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교육 2009-11-23   881

취업 후 상환제,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가 19일 발표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시행 방안’에 대해 이종걸(국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주최로, 교과부, 대교협, 대학생, 시민사회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23일(월) 1시 30분, 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등록금넷은 이번 정부의 방안은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근본적인 해결책이 전혀 담겨있지 않고, 등록금액 상한제가 결합되지 않은 상환제는 학생들의 부담을 미래로 이전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 주제 : 정부의 취업후상환제, 무엇이 문제인가?
❍ 주최 :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종걸 위원장
❍ 시간 : 2009년 11월 23일(월) 오후 1시 30분
❍ 장소 : 연세대학교 상경대 201호

– 사  회 : 김동규 (한국진보연대 국장)
– 발제자 :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 팀장)
– 참여자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
             최수태 (교과부 교육선진화정책국장)
             박종렬 (대교협 사무총장)
             최주영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장경태 (민주당 대학생위원장)
 




다음은 이번 간담회 발제문의 주요 내용입니다.


“취업 후 상환제 시행방안, 대학생들 부담만 더 늘어났다”
– 취업후 상환제 시행방안 비평 및 제대로 된 해법 모색
           

안진걸(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1. 오히려 대학생 부담이 늘어났습니다.


11월 19일 정부에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관련,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학생, 학부모, 시민사회단체들이 줄기차게 이야기해온 등록금 후불제의 취지가 일부 반영된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등록금만 천만원 시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폭등한 등록금과 매년 물가인상률의 3~4배 이상 치솟는 등록금에 대한 통제와 개입 없이 취업 후 상환제만 시행하는 것은, 결코 등록금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부는 매우 획기적인 제도라고 홍보하지만,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내는 상황에서, 등록금액 상한제가 결합되지 않은 취업 후 상환제는 학생들 부담을 미래로 이전시키는 것에 불과합니다.


거기에다가 기존 저소득층 무상장학금과 이자지원 제도가 폐지됩니다. 또 대학들이 취업 후 상환제를 빌미로 등록금을 더욱 높게 올릴 가능성이 높아, 미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결정적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실제로, △현재 소득이 낮으면 낮을수록 오히려 미래 등록금 상환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됐고(기존의 저소득일수록 유리한 제도가 폐지됐기에) △취업후 상환이 시작될 때도 소득이 낮은 층일수록 더 긴 기간 동안, 더 많은 원리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정부의 시뮬레이션 결과,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남. 표 별첨함.)


또 이자율을 6% 안팎으로 적용한다고 합니다. 기존 이자지원까지 없어지는데 6% 안팎 고금리를 적용하니 원리금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모순적 결과를 낳게 된 것입니다. 이런 대책이 등록금 문제 해결책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2. 취업 후 상환제 빌미로 등록금 높일 가능성 다분… 상한제와 함께 실시돼야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번 취업 후 상환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미 폭등한 초고액 등록금과 앞으로도 계속 이루어질 높은 인상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치가 하나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 발표대로 등록금 부담을 획기적으로 해소하려면, 이미 엄청나게 치솟은 등록금과 매년 물가인상률의 2~4배씩 뛰는 높은 등록금 인상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에 등록금넷과 학생, 학부모들은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대학들이 취업 후 상환제를 빌미(‘나중에 돈 벌어서 내면 되니까’라는 논리로 마구 올릴 가능성이 높고, 벌써부터 그런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로 등록금을 더욱 높게 올릴 가능성이 높기에 취업 후 상환제가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학들의 폭리만 보장해준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입니다.


등록금 상한제 없이 취업 후 상환제만 실시되고, 대학들이 지금까지 관행을 유지한다면 학생들 원리금 부담은 더욱 커질 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됩니다. 원리금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미상환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그것은 모두 정부의 재정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언젠가는 검토하게 돼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안착화를 위해서도 등록금 상한제는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대학재정에 대한 엄밀한 분석을 통한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정부와 대학 차원에서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여 등록금을 사회적으로,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책정하는 것만이 등록금 문제의 제대로 된 해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록금에 대한 통제와 인상 억제 장치 없이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정부가 분명히 알아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취업 후 상환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도 모두 등록금 상한제를 동시에 실시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안민석 의원(민주당), 권영길 의원(민주노동당) 등의 등록금 상한제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습니다. ‘친서민’이라는 정부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입니다.



3. 저소득층일수록 부담이 늘어나는 제도


등록금 상한제가 빠진 부분과 함께 저소득층들 부담이 오히려 증가하고, 이자지원이 아예 폐지되고, 6% 안팎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이는 이자율도 큰 문제입니다.


정부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통해서 가난의 대물림을 단절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저소득층의 부담을 가중시켜 가난의 대물림을 더 심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지원하던 무상장학금을 없애고,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도 없애버렸습니다.


저소득층과 이자지원을 받던 소득 7분위까지의 대학생들(현행 학자금 대출 제도에서는 소득 3분위까지 무이자, 소득 4-5분위이는 4% 이자 지원, 소득6-7분위는 1.5%이자 지원) 처지에서는 부담이 오히려 증가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상환 개시 기준소득(취업 후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는 기준이 되는 소득)을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1592만원으로, 상환율을 20%로 책정했는데, 최저생계비를 겨우 벌었는데 20% 상환율로 상환을 시작해야 하므로 소득이 적은 사람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최저생계비는 정부의 사회보장적 기준을 정하는 정책기준이어서 정부의 재정능력을 감안하여, 낮게 책정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최저생계비가 될 수 없어 법원에서 파산회생절차시 인정하는 최저생계비는 보건복지부가 위법에 의하여 정하는 최저생계비의 150% 선에서 정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의 최저생계비와 유사하게 빈곤선의 소득을 기준으로 상환기준소득을 정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빈곤선의 소득을 그대로 상환기준소득으로 하지 않고 150%를 가산하여 상환기준소득으로 하고 있는 점도 참조할만합니다. 우리의 가족규모가 평균 4인 가족이고 우리 파산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할 때 대략 2,400만원 정도가 상환기준소득이 되는 것이 가장 적당할 것입니다.



또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6% 안팎의 이자율이 아주 큰 문제입니다. 다른 정책금리는 2~4%를 적용하면서, 가장 공공적인 영역인 교육관련 금리는 6% 안팎 고금리를 적용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의 채권발행 금리보다 더 많이 받아서 이윤을 남기겠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6% 안팎의 고금리를 적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존 이자지원까지 전격 폐지하면서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학생, 학부모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감하게 무이자로 하거나 최소한의 정책금리를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등록금후불제를 실시하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도 국가를 이끌어나갈 인재를 육성하는 고등교육에서, 그 인재의 출신이나 경제적 수준 등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기회균등을 보장한다는 철학과 정책적 지향으로 무상장학금 제도를 광범위하게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저소득층 자녀에 대하여 무상지원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무상지원 범위에서 제외된 부분에 대하여는 취업 후 상환제를 적용하는 병존적 추진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또 취업 후 상환이 시작됐을 때 소득에 따라 이자율을 차등 책정하는(저소득 상환자일수록 이자율을 낮춰주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4. 취업 후 상환제 도입 취지를 훼손하는 내용들도 새로 추가


애초 발표와 달라진 부분도 문제입니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했던 초안과는 달리, 졸업 후 3년이 지났는데도 상환실적이 없으면 강제징수와 일반대출로 전환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문제입니다. 물론 소득은 없지만 재산이 아주 많은 경우에는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취업 후 상환제의 핵심취지가 취업해서 소득이 발생하면 등록금을 차근차근 갚아나가는 것이라고 봤을 때 강제징수와 일반대출 전환은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 소득인정액이 기준소득의 1.5~2배만 되면 강제징수, 일반대출로 전환한다는 것도 세심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제시하는 상환기준소득의 1.5배에서 2배라면 2천만원대 초중반의 소득인정액인데(4인가족 최저생계비 1592만원*1.5=2,388만원), 그런 경우라면 명백하게 저소득층에 해당합니다. 그런 계층들에게까지 강제징수나 일반대출을 실시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 것입니다. 충분히 재산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강제징수나 일반대출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1만5천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졸업 후 3년 동안 취업이 안 된 것도 서러운데 강제징수, 일반대출까지 실시하게 되면 또다시 이들이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대학생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놓고, 졸업생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입니다.


또 최장 25년간 상환의무를 지던 데에서 벗어나 상환의무기간 설정을 아예 폐지한 것도 명백하게 ‘등록금 후불제’의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국의 경우는 50세까지만 상환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애초에는 최장 25년간이라고 명시했는데, 이를 아예 빼버린 것입니다. 평생 동안 상환의무를 지게 되고, 노인이 되어서도 대학시절의 ‘공공적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처럼 정부의 등록금 대책, 즉 취업 후 상환제 시행방안은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등록금 후불제와 비슷한 제도가 생긴 것은 분명 다행한 일이지만, 오히려 대학생들 부담이 가중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던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가짜 서민정부라는 비판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 주무 부서인 교과부야말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학생-학부모, 전문가들의 여론을 수렴해야 할 것입나다.


지금이라도 진정 학생, 학부모들의 입장에 서서, 그리고 교육의 공공성과 국가책임 강화라는 원칙하에 취업 후 상환제 시행방안을 전면 수정하고, 등록금 상한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합니다. 그 길 말고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교육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그런데, 등록금으로 인한 우리 학생, 학부모들의 고통과 부담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존재 의의가 없습니다.






091123 등록금넷_취업후상환제간담회.hwp등록금문제해법(11.23간담회)_안진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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