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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권리
  • 200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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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김칠준 변호사 무기한 단식농성



"벌써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에 속해 있는 500여 레미콘기사들이 100일 이상 거리를 떠돌며 노숙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가족들도 궁핍과 불안 속에서 하루해를 보내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레미콘기사들은 회사와 대등한 힘을 가질 때 비로소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하지만 레미콘업체들은 절대로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며 레미콘기사들을 해고하고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사실 레미콘기사들은 대부분 노동운동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오직 새벽부터 밤늦도록 묵묵히 레미콘차량을 몰고 건설현장을 누볐던 나이든 노동자들입니다. 바로 이들이 여의도에서 노숙을 하며 노조를 인정하라고 외쳤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경찰의 해머와 쇠파이프였습니다. 레미콘업체들은 미온적인 정부의 태도에 편승해서 팔짱을 낀 채 이들이 제풀에 꺾여 모든 것을 포기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레미콘기사들이 노조를 인정받기 위해 치르고 있는 지금의 고통이 너무도 크기에, 차라리 노조를 포기하고 회사의 요구에 굴복하라고 권유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 김칠준 변호사가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언론사와 시민단체에 보낸 편지 중

김 변호사가 레미콘 노조에 목숨거는 이유

"제가 단식농성을 시작하게된 것은 레미콘 노동자들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아주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을 함께 하면서 이들에게 노조 설립을 권유했습니다. 심지어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비디오 테이프를 제작해 전국의 레미콘 노동자들에게 배포하기까지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민주노총과 함께 건설운송노조를 만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그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노조에 가입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끝까지 책임져야지요."

"레미콘 노동자, 노동조합이 인정될 때까지 단식농성을 계속하겠다"며 김칠준 변호사(43.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 운동 본부장)가 지난 12일 언론사와 시민단체에 보낸 편지에는 그의 절절한 심정이 배어있었다.

지난 6월 19일 여의도에서 농성 중이던 레미콘 노동자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손도끼를 앞세워 경찰이 휘두른 폭력. 노조신고필증을 받았고 지방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조차 적법한 노조임을 인정받았지만 협상에 응하지 않는 레미콘 업체들. 사용자들이 용역업체를 고용해 레미콘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일을 포함해 여러 건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발과 부실공사를 초래하는 불량레미콘 사용문제와 폐레미콘을 함부로 버리는 환경오염에 대한 고발조치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검찰.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노동부가 레미콘협회 회장이었던 유재필 씨를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검찰에 요구했지만 검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레미콘 노동자들의 지지부진한 싸움을 보면서 노조를 설립해야 한다고 나섰던 김변호사는 오히려 노조를 포기하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노조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노조는 레미콘기사들이 사람대접 받을 수 있는 토대이며, 건설업계의 부당한 관행을 개혁하는 첨병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레미콘기사들은 결코 회사와 대등할 수 없었습니다. 계약의 내용은 늘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했습니다. 레미콘기사들은 그 계약서에 서명할 것인지, 회사를 떠날 것인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어쩌다 계약의 내용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면, 회사는 계약을 해지해 버렸습니다.

이러한 관계에서 레미콘기사들의 근로조건(혹은 계약조건)이 열악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습니다. 그나마 과거 건설경기가 호황이었을 때에는 나았습니다. IMF 경제위기가 도래하고 건설경기가 불황을 맞게되자 레미콘업체는 그 부담을 레미콘기사에게 떠넘겼고, 레미콘기사들은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묵묵히 이를 수용해야 했습니다.

레미콘기사들이 낮은 소득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그것은 건설업계의 불공정한 계약관행입니다. 레미콘업체는 건설회사의 횡포로 인해 항상 정부고시가의 80% 가격으로 덤핑수주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레미콘업체도 힘있는 건설회사의 피해자였습니다.

그러나 레미콘업체들은 건설회사와 싸우려 하지 않고 그 손실을 레미콘기사들에게 전가했습니다. 불량레미콘의 공급을 통해서 그 손실을 보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레미콘업체가 불량레미콘을 폐기하지 않은 채 학교나 아파트, 지하철공사에 쏟아 부은 것은 우리사회 부실공사의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조는 레미콘기사들로 하여금 땀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최소한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의 부당한 관행을 개혁하고 부실공사를 감시하는 하는 우리 사회의 첨병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노조 인정될 때까지 농성 계속하겠다"

"작년 11월 레미콘 노동자 3000여명이 모여서 노조출범식을 가졌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들은 머리띠 묶는 것조차 쑥스러워할 만큼 '어설픈 노동자'였습니다. 그러나 불과 6개월만에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조직으로 거듭났습니다. 지난 6월 여의도에서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지만 레미콘 노동자들은 현재도 당산철교 아래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처음 1300여명이 시작한 파업대오가 이제는 500명밖에 남지 않았다. 많은 노동자들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떠나갔지만 남은 이들은 '노조가 인정될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 월요일부터 일부 레미콘 노동자들이 노조인정을 요구하며 전국 자전거 투어를 하고 있다. 또한 이용식 건설노조위원장은 지난 화요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김 변호사는 "가장 어려울 때 힘이 되어야 할 것 같아" 지난 12일부터 여의도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단식하기 힘들면 노숙이라도 계속하면서 레미콘 노조가 인정될 때까지 여의도를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단호한 마음으로 저의 결의를 밝히겠습니다 저는 레미콘업체들이 노조를 인정하는 그날까지 이 농성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기업과 근로자가 서로를 인정할 때만이 갈등과 타협의 줄다리기를 겪으면서도 끝내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저의 믿음을 실현할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물론 뜻 있는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이 싸움을 지지하고 함께 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간절한 마음으로 레미콘 업체들이 노조와의 협상에 응해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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