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교육 2008-01-29   1469

[대학등록금 1000만원시대 1-1] 등록금 탓 자살까지 서민에겐 ‘저승사자’

지난해 2월24일 서울 강동구 한복가게 주인 윤모씨(당시 40세)가 목을 맸다. 미대에 합격한 딸(19)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실패하자 목숨을 끊은 것이다. 지병이 있는 남편 대신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하던 윤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네. 힘들고, 날아가고 싶다”고 유서에 썼다.

등록금이 삶을 망가뜨리고 있다. 등록금을 만들려고 대출을 받고 카드빚을 낸다. 이러다보니 중산층은 서민으로, 서민은 신용불량자로 내몰린다. 경향신문이 참여연대와 공동기획한 등록금 시리즈 일환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의 15%가 휴학하고, 80%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이경미 민생팀장은 “정부 학자금 대출을 제때 못갚아 신용불량 딱지가 붙은 대학생이 3400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공립 대학들은 3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안을 내놨다. 최대 30%다.






▲ ©경향신문
▲ ©경향신문

사립대들은 두자릿수 인상안을 제시했다. 사립대의 지난 3년간 인상률은 6%대로, 물가상승률(2~3%)의 3배꼴로 뛰었다. 이에 따라 올해 대학 전 계열 등록금은 1000만원을 돌파할 것 같다. 자녀 둘을 대학에 보내느라 1억원을 빚진 김기수씨(51·경북 포항)는 “등록금 고지서가 저승사자같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물가인상과 국고보조금 감소, 시설투자를 등록금 인상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재단들의 적립금이 6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가 학자금을 대출하고 있지만 그 대상은 전체 대학생 300만명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자율이 7%대여서 상환에 큰 부담을 준다. 관공서와 대기업들이 임직원에게 자녀 학자금을 무상대출하고 있지만 그 대상자는 많지 않다. 학자금 대출에도 양극화의 그늘이 도사리고 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손을 놓고 있다. 등록금 책정권은 대학이 쥐고 있다. 등록금 상환제도 풀린 지 오래다. 방패는 없고 창만 있는 셈이다.






“학비마련 위해 과외 5곳 뛰죠” … 졸업 앞두고 휴학

지방 출신 김효식씨(가명·25·서울 ㅇ대 4년)는 최근 휴학계를 냈다. 같은 과 친구들은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그는 과외 5개를 ‘뛴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외 5개 가운데 4개는 과외중개전문업체로부터 소개받았다. 업체는 과외를 알선하는 대가로 과외비의 50%를 떼간다. 수수료치고는 많다 싶지만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매달 그의 통장에는 120만원이 입금된다. 그래도 일거리가 있으니 다행이다. 2005년 정년퇴직한 아버지에게 등록금을 바라기는 어렵다. 또 생활비만 해도 월 60만~70만원이다. 아무리 적게 써도 돈은 모이지 않았다. 그의 통장에는 100만원 남짓 남아 있다. 김씨는 “마지막 학기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감안하면 6개월 안에 900만원은 벌어야 하는데, 그럴 것 같지 않아 큰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입학 당시의 등록금을 생각하면 대학이 돈독이 오른 것 같다”고 푸념했다. 2001년에는 입학금을 포함해 290만원이었다. 지금은 한 학기 등록금만 430만원이다. 6년 새 50%가 오른 것이다. 해마다 등록금이 큰 폭으로 오르자 대학과 학생간 신경전도 벌어진다. 예컨대 남학생들은 군입대 전 등록금을 냈다. 제대 후 복학할 때 내는 것보다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학 당국도 꾀를 썼다. 등록금 인상률이 저축이자율을 넘어서자, 복학 때 해당학기 금액을 내도록 한 것이다. 김씨는 외제차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종종 목격한다. 김씨는 “그들과 내가 같은 학비를 내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기여입학제를 하면 등록금이 낮아질까 궁금해진다.

정부 대출은 아직 이용하지 않았다. 거기부터 손대면 취직하자마자 빚쟁이가 됐다는 느낌을 받을까봐서다. 아버지는 직장 퇴직 후 월 급여 120만원의 비정규직이 됐다. 매일 마포에서 수원까지 출·퇴근한다. 버스를 탄 뒤 지하철로 갈아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그 다음에도 1㎞쯤 걸어야 하는 직장이다.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멍해진다.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호강’을 안겨드리고 싶다. 하지만 96학번인 누나도 학원강사로 떠도는 처지다. 위기감을 느낀다.

올해도 학생회는 등록금 투쟁을 할 기세다. 하지만 투쟁수단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김씨는 “100원짜리로 등록금을 내거나, 농기구로 대납하겠다니 말이 됩니까”라고 반문했다. 인상률을 높게 불렀다가 깎아주는 척 낮추며 생색을 내는 학교도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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