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기타(cc) 2002-05-28   850

<한겨레 공동기획④>신용카드 외국은 어떻게 하나

‘신용도’기준 카드발급 엄격제한

(편집자주)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과 남용으로 신용불량자가 이미 110만명을 넘어섰다. 경제활동인구의 10% 가량이 파산의 위기에 직면하고, 관련범죄가 급증하는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스톱 카드'(STOP CARD)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와 한겨레가 함께 신용카드 위기의 원인과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카드이용과 관련해 선진국과 우리나라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카드 발급’ 부분이다.

선진국에서는 금융거래를 통해 신용을 쌓지 않은 사람이 카드를 발급받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에서의 신용카드는 현금을 대신할 뿐 아니라, 신분증 구실도 겸하고 있다. 호텔 숙박, 렌터카 이용 등 일상생활에서도 신용카드가 없으면 옴짝달싹 못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미국은 신용카드 발급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데, 그 핵심은 `신용도’다.

신용도는 현금이 많다고 해서 높아지는 게 아니다. 금융거래를 통해 빌린 돈을 얼마나 제때 잘 갚느냐가 판단기준이다. 따라서 유학생이나 이민자 등 미국에서의 신용거래가 없는 사람이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보증인을 세우든지, 일정액의 돈을 예치해야 한다. 아니면 통장 잔액한도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직불카드를 받을 뿐이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와 대학생들은 부모 등 신용이 있는 다른 사람의 계좌에서 결제대금이 빠져나가는 `가족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가족카드의 경우, 카드사가 부모와 협의해 사용한도를 제한하고, 사용내역을 보호자에게 이메일 등으로 통보해 부모가 미성년자의 카드사용을 관리하게끔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는 신용카드 발급시 반드시 세대주나 친권자의 동의를 얻게끔 하고 있다.

발급이 어렵다는 것과 함께 과중채무자나 신용불량자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것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미국도 1980년대 경기호황 시기에 신용카드가 남용돼 수많은 개인파산자를 양산한 바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금액 일부에 대한 변제계획안을 만들어 법원의 승인을 받고 그 계획대로 변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탕감해주는 개인갱생절차법이 있어 범죄 등 더 큰 사회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또 소비자신용상담기구(CCCS) 등 비영리 민간기구들이 신용교육에서부터 채무상담, 재활계획 수립, 채무협상 중재 등을 종합적으로 담당해 재발방지에 힘쓰고 있다.

최근 민간갱생절차법을 도입한 일본에서는 이 법이 마련되기 이전에도, 미국처럼 법원이 신용카드 과소비자에 대해 빚의 10~20%만 갚으면 면책을 시켜주는 `일부 면책·변제제도’를 운영해왔다.

독일은 채무자와 채권은행이 사적 합의 절차를 거쳐 빚의 일부 변제나 상환을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하도록 하나, 합의가 되지 않으면 법원에 파산·면책신청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카드사 항변 “사채 방지하는 마지막 보루 역할”

카드빚 관련 범죄가 거의 매일 발생하면서 도덕적 비난을 받고 있는 신용카드사들도 나름대로의 억울함을 조심스레 호소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내수진작으로 침체에 빠졌던 국내경제를 살려내고, 신용사회를 구현했으며, 과세투명성으로 세원확보에 기여한 카드사의 `공’이 부작용에 묻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주장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높은 수수료율도 무이자 할부서비스, 놀이공원 무료입장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면 높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용불량자 문제의 경우도 소비를 절제하지 못한 개인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는데, 모두 카드사의 책임으로만 간주되는 분위기”라며 서운해 했다.

또다른 카드사의 관계자도 “직장이 없거나 담보가 없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급전을 빌려줘 이들이 사채(私債)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는 `마지막 보루’ 역할을 신용카드사가 담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여신금융협회 이보우 상무이사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신용카드 종합대책은 규제를 통해 상황을 급격히 바꾸어보자는 것”이라며 “업계에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드발급 제한, 현금서비스 한도와 수수료율 인하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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