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기타(cc) 2001-12-18   1538

[보도자료] 하나은행과 청구의 사기대출을 고발합니다

하나은행 대출 피해자들의 소복 농성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겨울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는 900여명의 오디세이 오피스텔 분양자들이 한달 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소복농성 중 이다. 거액의 사기대출사건에 말려들었다는 이 들은 ‘사기대출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신용불량등재’와 ‘재산가압류’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측은 대출서류에 도장을 찍은 이상 대출금에 대한 책임은 분양자들이 전적으로 져야한다며, 채권회수를 위한 나머지 법적 절차를 준비중에 있다. 최근 주요 일간지와 MBC PD수첩 등에 보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사태의 해결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파격적 대출상품까지 제시되었던 ‘청구 오디세이’ 분양

사건은 97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청구는 경기도 일산 지역에 ‘청구 오디세이’라는 주상복합 오피스텔을 신개념의 주거공간이라며 대대적인 분양을 했었다. 97년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고, 오피스텔의 신화로까지 불리던 이 ‘청구 오디세이’ 분양에는 파격적인 대출상품까지 결합되어 서민들을 유혹했다. ‘트리플렉스’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대출상품은 당시 보람은행(현 하나은행)에서 시중금리(연리 14~15%)보다 저렴한 연리 11% 고정 금리로 중도금을 가구당 최고 9천만원까지 대출해준다는 것이었다. 이런 획기적인 조건이 명시된 광고에 청구 오디세이는 분양 첫날부터 3천명이 몰리는 성황을 이루었고 금새 1000여세대가 분양되었다.

그러나, 청구 오디세이 부지에 첫 삽을 뜨기도 전, (주)청구는 두 달 후에 부도가 나고 말았다. 황급해진 분양자들은 바로 은행으로 달려갔으나 어찌된 일인지 이듬해 2월 1차 중도금이 대출금으로 지급될 줄 알았던 통장에는 이미 대출금 전액이 분양 당일(주)청구로 모두 빠져나가고 단 한푼도 남아있지 않았다. 졸지에 가구당 3~9천만원, 총 260억원에 달하는 대출금은 한번 구경도 못해보고 연체 이자까지 붙어 분양자들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도장 찍자마자 전액 (주)청구로 인출, 피해자들 “사기대출” 주장

대출 피해자들은 이 것이 부도직전 (주)청구와 하나은행이 합작한 ‘사기대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의혹을 품는 부분은 당초 약정된 대출은 7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빠져나가는 중도금 대출이었으나 이상하게도 피해자들이 대출서류에 도장을 찍자마자 대출액 전액이 (주)청구 측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은행측은 피해자들이 받은 대출이 일시불로 지급되는 가계대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의 분양 광고물에 쓰인 문구만 믿고 찾아온 피해자들은 사람이 몰려 북새통인 틈에 은행직원들이 쳐놓은 동그라미 안에 도장을 눌렀지만 이미 그 속에는 (주)청구에 일시불로 대출금이 지급된다는 ‘대출 실행 동의서’에 출금 전표까지 섞여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대출서류를 작성하기도 전에 대출금이 (주)청구로 넘어간 사례도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사기대출 의혹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또한, ‘개가 왔어도 대출을 해줬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당시 청구와 은행은 손쉽게 대출을 해주었고, 싼 이자와 좋은 조건을 앞세워 적극적인 전화 홍보까지 하면서 대출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 때의 은행과 보증보험이 분양자들에게 대출을 해준 것은 청구에 대한 신용을 담보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2달 후에 부도 날 청구의 재무상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 은행과 보증보험사가 260억원이라는 큰돈을 마구잡이로 대출해주었다는 것은 상식상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나은행, “시위 참가하면 높은 이자 물린다”

지난 11월 9일, 서류상 불법사실을 밝혀내기 어려워 피해자들인 낸 ‘채무부존재’소송이 고등법원에서도 패소하고 말았다. 그러자 하나은행측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채권추심에 들어갔다. 하루에 5번 이상 하나은행 본점 직원들이 전화를 걸어 대출금 상환을 독촉하고 있으며, 재산에 대한 가압류와 ‘신용불량자 등재’도 이뤄지고 있다. 3천만원에서 9천만원에 이르는 대출금을 한 달만에 어떻게 구하냐는 피해자들의 호소에 론센타 직원들은 ‘어디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상환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주최로 열리는 시위에 참여할 경우 연체 이자율을 더 높이겠다는 협박성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다음은 실제 하나은행 본점에서 걸려온 전화를 녹취한 것이다.

하나은행 본점에서 걸려온 독촉전화 중 부재중 전화기에 녹음된 것 >> 음성듣기(Window Media 파일)

하나은행 론센타: 예 김 00손님 하나은행 본점인데요. 오늘 유치동산 가압류 접수했구요. 시위참가가 3번이상 되신 것으로 되어있네요. 아마 이율이 6% 적용이 안되고 다른 이율로 적용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 더 높은 이율이 적용된다는 뜻, 시위참가자들은 연체이자 11%보다 높은 19% 이자를 적용시킨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

은행측에 고발까지 당한 한 맺힌 시위대

소복 농성은 평일 오후 4시반까지, 토요일은 2시까지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이뤄지고 있다. 은행측은 커다란 차 두 대를 시위대 앞에 세워놓아. 본점에서 시위대가 보이지 않도록 해 놓았으며, ‘업무방해’와 ‘소음’ 등을 이유로 시위대를 고발해 놓은 상태이다. 피해자들은 지난 4년간에 걸친 법정 투쟁 때문에 재정상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고 은행의 계속적인 채권상환요구에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시위에서는 50대 가장이 분신을 기도하였고, 이 사건 이후에도 여기 저기서 ‘할복’이니 ‘자살’이니 하는 끔찍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사생결단’ ‘소복농성’ ‘영하 7도의 추위에서의 거리농성’ ‘신용불량자’ ‘가압류’ 등 소복농성단에게는 2001년 겨울의 현실은 참혹하기만 하다. 지극히 평범했던 이들의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은 하늘로 날아가버린 대출금 260억원 처럼 이미 신기루가 된지 오래이다.

얼어죽은 노숙자의 시체를 치웠다는 뉴스가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 농성단에게 유난히 추울 것이라는 이번 겨울은 길게만 느껴질 것이다. 지난 4년간의 거대 은행과의 싸움으로 이미 몸과 맘이 지쳐있는 이들..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보는 이의 마음이 져려 온다. 이제 쓰러지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 그들은 지금 사선(死線)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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