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11-04-25   1956

[기고] 뉴타운 촉진전략’은 출구전략이 아니다

[한겨레 싱크탱크 맞대면 – ‘뉴타운 사업’ 갈등 해법은]
국토해양위, 도정법 개정 통과시켜
공공재정 투입 등 주민 요구 외면해
사업비용·원주민 부담등 조사 시급

권정순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 이 글은 4월 25일 한겨레 싱크탱크 맞대면 실렸습니다
.

“ 주민들이 바라는 뉴타운 출구전략은 지역 실정에 맞게 공공재정을 투입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라는 것이지만, 엉뚱하게도 국회 국토해양위에서는 뉴타운 사업을촉진하는 것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대박을 기대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뉴타운·재개발 지구로 지정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너도나도 ‘뉴타운 공약’을 남발했고, 손쉽게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 ‘뉴타운 사기극을 규탄한다’거나 ‘뉴타운 결사 반대’라는 펼침막이 늘어나고 있다. 뉴타운이라는 장밋빛 환상은 왜 깨진 것일까?

무엇보다, 현재와 같은 방식의 뉴타운 사업은 주민들이 자신이 소유한 토지와 건축물을 현물로 출자하는 이외에 도로·공원·하수도 등 전체 정비사업비의 30%에 달하는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도심이나 역세권에 가까운 지역은 2억~3억원을,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1억~1억5000만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영세 원주민들은 ‘헌집’은 줬지만 ‘새집’에는 들어가지 못한 채 쫓겨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서울의 경우 전체 뉴타운 지역의 85%가 착공도 되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2002년 서울 은평·길음·왕십리 등 3개의 시범지구로 시작했던 뉴타운 사업은 35개 사업지구로 늘어났으며, 그 면적도 27㎢(약 720만평)에 이른다. 서울시가 지난 30여년간 추진해온 주택재개발사업 면적을 모두 합친 것보다 넓다고 한다. 이와 같이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는 뉴타운 사업은 필연적으로 전세대란의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뉴타운 사업 전에는 세입자들이 70~80% 거주하였으나, 뉴타운 이후에는 임대아파트가 17%밖에 공급되지 않으니 세입자들이 갈 곳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사업 전에는 1억원 미만의 저렴한 주택이 다수였으나 뉴타운 사업 뒤에는 중대형아파트가 40%를 차지하다 보니, 오히려 신축 주택 수(26만4590)가 멸실되는 주택 수(27만7156)에 미치지 못하여 주택공급 효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도 재개발·재건축으로 모두 2만4769가구가 이주해야 한다고 한다. 이사철이 지난 현재까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전세 문제가 하반기에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인데, 사업 시기를 조절하여 재개발·뉴타운으로 인한 이주수요 급증을 막아야 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에는 막대한 재개발 사업 비용을 재개발 뒤 발생할 집값 상승으로 만회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 현재와 같은 개발 방식을 고집하기 어렵게 되었다. 서울 외곽지역이나 부천·인천·의정부 등 수도권 지역, 더 열악한 지방 중소도시 등은 주민들의 비용 부담만으로는 도저히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 재개발 사업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개발이익에 의존하는 현재의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주거복지의 측면에서, 주민들의 소득수준과 비용부담 능력 등을 고려하여 정비기반시설은 공공이 책임지고 설치하고, 주민들은 금융지원을 받아 노후화된 자기 집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즉 부동산 가격 상승에만 기대어 추진되는 재개발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개입으로 서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재정적 투여를 통하여 본질적으로 정부나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할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주거복지를 고려한 ‘뉴타운 출구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뉴타운 출구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지역의 실정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공비용을 투입하여 재개발·뉴타운 지구에 대한 전체 사업비용과 원주민 비용부담 규모를 조사하고, 주민들의 소득능력이나 비용부담 정도를 고려하여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뉴타운·재개발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사업성이 있어서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추진이 가능한 지역은 그대로 진행하되, 과도한 비용부담으로 주민들만의 힘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곳에 대해서는 잠정적으로 사업을 중단하거나 ‘주거환경 복지사업’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주거환경 복지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이 불량하고 노후불량 주택이 밀집하여 개발이 필요한 지역이나 주민들의 소득능력이나 비용부담능력에 비추어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을 부담하기 곤란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이런 지역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주민들이 바라는 뉴타운 출구전략은 이와 같이 지역 실정에 맞게 공공재정을 투입하여 주거환경 개선을 이루어 달라는 것이지만, 엉뚱하게도 국회 국토해양위에서는 뉴타운 사업을 촉진하는 것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1일 국토해양위에서는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올려주고, 조합설립 자동인가제 도입, 주민 동의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하여 재개발 사업을 촉진하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사위와 본회의 표결을 남겨두기는 했지만, 이와 같은 도정법 개정안은 주민들이 바라는 뉴타운 출구전략과는 동떨어진 난개발로 이어지고, 엄청난 저항을 낳을 수밖에 없다. 지나친 비용부담 때문에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데, 용적률을 올려주는 것만으로 사업추진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부디 국회가 도정법 개정안을 철회하고 주거환경 복지사업 도입과 같이 주거복지 측면에서 뉴타운 출구전략을 수립하여 재개발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덜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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