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9-08-18   1674

[기고] 에이미트 회장님, 소송 상대를 잘못 고르셨어요.

안녕하세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입니다.

미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 측의 배우 김민선씨에 대한 황당한 소송에 이어 전여옥-변희재씨 등의 김민선씨에 대한 공격이 있었습니다.

주권자로서,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과 이웃들의 건강과 생명이 걱정돼 마음을 표현한 것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한 배우를 그렇게 공격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식품안전문제를 다루는 활동 부서로서, 광우병 위험 국민대책회의 주요 실무 부서로서 이 문제에 대해서 끝까지 대응해나갈 계획입니다.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팀장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을 아래 붙였습니다.

박창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 회장

ⓒ 장윤선/오마이뉴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 측이 배우 김민선씨에 대해 3억 원 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죠. 그리고 국민들을 위하는 일에는 나서는 법이 없다가, 누리꾼들 열 받게 하는 데에는 신출귀몰한 능력을 나타내는 전여옥씨와 변희재씨가 또 특유의 ‘인간에 대한 무례’한 말을 쏟아냈다죠. 한편, 뜻있는 배우로 알려진 정진영씨와 박중훈씨의 편지와 트위터 글도 널리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저도 감동적으로, 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저 역시 촛불시위에 적극 참여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황당한 소송과 전-변씨 등의(옛날 군사독재 정권 전-노 일당이 생각나네요…) 무례한 행태에 분노하며, ‘좋은 뜻으로 한 마디 글 썼다’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배우 김민선씨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지난 해 촛불시위에 나왔던 많은 국민들, 이를 지지했던 많은 시민들이 배우 김민선씨가 겪고 있을 ‘마음고생’을 걱정하고 있을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에이미트 측은 상대를 잘못 고른 것입니다. 김민선씨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연예인은 자기 건강에 대한 걱정, 국민들의 생명에 대한 걱정의 뜻을 표해서는 안 되나요? 그녀는 단지 사적인 미니홈피에 아주 짧은 글을 남겼을 뿐이고 그 이상의 어떤 표현도, 행동도 진행한 게 없습니다.

에이미트 측이 소송을 한 이유가 된, 수입 미 쇠고기가 팔리지 않아 벌어진 손해는 그녀 때문이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세계적인 논란과 지적이 계속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너무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소비자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것을 소송까지 하다니…).

백번 양보해서, 에이미트 측의 주장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들의 판매 부진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 문제를 거론한 이들로 인한 것 때문이라면,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널리널리 홍보하고, 나아가 수백만 시민들과 함께 촛불시위까지 전개한 광우병 위험 국민대책회의나 국민대책회의 실무자로 각종 방송·신문 인터뷰를 통해서, 온 국민을 상대로 열심히 그 같은 주장을 펼쳐 온 저 같은 사람에게 소송을 거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주요 인사들이 이미 경찰과 수구단체 등으로부터 40억 원 가까운 소송을 당했지만, 배우 김민선씨를 괴롭히지 않는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저부터 추가로 소송에 응할 마음이 있습니다. 에이미트측은 상대를 잘못 고르는 우를 범하지 말고, 저 같은 이들에게 소송을 걸든지, 아니면 김민선씨에 대한 그 황당한 소송을 즉각 취하하든지, 현명한 선택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미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가능성에 대한 세계적 우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실제로 이웃나라 일본은 20개월 미만 뼈없는 쇠고기만 수입하는 조치를 시행하는 와중에도, 뼛조각이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도 해당 작업장에 대해 전면 수입금지 조처를, 또 중국은 아예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금지조치하고 있습니다.

또 대만과 홍콩은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살코기만 수입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일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만 제외하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수 있지만, 한시적으로, 또 민간업체 자율에 의해 30개월 미만 쇠고기가 수입되고 있습니다. 

공익적 언론 보도와 자신과 국민들의 건강을 걱정한 한 연예인의 표현 때문에 미 쇠고기 판매가 부진한 것이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우리나라가 아주 불리한 조건으로 미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는 것을 이웃나라들 사례를 봐도 명백히 알 수 있기 때문에 판매가 부진한 것임에도, 미 쇠고기 수입업체가 엉뚱한 데 분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미 쇠고기 수입업체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은 쇠고기를 수입하여 판매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합니다. 벌써 많은 국민들이 에이미트 측의 소송에 비판과 야유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행위는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과 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는 것을 에이미트측은 깨달아야 합니다.

정부 당국도 이웃나라들의 협상 결과를 보고 재협상을 한다고 수차례 공언해왔는데, 일본, 중국 등의 조치에 상응하는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지난 7월 1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국회의원 36명의 서명을 받아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본·중국·대만 등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을 완화하지 않고 있어 주변국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도록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또 한 시민이 자신의 생각을 홈피에 밝힌 것만으로 소송 대상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정권 들어서서 사회 전반에 표현, 양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는데,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이제 소비자들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해서까지 막무가내 소송을 하고 있는 것에 크게 우려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누구라도 소비자로서, 납세자로서, 유권자로서 국가와 기업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언제든지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연예인이라고 사회적 현안에 발언할 자유를 억누를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소비자들이 있다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잘 설명해야 하는 것이지, 오히려 소송을 거는 것은 적반하장의 극치가 아닐까요.

김민선씨 때문에 촛불시위가 있어났다뇨, 참가한 이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 유성호/오마이뉴스

 

또 에이미트 측은 계속 해서 김민선씨 때문에 촛불시위가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작년에 촛불운동에 참여했던 연인원 수백만 명의 시민-누리꾼들을 심각하게 모독하는 일입니다. 일부 언론보도나 김민선씨 발언을 일부 시민들이 참조는 했겠죠. 하지만 요즘 시민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정보들과 지식, 국내외 거주하는 시민들의 주장, 이웃나라들의 수입 태도, 실제 광우병 발병 현황 등을 종합해서, ‘미국산 쇠고기가 아직 위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고, 그에 따라 합리적인 선에서 자신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참여한 것이 바로 촛불운동이었습니다.

비단 광우병 위험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은 소비자로서 당연하게 안전, 가격, 서비스 등의 문제에 대해서 다종다양한 평가를 내리고 있고, 이를 온-오프라인에서 자유자재로 유통하고 있습니다. 어떤 영화가 ‘정말 재미없다’라고 글을 올린 누리꾼이 있고, 실제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고 했을 때, 영화를 재미없게 만든 이들이 책임을 지는 것이지 영화가 재미없다고 이야기하고 다닌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그들이 수고스럽게 말해줌으로서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서, 시간낭비-돈낭비 하는 것을 방지해주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한 측면이 있습니다. 사람들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다 다르겠고, 표현도 다 다르겠지만요.

마찬가지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위험 평가도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고, 그래서 수없이 많은 평가와 표현이 있을 것입니다.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니, 안전하니 운운한 이명박 대통령같은 이도 있고, 그 평가를 믿는 이들도 일부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그들은 쇠고기를 사먹을 테고(그런데 촛불운동을 조직적으로 탄압하고 폄훼한 경찰이나 조선, 중앙, 동아 등의 구내식당은 왜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고, 호주산 또는 국내산이라고 써 붙여놨을까요?) 그렇지 않은 분들은 나름대로 고심 끝에 미국산 쇠고기를 조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이 문제라고 소송을 한단 말입니까.

최근에도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발병하기도 하고, 유럽에서 사람 둘이 죽기도 했습니다. 그런 위험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래도 수입해서 우리 밥상으로 오게 만드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일본정부나 중국정부처럼 최대한 꼼꼼하게 따지는 게 정당한 것인지는 우리 시민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작년 말 한국에 온 미국의 저명한 소비자단체 리더들도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광우병 검역체계가 매우 허술하며, 한국의 촛불운동을 우리는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저희가 한 게 아니라 미국 소비자단체 대표들이 직접 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논란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시민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시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온-오프라인 상 곳곳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안전성이나 요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일상생활에서 널리 퍼져있지 않습니까? 어디 갔더니 맛이 없다더라, 참 비싸더라, 거기는 서비스가 형편없더라, 그 먹을거리는 건강에 안좋다더라 등등 얘기합니다.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입니까. 다 그렇게 소비자들간에 정보와, 판단, 행동에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또 기업들은 거기에 최선을 다해서 화답하며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업에 대한 판단은 개개인들이 하시는 거니까 본인들도 책임질 부분이 있겠지만, 장사가 안 되고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얘기 듣고 기분 좋을 국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참 안됐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가서, 미국산 쇠고기를 억지로 사 먹을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에이미트 회장님, 이제 오해를 푸시고 그만 소를 취하하시는 게 어떨까요? 정 오해도 그렇고, 화도 안 풀리신다면 김민선씨같은 이들이 아니라 저희같은 ‘진짜 소비자 소리꾼’들에게 소송을 거시는 게 합당할 것입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