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7-03-08   795

<안국동窓> ‘어용단체’ 간사가 김형오 의원께 보내는 글

시민단체를 동원한 건 한나라당입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주요 민생법안에 당론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당을 이끌어가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는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권오재라고 합니다. 저는 주택법 개정문제 같은 부동산 문제를 다루고 있고, 지난 2월 26일의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의 규탄 기자회견을 주도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대표님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적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7일 YTN에 장영달 열린우리당 대표와 함께 나오셔서 토론하신 말씀 잘 들었습니다. 사학법 재개정문제에 대한 합의실패 후, 사학법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주택법까지 처리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해 각 당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지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처지와 입장이 있는 법이라 대표님의 입장도 하나의 입장으로 인정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입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의 조악함과 거짓됨에 대해서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밥줄로 하는 정치인인 대표님께도 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택법 개정안 외면해놓고 심도있는 논의가 안됐다?

대표님께서는 주택법 처리 실패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비판에 대해 “2월 6일 급작스럽게 법을 제출해놓고, 심도 깊은 논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을 처리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하고, 어용단체까지 동원해 당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라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YTN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다시 보기가 되니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아무런 설득력과 진실을 담고 있지 않은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는 제1당 원내대표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아무런 책임감 없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이익을 위해 거짓도 당당히 이야기하는 구시대적인 정치가 아직도 청산되지 못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이제는 실력과 진실로 승부해야하는 시대라는 것을 잠시 잊으셨나 봅니다.

먼저, 2월 6일 급작스럽게 법을 제출해놓고 심도있는 심의도 하지 않은 채 법을 처리하는 건 잘못됐다고 하신 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동산문제, 분양가 폭리에 의한 국민의 고통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한나라당이 ‘심도 있는’ 정책과 법안을 제출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개별 의원들이 당론이 아닌 개인적 입법활동으로 법을 발의한 적이 있었지요. 당론으로 떠들썩하게 띄웠던 반값아파트법도 있군요. 이제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하지 않지만.

2월 6일 법안이 제출되었다고 하시는데, 그것은 정부의 대책이 담긴 법안이 제출된 시기일 뿐입니다. 참여연대는 작년 9월 정기국회에 맞추어 분양가 공개-검증-행정지도-행정제제의 분양가 관리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고, 이후에도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의원발의도 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저희는 한나라당의 건교위원들께도 입법청원과 발의를 도와주십사 요청하면서 법안과 취지를 보내드리고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긍정적 답을 주신 한나라당 의원들은 계시지 않더군요.

주택법 개정안이 제출된 이후에도, 국회에서는 성의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고통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분양가 폭리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된 법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검토해야할 국회에서는 외면 받았습니다. 작년 12월에도 30여개의 시민단체는 국회 앞에서 주택법 등 부동산 입법의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부동산 특위 의원과 면담까지 하면서 주택법의 처리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는커녕 중요한 민생법안을 썩혀온 한나라당이 ‘심도 깊은’ 논의 운운하며, 주택법 처리 저지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입니까? 자신들의 직무유기와 민생외면에 대해 반성부터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요? 이 참에 뉴스거리나 표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중요한 민생법안이라도 내팽개치는 행태를 고쳐보시는 것이 먼저 하실일이 아닐까합니다.

시민단체를 동원한 건 한나라당이다

2월 26일의 한나라당사 앞에서의 규탄 기자회견이 어용단체들이 동원된 시위라고 하셨던가요? 규탄 기자회견을 기획하고, 단체간의 연락을 취하고, 준비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화난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얼마전, 술집 추태로 유명세를 탔던 국회의원의 “정권의 홍위병인 참여연대는 해체하라”는 그 다운 발언을 접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라 이런 발언이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품격을 기대했던 제1당 원내대표에게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한국 정치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제가 그 규탄 기자회견을 준비했는데, 열린우리당이나 정부로부터 지시를 받았던 증거가 있으면 꼭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대표님께서 어용단체라고 하시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그간 정부의 성의없는 대책을 강력히 비판했었고, 참다 못해 지난 1월 11일 정부종합청사 앞에 가서 ‘민생파탄정권의 오명을 쓰지 않으려거든, 제대로된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라’고 목놓아 외치기까지 했습니다. 그럼, 그때는 제가 한나라당에 의해 동원이 됐던 걸까요?

시민단체들을 한나라당사 앞으로 불러모은 것은 바로 한나라당 자신입니다. 법안의 심의를 거부하며 회의를 파행시키고, 민생법안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인질로 삼는 행태에 스스로 분노하여 모인 것뿐입니다.

거짓과 술수가 아닌 정책과 진실로 일해달라

한나라당은 아직도 주택법 같은 주요민생법안에 당론이 없다고 말합니다.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회에서는 2월 국회를 맞이해 ‘2월 임시 국회 주요법안 검토 의견’보고서를 낸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모두 반대하는 내용이 담겨있지요. 누가봐도 당차원의 보고서임을 알 수 있는데도, 이 보고서를 구하기 위해 통화를 했던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론은 아닐 거다”라고 말하더군요.

국민을 위해서 일하신다면, 국민이 처한 실질적인 어려움과 문제에 대한 좋은 대안과 정책을 가지고 국민 앞에 나아가십시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진실을 감춘 채 얄팍한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도 정치생명이 보장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대표님, 17대 국회에 등원하시면서 룸살롱에 안 가시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하셨다지요? 원내대표직을 수행하시면서, 국민을 위해 거짓과 술수가 아닌 정책과 진실로 일하겠다는 다짐을 해주시는건 어떨까요? 앞으로는 선량한 국민을 매도하고, 상처주는 일은 하지 마십시오. 그럼, 민생을 위해 변화된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3월 8일 오마이뉴스에 실린글입니다.

권오재 (민생희망본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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