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전대협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로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했다면, 제2의 전대협은 ‘전국초·중·고·대학생학부모협의회’로 이제 온 국민의 근심과 고통이 되어버린 ‘살인적인 교육비 부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자는 취지일 것입니다.
6월 9일 저녁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열두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학생과 시민들이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정근 기자 |
대학가만이 아닙니다.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시민사회까지, 노동자와 농민까지 모두들 이 살인적인 교육비 부담을 끝내보자고, 미친 등록금의 나라를 바꿔보자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2의 촛불이 광화문을 환하게 비추기도 했고, 많은 분들이 지지 방문을 했습니다. 등록금 투쟁이 국민복지 투쟁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 그동안 교육비 때문에 다들 너무나 고통이 컸기 때문에 국민들도 반값 등록금 정책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과 참여연대가 최근 ‘우리리서치’를 통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한 지지가 무려 90%로 나타났습니다. 또 나날이 교육복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범국민적 공감대도 확산되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리뷰해보면,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드는 양육비용이 2009년 기준으로 2억6000만원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휴학했을 때 비용이나 어학연수비 등은 계산이 안 됐다니 실제 자녀 1인당 3억원 안팎의 양육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둘인 집은 무려 6억원이 소요되는 것입니다. 교육개발연구원의 조사에서도 교육비 탓으로 출산을 포기했다는 답이 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정말 아이 키우기 힘든 나라가 돼버린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대학 등록금과 교육비가 가장 큰 고통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됐습니다. 한나라당도 이를 부인하지 못하고 다시 반값 등록금 이야기를 꺼낸 것입니다. 혹시나 해서 봤더니 역시나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을 구현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소득 하위 50% 이하의 대학생 중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B학점 이상인 경우에만 장학금을 확대하겠다고 해서 현재 대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2의 반값등록금 사기사건이라 하겠습니다.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겪어야 할 경제적·사회적 고통이 너무나 큰 상황에서, 극히 일부 저소득층에게 장학금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대학 등록금 문제, 살인적인 교육비 문제의 해법으로는 핵심을 한참 잘못 짚은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투쟁이나 교육복지운동이 불붙지 않는다면 그것이 비정상일 것입니다. 그와 관련해서 한동안은 왜 이런 고통 속에서도 청년학생들이 예전처럼 저항하지 않는 것이냐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미친 교육비에, 전세대란에, 청년실업에, 스펙과 무한경쟁에, 각종 생활비 상승에 우리 대학생들의 현재와 미래가 무참히 깨어지고 있는데, 왜 투쟁하지 않느냐고 대학생들을 나무라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필자는 대학생들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들이 짊어진 고뇌를 잘 이해하자고, 또 언젠가는 폭발할 날이 올 것이기에 위로하고 소통하고 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지금 그것이 실제로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국의 대학가에서 등록금 투쟁 등 학생운동이 부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투쟁의 중심에는 한대련이라고 하는 현 시기 최대 규모의 대학생 조직이 있습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전대협, 한총련으로 이어지는 한국 학생운동의 맥을 잇고 있는 단체입니다. 아직 한대련에 가입하지 않은 학교나 학생들도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대련이 더욱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겠습니다만, 지금 시민사회는 한대련을, 한국의 대학생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