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8-12-19   854

[기획] ‘720만 빈자의 은행’ 정부재정으로 설립을

참여연대-한겨레 공동기획 4부-②
민생뉴딜 서민경제살리기 긴급제안

참여연대와 <한겨레>는 여러 민간 연구소 및 사회단체의 도움을 받아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민생에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의 ‘민생 뉴딜’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실업·고용 대책, 교육, 의료, 공공요금, 소상공인, 서민금융 분야 등에서 서민들이 실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심층진단하고, 현 시점에서 당장 절실한 대책이 무엇인지 집중탐구 합니다.(자문기관 참여사회연구소, 사회공공연구소,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희망제작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에듀머니) 2008. 12.

‘720만 빈자의 은행’ 정부재정으로 설립을

현재 소액대출 재원 모두 합쳐도 500억원 불과
대출기금 통합·확대 ‘생활안정기금’ 조성해야
민간 마이크로크레딧 활성화 법적 지원도 시급

‘금융 소외자에게도 은행이 필요하다!’
시민사회 단체와 전문가들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720만명의 금융 소외자들이 긴급한 생활자금과 창업자금을 빌릴 수 있는 제도와 기관을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에게 무담보로 소액 대출을 받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고금리 사채의 덫에 빠지는 것을 막고 자활의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에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침체로 카드사태 때처럼 금융 소외자가 대규모로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재원은 여전히 민간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 재정을 통한 적극적 지원에는 소극적인 태도다.

720만명이 은행 문턱 못 넘어 정부는 현재 ‘금융 소외자’ 곧 은행돈을 빌릴 수 없는 7~10등급의 저신용층 인구를 72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의 30%나 되는 수치다.

저신용층은 의료비, 학자금, 생계비, 사업 운영자금 등 소위 ‘급전’이 필요할 때 연리 30~40%가 넘는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마저 안 되는 이들은 연리 수백프로의 불법 대부업체로 내몰린다. 한번 고금리 대출을 쓰면 불어나는 이자 때문에 다시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금융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사금융 시장 규모는 16조5천억원(2008년 5월말 현재)에 이른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저신용층이 ‘약탈적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방치하면 가계파산 급증, 절대적 빈곤층 증가 등으로 사회적 기회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며 “수익성, 연체율 같은 제도권 금융의 시장논리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적 삶의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 충무로 사회연대은행에서 지난 16일 한 대출 신청자(뒷모습)가 대출상담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720만명으로 추정되는 금융소외자들에게 긴급한 생활자금이나 창업자금을 빌릴 수 있는 제도와 기관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수요 비해 재원 턱없이 부족 지난 2~3년 동안 금융 소외자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생겨나면서 이들에 대한 소액대출 제도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특히 휴면예금 관리재단(소액서민금융재단)이 올해 초 2600억원 규모로 출범하면서 지금까지 270억원 정도를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들 △신용회복위원회의 ‘소액금융 지원’ 사업 △자산관리공사의 ‘한마음금융 마이크로파이낸스’ 등에 지원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서는 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모든 기관을 합쳐도 재원이 500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사금융을 뿌리뽑기는커녕, 사금융 시장의 5%도 대체할 수 없는 규모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소액금융 지원’ 사업 재원이 230억원인데, 500만원씩 4천명에게 대출을 해주면 끝”이라며 “현재 신복위에서 신용회복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만 76만명이고, 이들 모두 대출받을 수 있는 데가 여기뿐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으로 규모 대폭 늘려야 현재 금융 소외자 신용대출 사업의 재원은 휴면예금관리재단, 은행·대기업의 기부금 정도밖에 없다. 휴면예금 관리재단은 올해 초 소액예금을 모두 원소유자에게 돌려준데다, 그나마 원금은 사용하기 어렵도록 제도화돼 있어 한 해 지원금이 300억원 정도를 넘기 어렵다. 기업·은행의 기부금도 경기침체로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서민금융 재원으로 거론됐던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관리기금 잉여금(공적자금 회수한 돈)도 정부 몫 6조원은 이미 국고로 귀속됐다. 그나마 은행들이 자신들 몫 6700억원을 신용불량자 채무재조정을 위한 ‘신용회복기금’에 내놓은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 기금을 이용해 ‘소액 서민대출 은행’을 전국 광역시와 도청 소재지에 하나씩 설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해결하자면 결국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송태경 처장은 “정부 재정을 투입해 공적금융의 형태로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약탈적 대출에서 비롯된 폐해를 떠안는 것이나 전면적 사회보장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셈”이라며 “휴면예금 등은 보조적 수단이고 주요 재원은 재정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송 처장은 정부가 재정으로 최소 5조원 규모의 ‘생활안정기금’을 조성해 서민과 저소득층에게 장기저리 대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연대은행의 이종수 이사는 “모든 사람에게 금융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빈자의 은행’이 필요하다”며 “서민은행 설립과 함께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 활성화를 위한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서민 줄파산 막기 프리워크아웃 필요”

저소득 주택담보 대출자
원리금 깎아주고 금리인하
금융사 손실은 정부서 보전

»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 현황지난 5~6년 부동산 붐에 올라탔던 서민 가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경제난이 이어지면서 소득이 준데다 부동산 가격마저 급락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저소득 가계의 줄파산을 막자면 ‘민-관 합동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제도는 저소득 주택담보 대출자로 한정해 금융기관이 원리금(대출 원금과 이자)을 줄여주고 금리도 깎아주는 대신,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정부가 재정으로 보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9월 현재 주택담보 가계대출 잔액은 252조원으로 3년여 만에 1.5배나 늘었다. 상당수 가계가 부동산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실제 가계가 연간 갚아야 할 대출 이자는 약 50조원으로, 전체 가처분소득의 10%나 된다. 국민·우리·신한·하나·에스시(SC)제일·농협 등 여섯 은행 자료를 보면, 연소득 2천만~1억원인 주택 담보대출자의 경우, 소득의 20.7%를 원리금을 갚는 데 쓰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이 비율(원리금 상환 부담률)은 15.3%에 그쳤다. 가계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저소득 가계의 고통은 더욱 심하다. 연소득 8천만~1억원인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률은 15.7%이지만, 연소득 2천만~5천만원 가계는 22.3%다. 부동산 거품 붕괴가 빨라질수록 소득이 낮은 가계의 파산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 대출 가계에 대한 정책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별도의 재정 지원이나 국민주택기금 일부를 전용해 저소득층의 파산 위험을 줄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보다 앞서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겪은 미국에선 서민 가계의 대출 원금 삭감과 대출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 재정으로 모기지회사 발행 채권을 대거 사들여 대출금리를 떨어뜨리고 있다. 영국 정부도 주요 은행 등과 합의해 저소득자에 한해 최장 2년 동안 이자 일부를 유예하고, 이에 따른 금융회사의 손실은 정부가 보전해 주는 ‘민-관 합동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시중금리에 따라 대출 지급 이자가 달라지는 ‘변동금리형 대출’ 편중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 현재 주택담보 대출의 95%는 변동금리형 대출로, 시중금리 급등기엔 가계 부실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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