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교육 2009-11-05   942

등록금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정부의 ‘취업후 상환제’

“등록금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말하더니, 정부가 국민을 속여도 되나?”
등록금 문제 해결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취업후 상환제(ICL)’ 시행 방안

– 취업후 상환제의 개선을 요구했는데, 낮은 기준소득, 강화된 상환방식으로 오히려 개악돼
– ICL실행계획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또 반드시 등록금 상한제와 함께 도입해야


오늘(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안민석 의원실에서 입수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이하 ‘ICL’)의 구체적 시행 방안이 공개되었다. 정부가 ‘학자금 안심 대출’ ‘등록금 문제가 다 해결된 셈’이라고 홍보해왔던 것과 달리 학생-학부모들의 부담이 여전한 시행방안이 마련됐다는 사실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동안 등록금넷은 각종 기자회견, 토론회, 정책의견서 발표 및 취업후 상환제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안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ICL’제도의 개선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오히려 1500만원이라는 낮은 기준소득 제시, 높은 청년실업률을 반영하지 않은 강화된 상환방식으로 개악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채무불이행률을 10%로, 등록금 인상률을 3%로 가정하는 등 비현실적으로 제도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취업후 상환제의 안착화 여부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대로 시행된다면, 등록금 문제 해결은 커녕, 등록금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ICL’제도가 지금 알려진 것처럼 시행된다면 등록금 문제의 해결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당초의 평가 수정이 불가피하며, 전국의 학생, 학부모, 시민들은 다시 한번 제대로 된 등록금 대책을 요구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발표된 ‘ICL’의 문제점은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다.


◦ 총평
이번 계획안을 보면, 정부가 매우 부실하게 이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국가 채무 급증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자, 엉뚱하게 등록금 문제에 불똥이 뛰고 있다. 즉 졸업한 대학생들에게 혹독한 상환조건을 내걸어 학자금 상환율을 높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제도 설계안은, 등록금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지속시키는 제도, 정권의 남은 3년 기간동안만 유효한 ‘3년짜리 정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제도 도입의 목적이 등록금 문제 해결이 아니라, 정부의 ‘서민 행보’ 홍보용이었단 말인가. 현행 설계안을 즉각 폐기하고 제대로 된 ICL 제도, 그리고 등록금 상한제와 국가 재정의 획기적 지원 방안을 어서 국민들 앞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 미상환시 강제 징수 혹은 일반대출로의 전환 도입은 ‘ICL’ 도입 취지를 유실시키는 대책
정부는 졸업 후 4년이 지나도 상환이 시작되지 않으면, 재산 조사를 통해 강제 징수하거나, 일반 대출로 전환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정소득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없고, 최장 25년간 장기간 상환하겠다는 초기 발표에서 한없이 후퇴한 것이다. 이는 졸업 후 3-5년동안 취직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은 상황, 높은 청년실업률을 고려하지 않은 계획일 뿐만 아니라, ‘ICL’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계획이다. 일정 소득이 발생한 후 소득의 초과분을 상환한다는 것이 ‘ICL’의 핵심이건만, 이를 결정적으로 수정한 것이다. 만약에 정말 이렇게 된다면, 등록금 부담이 없어졌다, 등록금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해온 정부의 설명은 국민을 속여온 것이나 다름 없다.


◦ 채무불이행률 10%, 등록금 인상률 3%라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설계
정부의 재원 추계에 따르면 정부는 등록금 인상률은 3%, 채무불이행률을 10%로 예상하고 있다. 아주 비현실적인 설계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등록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 정도로 예상한 것인데, 해마다 물가상승률의 3-4배씩 등록금이 인상되고 있는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예상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인상률에 대한 합리적 제한 장치를 함께 발표했어야 맞다. 정부는 등록금 및 1인당 교육비 산정 근거 등에 대한 정보 공시, 등록금 인상률을 반영한 차등 지원을 통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권고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면, 지금까지 등록금 문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학 재정의 등록금 의존율이 대단히 높은 현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뻥튀기 예결산을 통해서 그 차액을 이월금으로 남기고, 대학 경쟁력이라는 미명아래 수천억원을 적립금으로 쌓아 놓는 현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지금의 높은 등록금 의존율과 등록금 인상률은 해결될 수 없다.

국가의 재정지원 획기적 확대와 등록금 상한제 도입이 절실한 이유이다. 또 채무불이행률 10%도 높은 청년실업률을 감안한다면 잘못된 예측이라는 것을 쉬이 알 수 있다. 2009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이 76.4%에 불과한 상황인데, 어떻게 채무불이행률이 10%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비정규직 청년들까지 포함된 취업률이라고 했을 때, 70%를 상환율로 잡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현실적인 상환율 예측에 기반한 국가의 재정 지원 확대, 조기 상환 인센티브 도입 등을 통한 구체적인 상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할 것이다.

 
◦ 1500만원이라는 낮은 상환 기준 소득, 20~30%에 달하는 상환율 설정의 문제
학자금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인, 기준소득 수준을 최저생계비에 맞춘 것도 너무나 터무니없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최저생계비는 국민들의 최저생계 보장을 중심으로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사회보장정책상의 기준으로 정부의 재정능력을 감안해서 책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최저생계비로는 ‘최저생계’조차도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론이다.

그럼에도 최저생계비 100%를 상환 기준 소득으로 설정한다면,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 청년들은 최저생계도 보장되지 않는 금액으로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큰 문제가 발생하고야 만다. 대졸평균초임, 해외사례를 반영하여 현실적인 기준 소득을 마련해야 이 제도가 실효성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등록금넷은 빈곤선의 소득을 기준으로 150%를 가산해서 상환기준소득을 정하는 미국의 예를 들어, 학자금 상환 소득 기준도 최소 최저생계비의 150%이상에서 책정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상환 기준 소득은 제시된 안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 또 상환기준소득을 초과하는 소득에서 상환하는 비율인 상환율도 20에서 30%까지 잡은 것도 지나치게 높다. 장기간 상환이라는 취지에 비추어 상환율을 10%대로 조정하거나, 소득수준에 맞추어 본인이 일정한 기준하에 선택하게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 높은 이자율, 무상 장학금 후퇴 문제도 여전해
지난 7월 30일 ‘ICL’ 도입 발표 이후, 등록금넷은 높은 이자율, 무상 장학금 후퇴 문제에 대해서도 꾸준하게 지적해왔다. 5%가 넘는 이자율은 과거 학자금 대출제도보다는 내렸다고 하나, 교육의 공공성과 국가책임에 비추어보면, 그리고 장학사업의 용도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높은 이자율이다. 이마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되므로 5%가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이자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졸업자들의 상환부담액이 높아져간다는 점을 감안하고, ‘헌법상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고려하여 과감하게 무이자는, 2%대의 저리가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무상 장학금 축소 또한 부적절하다. 지난 9월 25일 진행된 교육관련 당정회의에서도 무상장학금 지원 폐기로 인해 저소득층 지원이 축소되는 문제에 대한 지적과 함께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생활비 지원 현실화, 생활비 지원 대상 확대 등이 요구되었다고 한다.

취직 이후에 상환하는 것이므로 저소득층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교과부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이 갑자기 고소득층이 되기 어려운 현실 조건에서 지원 규모 축소의 피해는 고스란히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것은 뻔한 일이다. 계속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번에도 아무런 개선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높은 이자율, 무상 장학금 지원 축소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처럼 ‘누더기 ICL’을 만들어놓고는 등록금 해결책이라고 우기고 있다. 현 등록금 문제의 핵심은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액과 해마다 물가상승률의 3-4배씩 폭등하는 등록금 인상률에서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의 획기적 재정지원과 그에 연동된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후불제 도입이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등록금 상한제는 도입하지 않고 등록금 후불제만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그나마 진전된 안이라고 이를 환영했던 학생-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누더기 ICL’에 대해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취업후 상환제(등록금 후불제)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알려지고 있는 안은 등록금 문제의 해결책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부는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 등록금으로 오랬동안 고통받아온 학생,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진정성을 바탕으로 다시 ICL제도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가 나서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2010년 고등교육예산 획기적 증액, 등록금 상한제가 결합된 ‘ICL’, 그리고 제대로 된 ICL방안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091105등록금넷_취업후상환제구체실행계획에대한논평.hwp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