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기술자에 휘둘리지 말고 국회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라

10월 국회서 상생법‧유통법 즉각 동시처리해야 
벼랑 끝에 몰린 중소상인 기만행위 중단해야


지난(22일) 한나라당,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두 SSM법안(유통법, 상생법) 중 유통법은 10월 25일 우선 처리하고 상생법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9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상생법의 회기 내 처리 약속이 거짓이었음이 밝혀졌다. 오늘 아침 외교통상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민주당 FTA특위에 참석하여 회기 내 상생법 처리는 불가하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미 중소상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2일의 합의가 유통법만 통과시키고 상생법은 처리를 하지 않기 위한 술책임을 지적하며 두 법안의 동시처리를 거듭 촉구한 바 있다. 따라서 이제 국회는 더 이상 통상기술자의 말 한마디에 입법이 좌지우지 되는 촌극을 멈추고 국회 본연의 책무와 권한에 따라 두 SSM법안의 즉각적인 동시처리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외교통상부가 정부 위의 정부로 군림하며 국회의 입법과정까지 좌지우지하는 행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상생법이 개정될 당시에도 외교통상부가 법사위에 나와 개정안 내용에 반대의사를 표명해 여야 합의로 상임위(지경위)를 통과한 대부분의 조항이 삭제된 채 결국 본회의에서 의결된 바 있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생법과 유통법 역시 여야 및 관계 부처 합의로 지난 4월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이 역시 외통부의 반대로 지금까지 그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이 입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교섭본부장이 입법의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가.


더욱이 그동안 관계부처인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상부는 사전에 입장을 조율하지 못하고 국회에 와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대한민국 정부의 수장은 부처 간 입장 차이를 통합할 능력도 없어 국회에 와서 이렇게 딴 목소리를 내는 무능함을 보이는가.

또한 여당은 외교통상부의 입장을 몰라 정기국회 내 처리를 약속한 것인지 아니면 벼랑 끝에 몰려 SSM법안의 통과를 목 놓아 기다리는 중소상인들을 기만하고자 이러한 대국민 사기극을 저지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1야당인 민주당 역시 그동안 정부여당의 끊임없는 ‘말 바꾸기’를 지켜봐 놓고도 분리처리를 덜컥 합의할 만큼 아마추어 정당인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민 입법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할 것이며, 정부의 거짓말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국회차원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상생법 처리는 한‧EU FTA 정식서명 이후에 하겠다고 하였다가 최근에는 또 다시 말을 바꾸어 EU의회의 비준이 난 이후에 처리하자고 하고 있다. 하지만 한‧EU FTA 내년 7월 1일 잠정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어 한국 및 EU 의회는 내년 6월까지 비준을 마치면 되고 정식발효는 2~3년 후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주장만 따라가다 보면 상생법 처리 시기는 한정 없이 연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는 상생법은 지침을 보강한 행정지도를 법률개정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준비 중인 지침은 직영점에서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SSM에 대해서만 사업조정제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어서 처음부터 가맹점 형태로 입점하는 SSM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


또한 정부는 유통법이라도 먼저 통과시켜 전통시장 상인들이라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법만 분리돼 통과되면 오히려 SSM 입점을 합법화하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유통법은 전통시장 인근 500m에 대한 규제만을 담고 있어, 이 법이 통과되고 나면 500m는 벗어나 돼 시장으로 가는 길목을 타켓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입점하여 시장 상인들에게 대동소이 한 피해를 줄 것이다.

나아가 대형유통회사들은 더욱 골목상권 깊숙이 파고들어 동네 소매점포 상인들의 생계터전을 앗아갈 것이다. 따라서 상생법을 동시에 통과시켜 그 외 지역의 가맹점 SSM에 대해서는 사업조정신청이라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사실 사업조정제도는 정부도 밝혔듯 대기업과 중소상인들 간의 자율협의를 유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강제조정의 수준도 미비하다. 하지만 골리앗과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상인들이 무슨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단지 상인들은 이 싸움이라도 계속하며, 국회가 제대로 된 규제입법을 마련할 때 까지 버텨보고자 하고 있다. 


그동안 법률전문가들은 현재 계류 중인 SSM법안 뿐 아니라 이 보다 훨씬 규제 수위가 높은 입점 허가제 도입 역시 WTO 서비스무역협정에 위배되지 않음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이제 국회는 더 이상 정부의 거짓말과 시간 끌기 작전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 10월 국회에서 두 SSM법안을 즉각 동시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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