 택지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이다.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만을 믿고 내집마련의 계획을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인 것이다.

택지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서민들에게 싼 주택을 공급한다면서 정부가 토지주들의 반발을 억누르고 헐값에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여 택지를 만들어 건설회사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였는데, 어떻게 택비지가 이렇게 부풀려졌는지 의문이고 건축비도 1998년에 건축비 상한선이 평당 213만원을 넘지 않았는데 품질의 향상을 고려하더라도 1998년 이후 5년 동안의 표준건축비 상승이나 물가상승율이 연 5%를 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지나친 거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택지비와 건축비를 연동하여 분양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분양가를 정해 놓고 택지비와 건축비 원가를 이에 맞추어 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건설경기를 통한 경기부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건설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분양가 규제나 분양가 원가공개 등은 비켜가며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등 세제개편과 세무조사를 통하여 집값을 잡아 보겠다고 하고 있다.

분양가를 규제하면 마감재 등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주택분양가를 규제하던 시기에도 마감재 등에 대하여는 옵션제도를 통하여 상대적으로 고급의 마감재를 공급할 수 있었고 소비자의 욕구에 맞게 다양한 옵션을 포함하도록 분양계약제도를 개선한다면 품질은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분양가를 공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반하고 영업비밀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2000년 수원지방법원 행정부는 국민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은 공익을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판결을 한바도 있다. 분양가를 규제하면 시가와의 차액을 노려 부동산투기가 더 기승을 부린다고 하지만, 분양가 규제와 함께 종전처럼 무주택세대주가 우선분양을 받는 제도와 분양권 전매를 소유권이전등기 60일 이후에 하도록 하는 분양권전매 금지제도를 부활한다면 이러한 부작용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세제를 동원한 부동산투기억제정책은 세제가 개편되면 바로 효과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그 세제를 집행하는 세무행정력이 충분히 동원될 때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인데, 세무행정력을 부동산투기문제에만 항시적으로 집중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세무조사가 잠잠해지면 다시 집값은 오르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적으로 터득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성 동탄, 파주, 김포 등 택지개발지역의 분양가가 상승하면 그 주변의 용인, 분당, 일산 등의 구 신도시 아파트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목동.강남 등의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을 상승하는 식으로 분양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가격을 밀어올려 전체적인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어 건설경기가 다소 침체되더라로 분양가거품을 걷어내어 분양가를 건설비와 택지비 원가에 연동한 정상적인 가격으로 바로잡는 정책은 그것이 분양가 직접규제이던 분양원가 공개이던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남근 (협동처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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