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기준 카드발급 엄격제한
(편집자주)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과 남용으로 신용불량자가 이미 110만명을 넘어섰다. 경제활동인구의 10% 가량이 파산의 위기에 직면하고, 관련범죄가 급증하는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스톱 카드'(STOP CARD)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와 한겨레가 함께 신용카드 위기의 원인과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카드이용과 관련해 선진국과 우리나라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카드 발급’ 부분이다.
선진국에서는 금융거래를 통해 신용을 쌓지 않은 사람이 카드를 발급받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에서의 신용카드는 현금을 대신할 뿐 아니라, 신분증 구실도 겸하고 있다. 호텔 숙박, 렌터카 이용 등 일상생활에서도 신용카드가 없으면 옴짝달싹 못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미국은 신용카드 발급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데, 그 핵심은 `신용도’다.
신용도는 현금이 많다고 해서 높아지는 게 아니다. 금융거래를 통해 빌린 돈을 얼마나 제때 잘 갚느냐가 판단기준이다. 따라서 유학생이나 이민자 등 미국에서의 신용거래가 없는 사람이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보증인을 세우든지, 일정액의 돈을 예치해야 한다. 아니면 통장 잔액한도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직불카드를 받을 뿐이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와 대학생들은 부모 등 신용이 있는 다른 사람의 계좌에서 결제대금이 빠져나가는 `가족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가족카드의 경우, 카드사가 부모와 협의해 사용한도를 제한하고, 사용내역을 보호자에게 이메일 등으로 통보해 부모가 미성년자의 카드사용을 관리하게끔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는 신용카드 발급시 반드시 세대주나 친권자의 동의를 얻게끔 하고 있다.
발급이 어렵다는 것과 함께 과중채무자나 신용불량자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것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미국도 1980년대 경기호황 시기에 신용카드가 남용돼 수많은 개인파산자를 양산한 바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금액 일부에 대한 변제계획안을 만들어 법원의 승인을 받고 그 계획대로 변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탕감해주는 개인갱생절차법이 있어 범죄 등 더 큰 사회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또 소비자신용상담기구(CCCS) 등 비영리 민간기구들이 신용교육에서부터 채무상담, 재활계획 수립, 채무협상 중재 등을 종합적으로 담당해 재발방지에 힘쓰고 있다.
최근 민간갱생절차법을 도입한 일본에서는 이 법이 마련되기 이전에도, 미국처럼 법원이 신용카드 과소비자에 대해 빚의 10~20%만 갚으면 면책을 시켜주는 `일부 면책·변제제도’를 운영해왔다.
독일은 채무자와 채권은행이 사적 합의 절차를 거쳐 빚의 일부 변제나 상환을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하도록 하나, 합의가 되지 않으면 법원에 파산·면책신청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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