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동통신 3사, 왜 ‘알뜰폰’까지 장악하려 하는가? / 안진걸
한겨레 | 입력 2014.05.28 18:40
현재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여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되어 있는 에스케이텔레콤(SKT)의 2013년 매출은 16조원이 넘고, 순이익은 1조6000억원을 넘었습니다. 엄청난 매출과 순이익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국민들이 누려야 할 저렴한 통신요금의 혜택과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이라는 원칙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킨 대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는 “전기통신역무의 요금은 전기통신사업이 원활하게 발전할 수 있고 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독과점의 횡포를 즐겨온 이동통신 3사가 이번엔 알뜰폰까지 장악하려 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알뜰폰 가입자가 300만명을 넘어서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5%를 넘어서자 다시 자신들이 알뜰폰까지 장악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알뜰폰도 궁극적으로 가격경쟁이 사라지고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과 폭리, 담합이 재현될 것입니다.
올해 초 케이티(KT)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자, 통신소비자·시민단체·경제민주화 운동 단체들이 이를 적극 반대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케이티는 결국 알뜰폰 진출 선언을 미룬 바 있는데, 이번엔 엘지(LG) 유플러스가 공식적으로 알뜰폰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정부 당국이 에스케이텔레콤이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사업(사업개시일 2012년 6월)을 할 수 있게 해준 것부터가 화근이었습니다. 최근 에스케이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에 알뜰폰 업체인 에스케이텔링크로의 번호이동 수가 정지 전보다 2배 늘어났다는 것만 봐도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 진출의 위험성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알뜰폰 업체들과의 경쟁에 여러 가지로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본사의 시장점유율 감소를 막는 수단으로 악용됩니다. 결국 빠르게 알뜰폰 시장을 장악해 기존의 알뜰폰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시민·소비자들의 편익도 침해하게 될 것입니다. 3사가 저렴한 요금제에 의지가 있다면, 자사의 통신 요금을 대폭 인하하거나 알뜰폰 사업자들에 대한 망 도매가를 대폭 인하하면 되는 것이지, 기존의 27개 알뜰폰 기업과 수만명의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짓밟으면서 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정부 당국은 이동통신 3사의 횡포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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