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농심의 갑질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판매장려금 통한 불공정행위 인정 관련 논평

농심의 갑질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판매장려금 통한 불공정행위 인정 의미 있어  

하지만 최초 신고 후 2년 7개월만의 매우 늦은 결정은 큰 문제

또, 매출 2조원대 대기업에 겨우 5억원 과징금은 사실상 봐주기 한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 3. 6일 (주)농심에 대해 거래상지위남용 행위를 이유로 과징금 5억원 부과 및 시정명령 처분을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참여연대·민변민생경제위원회·경제민주화네트워크·전국을살리기비대위·농심특약점협의회는 매우 뒤늦은 조치지만 농심의 불법·불공정 행위가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농심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소매점에 판매하는 특약점들과(농심특약점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 이헌욱 변호사, 신고 담당 : 양창영 변호사)는 2012. 7. 19 농심의 판매장려금 정책과 이중가격정책은 판매목표강제, 거래상지위 남용, 가격차별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농심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 신고가 있던 해인 2012년 대선에서는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약속했고, 또 얼마지나지 않은 2013년 봄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을들의 눈물겨운 사연들이 터져 나왔고 갑을문제가 온 나라에 뜨거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사건을 통해 ‘을’들의 눈물과 아픔을 세상에 알린 신고인들의 눈물을 조금이라고 닦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최초 신고 후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이 있기까지 무려 2년 7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속한 조사와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바람에 어느 신고인은 농심본사 앞에서 목숨을 건 단신을 진행했어야 했고, 또 다른 신고인은 농심과 거래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이 쌓여 결국 농심과의 거래가 어쩔 수없이 중단되고야 말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고인들이 운영하는 특약점이 이익을 남길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농심의 판매장려금 정책은 결국 판매목표 강제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데, 이부분은 의미가 큽니다. 즉 이 사건은 판매목표미달 시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을 미지급한 행위라도 대리점에 적정한 마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목표달성에 강제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인정한 최초의 심결례인 것입니다. 공정위가 보도자료에서 밝혔듯이, 그간의 심결례는 인센티브를 자발적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목표미달 시 벌금 부과, 계약해지 등 직접적인 불이익 없이 인센티브만  미지급한 행위에 대해서는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아 무혐의 조치를 해왔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불법 판단과 과징금 부과가 더더욱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신고인들은 농심의 판매장려금 정책이 지속되어 오면서 영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고심 끝에 신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신고가 있게 되면 농심으로부터 불이익이 받을 수 있어서 이름이 알려지는 것도 두려워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고인들은 마지막 기댈 곳이 공정위라는 믿음으로 신고를 결정하였고, 그렇다면 공정위는 최대한 신속한 조사와 결정을 내렸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결과라도 제때 나오지 않으면 쓸모가 없거나,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큰 고통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 사건이 정확히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이른바 갑을관계의 문제로 신고된 불공정거래 사건에서는 다른 사건들과 달리 신고인들은 대부분 최후의 선택이고, 마지막 기댈 곳이라는 심정으로 공정위에 신고를 합니다. 당장 몇 달을 버틸 여력이 없는 사람들의 신고인 것입니다. 그래서 불공정거래 사건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밝혀지더라도, 그것이 신속하지 않았다면 신고인들의 고통이 더더욱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이 사건을 2년 7개월이나 시간을 끌게 되면서, 결국 불공정한 공정위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촉구하는 데 공정위는 인원과 예산을 늘리거나 지자체에 일부 권한을 분산해서라도 신속한 조사와 결과를 도출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또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에도 비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형적인 솜방망이 처벌이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2조원대의 대기업에게 과징금 5억원이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남용에 대한 과징금 최고한도는 관련 매출액의 2%입니다. 농심의 매출액 2조원 가운데 500여개 특약점을 통한 거래액이 8천억원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부과율을 최고한도이 2%를 적용했다면 1년치 과징금이 160억에, 또 몇 년간 이뤄진 행위기 때문에 그 보다 더 많은 과징금 부과도 가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만, 공정위는 정액과징금 5억만 부과하고 만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도 농심 측의 의견을 여러차례 청취하고 진술기회를 충분히 보장한 반면에 피해 당사자들의 진술기회는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또, 이 사건 신고인이(농심특약점협의회 김진택 대표) 농심의 횡포에 항의하다가 계약기간 중에 일방적으로 중도해지를 당한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제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니 공정위에 대해서 ‘재벌대기업보호위원회’라는 비난까지 제기되는 것입니다.

 

 종합하면, 농심의 특약점들에 대한 불공정거래 사건 이후 수많은 을들의 사연이 알려습니다. 그래서인지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경제민주화를 중요한 공약으로 내걸었고 금방이라도 갑을 문제는 해결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활성화를, 을의 눈물 대신 대기업 중심의 경제부양을 강조하면서 경제민주화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을의 눈물을 닦아야 한다고 주장하면 경제의 발목이나 잡는 것이라는 오해를 받아야 하는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는 규제는 악이니 대기업에 대해 더 많은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혜택과 자유보장이라는 대기업 위주 성장정책의 결과는 사내유보금의 증가, 즉 자신들의 곳간 채우기로 나타났고 경제양극화로 이어졌을 뿐입니다. 지금은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 증가 없이는 내수 성장은 불가능하고 내수 성장 없이는 경제도 희망이 없다는 인식이 점점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낙수효과 대신에 분수효과가 필요한 때인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공정위가 재벌·대기업의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 엄정한 제재를 가하고, 신속한 개선을 추진하면서 국민 경제 주체들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경제민주화 실현을 천명하고 이를 위해 공정위를 설치한 헌법정신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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