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4-02-03   744

[두건이 긴급기고] 포돌이와 두건족 사이에 협조?

선거, 검열이라는 악령이 준동한다.

선거의 계절이다. 말도 많고 사건도 많은 선거 시기가 되면 이래저래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일 것이다. 특히 정치나 시사 관련 내용을 다루는 사이트의 운영자들은 선거가 무섭단다. 게다가 그 운영자들이 숨어서 암약을 하는 두건족이라면 더욱 그렇다. 작년 연말에 마지막 글을 날리고는 시치미 뚝떼고 지금껏 글을 쓰지 않다가, 이 두건이 불쑥 돌아온 이유는 내 족속의 괴로운 사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내 친구 복면이와 포돌이의 ‘협조공문’

내 친구 복면이는 시민단체 사이트 운영자다. 며칠전 메신저로 성질을 부리는 것이다. 왜냐고 했더니만, ○○경찰청에서 협조공문 하나 날라왔단다. 경찰청에서 왠 협조공문? 시민단체가 경찰이랑 협조할 일이 뭐가 있다고.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하! 선거 때가 돌아온 것이구만 하는 말이 절로 튀어 나왔다.

선거 때가 되면, 되어서는 안 될 놈들에 대해 네티즌들의 이런저런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니, 당사자들로서는 열 받을 일이다. 그 열 받음이 우리네 포돌이들에게 전염이 되는 것인지, 무슨 특별 단속반이니 뭐니 하는 것을 꾸려서 눈이 뻘개라 인터넷 사이트를 뒤진다.

내 친구 복면이네 단체 사이트의 어떤 글이 그러다가 걸려서 문제가 되었나 보다. 경찰은 그 글을 쓴 사람의 IP 주소를 알려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란다. 그런데 왜 ○○경찰청이냐고? 국정원 출신 고문기술자―누군지 웬만하면 알꺼다―의 지역구가 거기니까.

협조라… 우리 복면이는 그런 것에 전혀 협조할 마음이 없단다. 못된 놈 못됐다고 욕하는 것을 가지고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뒤를 캐겠다는 것인데, 그런 것에 협조라니. 그러나 법이란 게 있다고 하니, 마냥 개기기도 그렇고. 쓰불 뭐 같은 법. 어떤 내용인가라도 알아봐야겠다 싶어, 낑낑거리고 법률사이트를 뒤져 관련 법을 찾아보았단다. 그리고 알만한 변호사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아하! 그런데 시민단체는 해당사항이 없다네. 흐흐. 경찰이 수사상의 목적으로 인터넷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IP주소 공개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상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야 하는데, 시민단체는 그 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이게 이자들의 입장에서는 법률상의 공백일런지 모르겠지만, 뭐가 됐던 시민단체 사이트는 법적 의무의 해당자가 아니란 것이다.

득의양양, 자신만만해진 복면이, 얼굴 가득히 웃음을 머금고 실실 쪼개며 ○○경찰청에 전화를 걸다.

“우리는 알려줄 수 없네요. 꼭 필요하면 법원 영장을 받아오시던지.” (아싸! 통쾌한 것)

“뭐라고요…..”

“관련 법을 보세요. 우리는 IP 주소를 공개할 의무가 없잖아요?”

“그게 뭐 대단하다고, 전화번호 같은 건데 그냥 알려주면 되지.”

“예?”

(특히,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익명성을 지키기 위해서 위법할지라도 IP 주소 공개를 거부해야 하나 전전긍긍했던 복면이의 고민이 순간 “대단”하지도 않은 것이 되어 버렸다. 복면이는 경찰들이 IP 주소 공개를 전화번호부에서 전화번호 골라내는 것 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씩씩거린다. 그 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직결되는 것이라는 점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전화번호면 그냥 줘도 된다는 얘기야 뭐야… 복면이의 씩씩거림은 계속 된다. “주위에 변호사라도 있으니까 물어봤지, 그럴 만한 사정이 안되는 사람들은 쫄아서 경찰청이 달라는대로 그냥 IP 주소를 알려주었을게 아니냐”며 분을 가라 앉히지 못한다.

피곤한 일은 이제 그만, 인터넷을 자유롭게 하라.

나야,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고 있는 것이 아니니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선거철이 돌아오면, 인터넷 사이트에 정치인 비난 글을 올린 글쓴 이에 대한 정보 공개, 혹은 글 삭제를 둘러싸고 검·경찰 혹은 선관위와 사이트 운영자 사이에 무수한 신경전이 벌어지겠구나 싶다. 생각만해도 피곤한 일이다.

무책임하다 할 정도로 익명성이 지배하는, 그러나 그래서 새로이 민주주의의 부활을 기대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행위―사실 별건 아니다. 주로 글을 쓰는 것이다―를 검열하겠다고 덤벼드는 일이나, 또 그런 결과로 나온 불량 글을 추적하기 위해서 날아드는 각종 ‘협조공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전전긍긍하는 일, 이 모두 참으로 딱하고 피곤한 일이다. 제발 피곤한 일은 그만두고, 이제 인터넷을 자유롭게 하라.

뱀발. 역시 축적된 내공이 없이 당위만을 가지고 두건이로 돌아오니, 글이 부실하다. 훌쩍.

두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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