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통신 2001-03-27   877

“나는 지금 당신이 누구와 통화했는지 알고 있다”

이동전화 음성사서함 보안실태 밝혀

“01×-국번호-0088”

“…메시지센터입니다. 사서함 가지고 있으시면 우물정자를, 팩스를 이용하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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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자리 이동전화번호를 누르십시오.”

40×-12××

“…저장된 메시지, 3개 있습니다. 초기메뉴 메시지 청취는 1번, 사서함기능은 3번…,

첫번째 저장된 메시지, 오후 1시 45분… ‘언니, 와료료로로 와료로로로…'”

음성사서함센터를 통하면 남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손쉽게 남의 음성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한 이동통신사의 경우, 비밀번호를 누를 필요도 없이 남의 음성메시지를 들을 수 있어 이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음성사서함센터 통하면 타인 음성메시지 확인가능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실행위원장 김남근 변호사)는 27일 이동전화 음성서사함의 보안문제가 심각하다며,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이동전화 음성사서함은 각 회사의 음성사서함센터 고유번호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개인의 비밀번호가 타인에게 알려질 경우 음성사서함을 통해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에게 비밀번호의 변경과 관리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하거나 주의를 주지 않아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가입 당시 사업자가 초기화시켜 놓은 번호(0000이나 끝번호 4자리)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T 011 가입자의 40.4%, 초기화 비밀번호 사용

참여연대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남녀 2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6.8%(75명)가 이처럼 초기화된 비밀번호를 그대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SK텔레콤의 011 가입자의 40.4%가 초기화 번호를 사용하고 있으며, 016은 38.8%, 018은 14%, 019는 25.9%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시민권리국 박원석 부장에 따르면 “017의 경우, 비밀번호 체계가 아예 없어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됐으며 누구라도 사서함센터에 전화를 걸면 타인의 음성사서함 내용을 들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응답자 83.3% 사업자로부터 보안위험 고지 받은 바 없다

조사결과, ‘가입당시 초기화된 번호는 보안을 유지할 수 없으니 변경하라’는 주의 혹은 권고를 받은 응답자는 20명(9.8%)에 그쳤으며, 이에 대한 안내를 받은 바 없다고 응답한 답변자는 83.3%로 대다수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사업자들로부터 초기화된 번호의 보안위험에 대한 주의 및 설명을 듣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2700만명의 국민이 이용하는 이동전화 서비스의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는 가입자의 주의사항만으로 볼 수 없고, 사실상 초기번호가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업자가 이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주의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관리책임의 소홀”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한 “가입자들이 매월 내고 있는 기본요금에 이 같은 서비스의 관리비용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부실한 서비스로 지적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비밀번호 설정안한 소비자가 보안의식 없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각 업체들에게 이 같은 위험방지를 위해 “사업자의 주의 고지를 의무화하고 관리책임을 강화할 것, 비밀번호 변경에 관한 안내를 정기적으로 시행할 것, 해킹이나 도청 등에도 노출될 수 있는 음성사서함의 보안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94년 창립해 320만 명의 회원들이 가입해 있는 신세기통신(017)의 경우, 최영철 홍보실 과장은 이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이 직접 0088로 접속해 비밀번호를 설정해두면 누구도 타인의 음성사서함을 들을 수 없고, 이미 안내문에 비밀번호 변경에 대해서는 고지하고 있다. 그러나 비밀번호를 설정해두지 않은 채 방치해놓는 소비자들이 오히려 보안의식이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은 뒤, “최근엔 음성보다 문자메시지를 활용하는 회원들이 부쩍 늘었고, 음성사서함의 경우 거의 사용하지 않는 걸로 나타나 이에 대해서는 별 문제될 게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만일 이와 관련된 문제가 있었다면, 지난 8년간 수시로 문제제기 됐을 테지만, 이에 대해 한번도 소비자들로부터 문제제기 받은 바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원석 참여연대 시민권리국 부장은 “초기메뉴에 기본적인 비밀번호장치도 마련해두지 않은 채 소비자들의 사생활 보호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017시스템에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밝힌 뒤 “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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