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3-11-23   1371

<두건족의 프라이버시이야기> CCTV 카메라, 이번에는 내가 스토킹한다.

디카로 무장한 두건족의 역감시 스토리

지난번 CCTV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나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설치된 CCTV 카메라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설치된 CCTV 카메라를 가만히 떠올려 보라. 순간 화들짝 놀랄지도 모르고, 또 얼굴이 벌게 질지도 모른다. 오늘은 이 두건족, 여러분과 함께 CCTV 카메라를 한번 추적해볼까 한다. 이번 추적에는 우리 부부가 소유한 동산 중에서 가장 고가에 해당하는 디지털 카메라가 동원되었다. 디카 사용을 허락해주고, CCTV 카메라를 몰래 찍는 동안 망을 봐주는 수고를 아끼는 않은 부인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지면의 한계와 두건이가 돌아다니는 범위의 한계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CCTV 카메라를 여러분도 함께 찾아봐주기 바란다. 발견하면 제보를 해줘도 좋고, 게시판에 올려줘도 좋다. 그 김에 두건족으로 전향하면 더 좋고.

자 이제 시작해보겠다. 우선 두건이 사는 동네부터 시작해보자. 달동네라고 하기에는 뭐해도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을 쉬엄쉬엄 걸어 올라가야 하는 그런 곳이다. 그 골목길이 끝나는 곳에 예전에는 공동우물터였던 곳으로 보이는 비교적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사람들이 내다버린 쓰레기로 고역을 치루었던 모양이다.

▲ 사진1

함석판으로 덮어둔 공동우물 옆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내다 버린 쓰레기로 생활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쓰레기를 몰래 내다버리는 사람의 생활수준은 ‘알죠’라는 것인지, 쓰레기를 뒤져보면 그 사람의 생활수준을 알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 앞에 쓰레기가 쌓이는 일은 없다.

‘촌철살인’과 같은 한마디로 말로 쓰레기 무단 투기자의 제압하다? 그러나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었던 것 같다. 그 공동우물터를 노려보는 그 놈이 있었던 것이다(사진1).

그 놈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봤는지 또 언제까지 기억하고 있는지 난 알 수가 없다. 고개를 돌려보자. 신세대 부부가 아는 구멍가게가 있다. 밖에도 스피커까지 걸어두고 흘러간 팝송도 틀곤 하는 그 조마한 구멍가게 유리창의 한 구석에는 표지 하나가 붙어 있다. ‘CCTV 카메라 감시중’. 누굴 감시한다는 것인지?

▲ 사진2

구불구불 골목길을 내려가서 버스 정류장 앞에 선다. 은행이 하나 있는데, 출입구에 큼직한 안내판이 하나 붙어 있다. ‘감시카메라 녹화중'(사진2). 이 안내판은 아마도 시위 목적일 것이다. “다 지켜보고 있으니까, 여기서 은행강도 짓 같은 것은 꿈도 꾸지마!” 이렇게 말이다.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 보자. 고개를 들어서 천장을 보면 동글한 반원형 물체들이 여러 개 붙어 있다. 게 중에는 화재 감지기나 스프링 쿨러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은행 안 한 곳도 사각지대로 두지 않겠다는 듯 붙어 있는 CCTV 카메라들이 상당하다.

▲ 사진3

번쩍.

문제의 은행 안 CCTV 카메라를 찍기 위해서, 살며시 디카 셔터를 눌렀는데. 이게 웬일인가? 생각해보라, 은행에 들어가서 후레쉬 번쩍하며 사진을 찍는 것을. 은행 안 거의 모든 눈이 나를 쳐다본다.

“아… 후레쉬 한번 잘 터지네”

새 디카 성능 시험하였다는 듯 능청을 떨긴 하지만, 과연 누가 믿어줄까. 도망치듯이 은행을 나왔다. 에고, 누가 따라 오지 않나. 암튼 은행 안 CCTV 카메라는 요렇게 생겼다(사진3)

▲ 사진4

이번에 버스에 올라타 보자. 앉지 말아야 할 자리가 있다. 앞쪽 출입구 쪽 부근인데, 특히 요금통 주변은 피해야 한다. 왜냐고? 역시나 CCTV 카메라 때문이다. 운전사 머리 위에 CCTV 카메라가 운전사의 ‘양심’을 감시하기 위해서 설치되어 있는데, 뜻하지 않게 여러분이 출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 안 CCTV 카메라는 원래 운전사들의 소위 ‘삥땅’을 방지하겠다며 설치된 것이다(사진 4).

CCTV 카메라 설치에 반대하는 운전사들을 회사들은 ‘양심수당’이란 이름으로 얼마간의 돈을 주고 무마했다. 그렇게 설치된 CCTV 카메라는 운전사석 옆 요금통만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멀리는 뒷문 쪽까지 촬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별 생각없는 승객까지 촬영되어 녹화가 된다는 것이다. 버스 안에서 침 흘리면서 자는 아저씨나 수작부리는 젊은 연인들, 저 뒤쪽으로 가서 앉아라.

▲ 사진5

이번에는 지하철을 한번 이용해보도록 하자. 지하철에는 CCTV 카메라가 쉽게 눈에 띄여서, 여러분도 많이 보았을 것이다(사진 5 오른쪽).

플랫폼에 설치된 CCTV 카메라는 안전을 위해서 설치된 것이라 여겨진다. 특히 곡선으로 된 플랫폼이 있는 지하철역 안에는 그런 CCTV 카메라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와 함께 플랫폼 끝에는 커다란 TV수상기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곡선 플랫폼으로 승객의 승하차 안전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CCTV 카메라로 촬영된 화면을 전동차 운전사에게 보여주는 화면인 것이다. 훌륭한 시설이다. 그러나 안전을 점검하는 전동차 승무원을 줄이면서 대신 들어온 기계들이다. CCTV 카메라가 노동자를 잡아먹었다.

그런데 두건족이 보기에 긴가민가한 곳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있다. 지하철 역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주시하고 있는 CCTV 카메라가 그것이다(사진 5 왼쪽).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겪게될 지 모를 안전사고를 모니터하다가 긴급 대처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궁금한 것은 개찰구에서 표를 끊고 나간 이후의 계단은 왜 CCTV 카메라가 모니터하지 않는 것일까?

▲ 사진6

은행에서 CCTV 카메라를 찍고 도망치듯 나오느라 돈 찾는 것을 잊었다. 현금자동인출기 코너를 들어갔다. 여기에도 예외없이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하는 곳에 CCTV 카메라가 숨겨져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현금자동인출기 앞면을 자세히 보면, 명함 반쯤 크기의 네모난 거울이 하나 있을 것이다. 요기 말이다(사진 6). 사실 이것은 거울이 아니다. 겉으로는 거울 같지만 그 뒤에는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아래에서 위로 치켜든 CCTV 카메라 앞에 당신의 콧구멍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마스크는 하지마라. 유괴범이나 카드 위조범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 사진7

거리로 한번 나서보자. 에그머니, 길가에도 CCTV 카메라가 널렸다. 가까이 인사동을 가보면 CCTV 카메라로 촬영한다고 큼직한 안내판이 붙어 있다(사진 7 위). 그리고 저 멀리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지금까지 보았던 것과는 다른 크기와 모양새다(사진 7 아래). 이 CCTV 카메라는 불법 주정차 단속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라고 하는데, 얼마 전에는 그 촬영 화면이 인터넷에서 생중계 되어서 물의를 빚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지만, 새벽 2-3시에 포장마차를 찾아서 인사동 길을 허위허위 걸어 내려가던 술 취한 내 모습도 전세계에 생중계? 아……

또 지하철 2호선 선릉역을 나오면,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서울 12 가에 3456, 빨리 떠나세요”

이 역시 불법 주정차 단속 목적인데, 대체 그 카메라는 얼마나 자세히 또한 넓은 범위의 거리를 비추고 있을까? 그 앞을 지나는 내 모습도 혹시나 찍히지 않았을까?

이번에는 세종로다. 그 중에 기분나쁜 미대사관. 높은 담도 그렇고, 철조망에다 그 앞을 위압적으로 지키고서 있는 경찰들. 그 옆을 지나가는 것만으로 기분이 더러워지는데. 어느 날 발견한 그놈들. 대사관 담 너머로 삐쭉이 CCTV 카메라가 거리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미대사관 앞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을 관찰하는 CCTV 카메라. 나는 그 놈에게 디카를 들여다대며 복수를 할 생각이다. 여러분 제게 용기를 주길 바란다.

▲ 사진8

정말 예기치 못한 곳에서도 CCTV 카메라를 발견하기도 한다. 두어 달 전에 참석했던 인천의 어느 예식장. 여기의 CCTV 카메라는 버스 안의 그 놈들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 놈들이 쳐다보고 있는 방향이 참으로 심란하다(사진 8 위).

CCTV는 부조금을 받는 자리를 정확히 비추고 있는데, 대체 뭘 감시하겠다는 것인지 씁씁하다. 부조금 ‘삥땅’을 예방하겠다는 것일까. 그리고 예식장 엘리베이터 안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관심을 가지고 보니 CCTV가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상당하는 것을 알게되었다(사진 8 아래) 엘리베이터에 혼자 탔다고 코를 후빈다든가, 스타킹을 치켜 올린다든가 하는 일을 하기 전에 먼저 CCTV 카메라가 있는지부터 잘 살펴볼 일이다.

▲ 사진9

주자창은 CCTV 카메라의 지뢰밭이다(사진 9). 그런데 그 많은 주차장 CCTV 카메라는 정작 필요할 때는 제 기능을 못하는 것 같다.

SK의 대선 비자금 100억을 전달했다는 주차장의 CCTV 카메라는 이제라도 자신이 본 것을 증언하면 좋겠다. 그 외에도 지하 주차장에 전달되었을 수많은 정치 비자금을 지켜본 CCTV 카메라들이여. 이제는 말할 때가 됐다.

이제 두건족의 CCTV 카메라 역감시 이야기는 줄여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전에 두건이 독일에 가서 건진 찍어온 사진 하나 보자(사진 10). 독일 백화점과 도시철도 역에서 발견한 것이다.

▲ 사진 10

“내가 너를 찍고 있다!”

이렇게 큰 소리로 외치는 CCTV 카메라가 그래도 몰래 찍는 놈들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독일은 2001년에 법을 개정해서 CCTV 카메라를 설치하여 감시할 경우에, 의무적으로 고지를 하도록 정했다. CCTV 카메라에 촬영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배려인 셈이다.

아직도 못다한 CCTV 카메라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내 컴퓨터에는 이번에 공개하지 못한 CCTV 카메라 사진들이 많이 있다. 또 언제 기회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 컬렉션에 꼭 모으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목욕탕 혹은 수영장 탈의실에 도난 방지용이라며 설치된 CCTV 카메라가 그것인데… 이것이 영 쉽지 않다. 이 두건이 큰맘먹고 탈의실 CCTV 카메라를 찍고 싶지만, 아무래도 남사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목욕탕은 은행과 다르게 붙잡혀서 죽도록 몰매를 맞을 수도 있지 않은가?

두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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