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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희망본부    서민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민생대안을 제시합니다

 

" 유럽에서는 이미 반세기 전부터 해오던 규제를

우리는 이제야 부분적으로만 시작하는 것이다. "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하여 일요일 등에 의무 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내용이 위헌 논쟁으로 뜨겁다. 떡집, 빵집, 식자재 납품 등 닥치는 대로 중소상인의 생존 기반을 빼앗고 있는 재벌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은데 사업을 철수하기는커녕 헌법소원까지 내다니 후안무치라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대형마트의 입점을 아예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일요일·공휴일 영업 전부를 제한하는 것도 아닌데, 중소상인들에게 한달에 한두번 정도의 의무 휴업도 양보 못하느냐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정서이다.

 

이에 반하여 대형마트는 영업의 자유는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인 권리인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의 자유경제 원리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헌법재판소는 영업의 자유를 직업선택의 자유의 일종인 직업수행의 자유로 보고, 단계이론에 따라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더 광범위한 제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보다 영업시간이나 휴업일수를 제한하는 것은 더 광범위하게 허용된다는 것이니, 우리 국민의 법감정과도 다르지 않다.

일부 보수적인 인사들은 우리 헌법의 경제 원리는 당연히 자유시장경제 원리여야 하고 재산권이나 영업의 자유는 신성불가침하게 여겨야 한다는 바람(?)을 공인된 헌법 원리인 양 주장하고 있으나, 꼭 그렇지는 않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경제 원리를 자유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국가가 중소기업 보호,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 적정한 소득분배 등의 공익을 실현할 의무를 갖는 ‘사회적 시장경제’라고 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직업선택의 자유 그 자체도 신성불가침한 것이 아니라 헌법 제123조의 중소기업(상인) 보호나 경제민주화 등 공익적 목적의 실현을 위해서는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우리 헌법재판소만 진보적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법리는 사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등에서 일찍부터 천명해온 헌법 원리이다.

 

사실 유럽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일요일에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독일은 1956년부터 상점폐점법으로 일요일 영업을 제한하고 있고, 프랑스도 원칙적으로 일요일 영업을 제한하되 식품유통 매장만 오전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평일근무의 2배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일요일 영업을 금지하되 지자체의 허가를 받는 경우 6시간 범위 내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반세기 전부터 해오던 규제를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도 부분적으로만.

 

세계 각국은 대형마트들의 영업 제한에 더 적극적이다. 월마트가 아직 뉴욕 시내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고 얼마 전에야 시카고에 진출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독일은 주거·공업지역 등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고 지역규제를 통과해도 주변 상인의 매출에 10% 이상 영향을 미치면 입점이 제한된다. 독일 대형유통업체 메트로가 함부르크 중심가에 진출하려다 주변 상인 매출에 20% 영향을 준다는 영향평가에 따라 입점이 백지화되었다. 프랑스의 ‘루아예법’도 대형마트 진출 때 교통·환경·상품적재 등 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기 때문에 대형마트가 파리 중심가에 들어설 수는 없다.

 

대형마트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이야 헌법상의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니 그 자체를 비난할 수 없겠지만, 이를 빌미로 지방자치단체들이 법에서 위임받은 일요일 의무 휴업일 지정 움직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특히 서울시에서도 의원 발의가 된 만큼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를 시급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 위 칼럼은 2월 23일자 한겨레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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