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9-01-06   1360

[기획] 경제위기일수록 ‘건보혜택 확대’ 마땅

참여연대-한겨레 공동기획 6부-②
민생뉴딜 서민경제살리기 긴급제안

참여연대와 <한겨레>는 여러 민간 연구소 및 사회단체의 도움을 받아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민생에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의 ‘민생 뉴딜’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실업·고용 대책, 교육, 의료, 공공요금, 소상공인, 서민금융 분야 등에서 서민들이 실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심층진단하고, 현 시점에서 당장 절실한 대책이 무엇인지 집중탐구 합니다.(자문기관 참여사회연구소, 사회공공연구소,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희망제작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에듀머니) 2008. 12.

      
경제위기일수록 ‘건보혜택 확대’ 마땅

보험료 체납 크게 늘고 의료양극화 심화
과감한 정부재정 투입 건보료 감면 시급
 
 
‘서민 의료비 부담 줄일 특단의 대책을!’
경제난은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몇 만원 때문에 아파 끙끙대면서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한다. 중병에라도 걸려 수천만원의 진료비가 예상되면,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허다하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보험료 감면 대상자 확대 등 단기 대책과 더불어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혜택의 범위를 크게 넓히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과감히 쓰라’고 권고한다.

감면 등 보험료 체납 대책 마련돼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지역가입자 가구 가운데 건강보험료 체납 가구는 205만3천가구다. 지역가입자 가구 넷 가운데 한 가구꼴로 보험료를 석달 이상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 70만가구에게 보험료를 탕감해 준 뒤에 나온 수치가 이 정도이니 경제 사정이 어려워 보험료조차 못 내는 가구가 얼마나 많은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이런 조처가 없었다면 체납 가구는 275만가구를 훌쩍 넘었을 것이다. 보험료 체납 가구는 경제난이 가중될수록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체납 가구는 2002년 지역 가입자 전체의 15%에서, 2004년 23%, 2006년에는 25%로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직원들의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기업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2006년 말 4만6천곳에서 2007년 말 5만3천곳, 지난해 10월 말에는 6만2천곳으로 늘었다. 돈이 있어도 내지 않는 일부 악질 체납자도 있지만 체납자의 80% 이상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경제 상황의 악화에 따른 것이다. 조경애 건강연대 대표자회의 의장은 “보험료를 체납한 가구의 구성원은 중병에 걸리더라도 높은 의료비 부담으로 아파도 병원을 찾을 수 없다”며 “이들의 체납 보험료를 감면해주거나 체납이 되지 않도록 보험료를 감면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노숙자들에게 무료 진료를 해 주는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앞줄 오른쪽 안경 쓴 이)가 지난달 26일 저녁, 서울역 지하보도에 설치한 간이 진료소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노숙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최근 3년 동안의 건강보험료 체납현황    
 

소득에 따라 진료비 차등화 방안 필요 경제난이 이어지면서 서민층에서는 보험료를 낼 수 있어도 비용이 걱정돼 병원을 덜 찾기도 한다. 2006년 보험료 기준으로 하위 소득 20% 계층의 병원 총진료비는 2조원에 못 미쳤다. 이에 견줘 상위 20% 계층의 진료비는 6조원으로 나타났다. 하위 소득 20% 계층이 상위 20%에 견줘 세배나 진료비를 덜 썼다. 병원을 찾은 방문 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엿볼 수 있다. 하위 20%가 한해 병원을 찾는 날의 집계는 거의 5천만 일에 이른다. 반면, 상위 20%는 약 2억 일로 네배가량 많다. 보통 소득이 높을수록 질병에 덜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병원 이용과 진료비 모두 상위층이 더 많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열악한 만큼 입원 등에서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며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특단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민층에 한해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를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대폭 낮추는 방안이 도입돼야 이들이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의료체계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곧 저소득층을 위한 건강증진사업, 의료수가제의 개혁, 주치의 등록제 등을 통해 서민층의 의료비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의료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소득계층별 건강보험료 진료비 추이(왼쪽)와 OECD 회원국 공공부문 의료비 지출 비율
   
 
건강보험 누적 흑자 및 정부 재정 투입해야 모든 정책에는 돈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 및 관련 시민단체들의 추산을 보면 올해 말 건강보험 재정은 2조원가량의 누적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을 보면 이 가운데 2700억원 정도만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에 쓰고 나머지는 쌓아 둘 계획이다. 이 때문에 경제위기 속에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국민들을 위하기보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더 역점을 둔 조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유럽 주요 국가의 국민들이 의료비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공공보험의 높은 보장성 덕분”이라며 “국민들이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누적흑자분과 정부 재정을 과감히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보험 혜택의 범위를 넓히는 게 궁극적으로 서민층의 의료비 부담 문제를 푸는 열쇠라는 지적인 것이다. 임준 가천의대 교수는 “민간보험의 천국이었던 미국 역시 최근 경제위기에 대한 대처법으로 공공보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본격 시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건보 재정을 당장이라도 서민층 의료비 지원에 써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기고] 민영보험 살리려다건보체계 무너진다

[민생뉴딜] 서민경제 살리기 긴급제안 – ⑥ 어느 가정의 ‘병원비 파산’
 
 
가입자 진료비 지원에만 치중
공공 보장성 확대 관심 사라져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73%가 민영보험에 가입해 있다. 한 해 민영보험료만 10조원이 넘는다. 건강보험만으로는 의료비 해결이 되지 않으니 많은 사람들이 민영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민영보험은 공적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 우선 보험료 대비 지급률이 낮다. 민영보험 천국인 미국도 단체형 의료보험 지급률은 75%로 하한선이 정해져 있다. 실제 지급률은 80%가 넘는다. 유럽은 80~85%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급률에 대한 규제가 아예 없다. 지급률도 60% 정도다. 보험료를 100만원 내면 평균 60만원만 돌려준다는 이야기다.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상품이 표준화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미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 아일랜드 등에서는 아예 정해진 몇 가지 유형의 민영보험만 팔 수 있거나 정부가 정한 필수항목은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보험 표준화가 안 된 것은 물론 각 보험상품에 대한 비교조차 소비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피해야 할 보험상품으로 정한 ‘실손형 의료보험 상품’이 아무런 규제 없이 나오고 있다. 가입자가 내야 하는 진료비 전부를 지급해 준다는 이 보험은 언뜻 듣기에는 좋은 것 같다. 하지만 그 폐해는 막대하다. 이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공공보험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대해 관심이 없어진다. 따라서 이 민영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의 의료 이용 양극화는 더욱 커진다. 게다가 실손형 보험은 미국처럼 의료공급 체계를 바꿔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수 있다.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여기에 이명박 정부는 금융 관련법의 개정을 통해 친자본적 금융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만 봐도 지금까지의 파생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금융 당국의 허가 없이도 보험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경제위기로 보험회사들의 부실이 우려되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보험회사의 무분별한 금융·부동산 투기를 더 조장하겠다고 하고 소비자들에게 아무 상품이나 팔아 보험회사의 손해를 메우겠다고 하고 있다. 지금이 보험회사들에 대한 ‘소원수리’ 법이나 통과시킬 때인가? 우리의 건강 보장이나 노후 보장은 기업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몫이다. 지금 정부가 구제해야 할 것은 금융회사들이 아니라 국민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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