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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희망본부    서민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민생대안을 제시합니다

  • 금융
  • 200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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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신용카드'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편집자주)요즘처럼 신용카드가 애물단지로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 아예 사회문제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현상입니다. 정부는 '투명 사회'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했고,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 소득공제 등 각종 혜택도 내 놓았습니다.

덕분에 시중에는 1억장이라는 카드가 넘쳐났습니다. 카드사는 너나 할 것 없이 카드를 쏟아냈고, 사람들은 긁어댔습니다. 이어 카드마다 수백만원대의 현금서비스가 뒤따랐습니다. 카드사는 해마다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내면서 엄청난 폭리를 취했습니다. 소비자의 신용카드는 '대출 카드'로 변질됐고 범죄의 노림수가 된 지 오래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23일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가 신용카드 특별 공동기획으로 진정한 대안에 접근합니다. 첫 번째로 박원석 참여연대 시민권리국장이 정부의 허술한 카드 대책을 낱낱이 짚어보는 긴급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에서는 '고금리 인하 서명운동' 등을 골자로 한 '스톱 카드 캠페인(www.stopcard.net)'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개선 흐리는 물타기는 곤란하다

23일 금융감독원은 심각한 경제·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신용카드업과 관련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미 곪아터진 상처 위에 뒤늦게 약 바르는 모양이지만, 더 이상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일면 긍정적인 조치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대해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거의 다 동원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기대 섞인 평가와 달리 건전한 신용사회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대책은 신용카드 수수료의 합리적 책정유도, 카드발급 및 모집행위 개선, 현금대출 위주 영업행태 개선 그리고 신용카드 이용자 보호의 강화 등 신용카드와 관련된 최근의 이슈들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종합대책'이란 말이 그리 터무니없는 수사는 아니다. 그러나 정작 그 수사의 거창함과 언론들의 주마간산격의 찬사에 비해 실제는 내용의 두루뭉실함과 행간의 모호함으로 자칫 문제를 덮고 보는 식의 대책으로 끝날 우려가 든다.

허점 많은 발급규제, 제자리 걸음 우려

금융감독원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무분별한 카드 발급에 관한 근절 대책이다. 카드 발급시 개인의 소득증빙을 의무화 하고,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부모동의를 받도록 했다. 회원모집시 일체의 경품제공을 금지하고 가두 및 방문모집 행위를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했다. 또한 휴면카드를 재발급할 시에는 사전에 회원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했다. 기존의 무분별한 카드발급 실태에 비하면 한층 강화된 기준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러 가지 맹점이 있다. 첫째, 신용카드 발급을 위해 소득증빙을 하도록 했지만, 소득기준은 여전히 신용카드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신용카드를 남발했던 전력으로 볼 때 소득기준을 카드사 자율에 맡기는 것은 문제의 재발소지가 역력하다.

둘째, 미성년자 카드발급의 문제에 대한 근절대책이 미흡하다.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발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결국 소득이 없고 신용이 없어도 책임질 사람만 있으면 된다는 논리다. 부모의 보증을 담보로 한 '보증카드'가 되는 셈이다.

셋째, 이미 무자격자, 미성년자에게 발급된 신용카드에 대한 대책이 없다. 이미 신용카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점을 감안할 때 이 부분은 신규발급보다 더 예민하게 신경을 써야 할 지점일 수 있다.

넷째, 가두 모집 방문 모집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법령의 원칙적인 금지에도 불구하고 가두모집은 장소사용승인만 받으면 어디서든 가능하며, 방문 또한 본인의 사전 동의가 있는 경우 가능하도록 해 편법의 소지를 폭넓게 방치하고 있다.

다섯째, 인터넷 다단계 판매식의 발급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한 번에 열 장이 넘는 카드를 발급해 준다는 스팸메일이 이미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금융감독원의 이 같은 방안들은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큰 불완전한 대책들이 아닐 수 없다.

묻지마 대출, 현금서비스 대책 미흡

신용카드 문제가 이처럼 폭발한 배경에는 과도한 현금대출에 따른 부실이 자리하고 있다. 신용카드 전체 업무에 따른 채권액에서 현금대출 채권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4분기 63%를 넘어서고 있다. 1/4분기 현금 대출액만 100조원. 이미 신용카드는 신용결제라는 본래 기능을 잃어 버린 채 대출카드로 그 성격과 기능이 바뀌어 버렸다. 원인은 다름 아닌 과도한 현금서비스 이용한도 부여와 현금대출을 조장하는 경쟁적인 마케팅에 있다.

금감원 또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현금서비스의 업무비중을 전체의 50% 이내로 7월 1일부터 축소하고, 이미 초과된 부분은 2003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책의 실효성이다. 금감원이 제시한 대책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당장 7월 1일 이후에 발생하는 신규 거래부터 현금대출 비중이 50%를 넘지 않도록 철저한 감독이 따라야 할 것이다.

이는 결국 과도하게 부여되어 있는 현금서비스 한도액을 축소해야 하는 문제로 대두되며, 지난 98년 폐지되었던 현금서비스 한도액 제도를 부활하거나, 소득 또는 재산 기준에 따른 한도액의 설정 등이 명확히 이루어질 때 실현 가능한 목표이다. 그런 점에서 금감원은 현금서비스 한도액 책정 시 '신용도'를 반영하도록 카드사의 약관, 내규를 개선한다는 모호한 대책을 보다 명료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수수료 인하 명시적 언급 없다

최근 신용카드사들의 부당한 회원분류 문제로 핫 이슈로 떠오른 수수료에 대해 금감원은 전문기관의 원가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는 회원등급의 재분류를 통해서도 높은 수수료 수준이 유지될 경우라는 전제가 있다.

다시 말해 수수료 인하를 위해 직접 개입하는 방안 대신 회원의 80%를 최하위 신용등급으로 분류해 놓은 터무니없는 회원분류 기준을 시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며, 일부 신용카드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인하를 기대하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물의를 빚은 신용카드사들의 회원분류 기준은 올해 초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임의적인 조작의 결과이다. 따라서 그 기준을 재분류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일 뿐 고리의 수수료 인하를 치환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금감원의 대책은 이 지점을 모호하게 비켜가고 있다. 조달금리의 3배∼5배에 이르는 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율은 그 자체로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폭리이다.

신용카드 시장이 사채 시장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수수료는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또한 여기에는 신용대출, 담보대출을 망라하여 은행권의 대출이율이 8%∼13%에 불과하며 예대 마진율이 불과 5∼7% 내외인 시장금리의 현실이 보다 정직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과중채무자 갱생 알아서 하라?

금감원이 발표한 종합대책이 갖는 핵심적 한계는 헤어날 수 없는 빚의 나락에 빠져 버린 신용불량자, 과중채무자의 갱생을 위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110만명의 신용불량자가 있으며, 머지 않아 수십만명이 또한 그 대열을 잇게 될 전망이다. 물론 이들 모두가 개인적인 채무해결이 불가능한 과중채무자는 아니다.

그러나 사회병리 현상으로까지 일컬어지는 도피와 자살, 각종 강력 범죄가 발생은 또한 탈출구 없는 이들의 존재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갱생의 의지를 상실한 채 휘청거리는 이들을 방치한 채 병리현상의 치유는 불가능하다.

더 이상 낯선 존재들이 아닌 과중채무자의 갱생을 위해서는 다중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사회문제로 구조화되고 있는 과중채무에 대해 개인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추궁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개인 파산시 채무에 대한 면책의 범위를 완화하는 법원의 파산실무 기준변경은 일차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워크아웃 제도와 같은 개인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채무의 삭감, 분납, 연체이율 적용완화 등 사적화의를 활성화하는 방안의 검토도 필요하다.

아울러 채무상환을 중재하는 중재기구, 협상기구의 설립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미국의 NFCC(National Foundation for Credit Counselling)와 같은 기구처럼 채무상 과중채무자에 대한 상담, 재활계획수립, 채무협상 중재, 신용교육을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기구 설립이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실정만은 아니다.

금감원의 신용카드 대책 발표의 한편에는 벌써 영업위축, 시장왜곡 등을 내세우는 신용카드사업자들의 원성과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 반발의 강도가 거셀수록 대책은 그나마 더 수그러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규제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움켜잡아야 할 시점이다. 자칫 가계의 부실이 전체 경제의 부실로 확산되는 위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현시점에서 규제는 불가결한 대책이다. 짐승의 얼굴을 한 시장을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으로 바꾸기 위한 규제는 필요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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