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교육 2010-01-17   788

‘등록금 상한제’, 온 국민이 지지하고, 지켜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등록금 상한제 반대 발언, 그리고 18일(월) 등록금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10시부터 원포인트 본회의를 앞둔 가운데, 국회 교과위 야당 의원들과 등록금넷은 17일(일) 오후 3시 국회 정론관에서 다음과 같이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자회견문]

대통령께서 하실 일은 ‘등록금 상한제’에
‘시비’거는 것이 아니라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많은 문제점을 시급히 수정하는 것이어야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이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야당 국회의원과 대학생·시민단체에서 3년여간 한 목소리로 주장해왔고, 교과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수십 일을 논의하고 사흘 밤을 뜬눈으로 지새며, 토론을 거듭한 끝에 합의한 등록금 상한제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정작 본인은 대학 총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등록금을 동결할 것을 종용하면서 한편으로는 등록금 자율화 이후 20여년간 5배나 뛰어오른 고액 등록금을 걱정해온 학생·학부모, 시민사회와 국회가 함께 일궈낸 등록금 상한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대학총장들과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식사를 하면서 던진 몇 마디의 말로 불면의 밤을 지새운 노력도, 350여만 대학생의 피끓는 외침도 간단히 무시해버리는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며 우리는 법치국가가 아닌 왕정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각마저 든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반값등록금’을 약속했다. 등록금을 깎아서 반으로 만들지는 못할망정, 등록금액 상한제 합의를 무산시킨 데 이어, 앞으로는 등록금 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국가가 그동안 소홀히 했던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을 늘리자는 최소한의 여야 합의까지 반대하는 모습은 ‘반값등록금 대국민 사기극’의 절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도서관 대신 일터에서 청춘의 시절을 보낸 학생들이 눈물을 머금고 휴학계를 제출하고, 급기야 꽃다운 목숨을 내던져야 했던 고액 등록금 문제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가 실시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 원리금을 길게는 2~30년간 멍에처럼 지고 살게 하는 부담과 고통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등록금 상한제는 적어도 대한민국의 장래를 짊어지고 갈 청년들의 어깨 위에 놓일 짐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것이다. 대신 그동안 방기했던 국가의 책임을 높이고, 방만한 대학운영으로 몸집 불리기 경쟁에 치중했던 대학들도 상식과 이성을 찾자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런데 등록금 상한제 도입에 발맞춰 진정어린 마음으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고민해야 할 대통령이 대학총장들과 함께 ‘대학의 자율’을 운운하면서 등록금 상한제의 본질을 호도하는데 직접 나서는 모습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학생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개탄스럽다. 진정한 대학 자율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이 지성과 학문을 창달하는 일이지, 학생-학부모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범사회적 요구를 무시하는 ‘자율’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닐 것이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를 논의하는 동안 야당은 양보에 양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정책금리에 비해 턱없이 높은 이자율을 낮추고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을 요구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복리 적용을 반대하고 너무 낮게 책정된 상환소득기준도 높여보려고 나흘간 밤을 새워 토론하면서 설득했지만 거대 여당과 정부가 내세운 견고한 장벽 앞에서 소수 야당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는 시행을 앞두고 지난 6개월간 홍보하던 내용과는 달리, 갑자기 신청 자격조건을 C학점에서 평균 B학점 이상으로 조정해 적게는 15만명에서 많게는 30여만명 가량의 학생이 아예 신청자격을 박탈당해 전혀 이 제도의 혜택을 못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입생에게는 수능 6등급 이상으로 신청 자격을 제한한 것도 큰 문제다. 너무 가난해서 공부를 못하게 된 것도 슬픈 일인데, 취업후 상환제 신청자격까지 박탈하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가혹한 일이다. 남학생의 경우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이자가 꼬박꼬박 쌓여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그 순간까지 이자를 꼭 물려야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할 일은, 등록금 상한제에 재를 뿌릴 것이 아니라 이렇듯 많은 문제가 드러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를 어떻게 수정·보완할지 즉시 대책을 지시하는 일일 것이다.


지난 해 연말 등록금 상한제도 병행하지 않고 학생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문제투성이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를 정부와 여당의 요구대로 고분고분하게 원안대로 통과시켜주는 ‘통법부’가 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야당은 자칫 1학기 시행이 무산될 뻔한 책임을 뒤집어써야 했다. 하지만 야당은 책임 공방에 앞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를 이제라도 제대로 논의할 기회가 마련된 것으로 보고 여당과 머리를 맞대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최소한의 성과로서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심의위원회,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지원확대 등의 내용이 담김 고등교육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어렵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법안들이 지니는 합의의 정신과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 만약 한나라당이 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면 최소한의 정치 도의도 망각한 채 신뢰관계를 뭉개는 모리배 집단으로 전락함은 물론이요, 고액의 등록금 고통에 신음해온 국민의 준엄한 심판의 대상이 될 것임을 미리 경고한다. 적어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하나의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이라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연연하기보다는 입법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국회와 의원의 권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매년 등록금을 올리려는 대학들이 법과 제도에 앞서 대통령의 입을 바라봐야하는 기가 막히는 현실은 더 이상 연출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민들의 호주머니에만 주로 의존했던 대학재정의 책임을 국가와 대학이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소중한 의미는 슬그머니 뒤로 감춘 채 등록금 상한제를 대학을 옭아매는 장치로 호도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을 움직여 등록금 상한제를 무산시키고 여야의 신뢰 관계를 파탄냄으로써 국회를 노리개로 전락시킬 생각은 아예 접어두어야 한다. 본인이 반대한다면 당당하게 거부권을 행사하고 온전히 국민의 심판을 받기를 바란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야당 소속 의원들은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와 더불어 등록금 상한제가 국회에서 처리되는 순간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




 



2010년 1월 17일


이종걸, 안민석, 김영진, 김진표, 김춘진, 최재성, 이상민, 권영길 의원


등록금 대책을 위한 전국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등록금넷)


등록금상한제지키기.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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