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기타(cc) 2002-05-24   490

<한겨레 공동기획②>달콤한 유혹이 쓰디쓴 굴레로

심사 시늉 카드 마구 발급

(편집자주)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과 남용으로 신용불량자가 이미 110만명을 넘어섰다. 경제활동인구의 10% 가량이 파산의 위기에 직면하고, 관련범죄가 급증하는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스톱 카드'(STOP CARD)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와 한겨레가 함께 신용카드 위기의 원인과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신용카드로 인해 패가망신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첫 출발점은 `무분별한 카드 발급’이다.

대학생 전아무개(25)씨는 지난해 6월 난데없이 카드사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전씨가 인터넷 영화사이트에 가입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무료로 영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라고 하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 된다”며 계속 부추겼고, 결국 카드를 받았다. 전씨는 몇 달 뒤 800만원의 대금을 연체했다. 어머니(49)가 “소득도 없는 아들에게 카드를 발급해 줬다”며 항의했지만, 카드사는 “`직업이 있다’고 했다”며 책임을 전씨에게 떠넘겼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무차별 카드발급을 이유로 삼성·엘지·외환카드 등에 1~2개월동안 신규발급을 중단시키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각 사에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물렸지만 카드남발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는 7월부터 길거리모집과 방문모집이 금지되게 되자 카드사들은 최근 인터넷과 텔레마케팅으로 선회하고 있다. 한 인터넷 모집대행업체는 “신용불량자만 아니면 무조건 카드발급” 또는 “카드 1장을 만들면 2만원을 주고, 주위사람을 추천하면 마일리지를 올려준다”며 다단계 수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아예 거액의 수수료를 받고 서류를 위조해 불법으로 카드를 발급해주는 업체까지 활개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직업을 위조해 무소득자 등에게 카드를 발급해준 발급대행업체 204곳을 적발했지만 아직도 100여곳의 카드발급업체가 인터넷에서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을 통한 카드발급은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결제계좌 등만 기입하면 돼 명의도용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은행연합회 조사를 보면, 지난달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개인 247만여명 가운데 10대가 1만1천명, 20대가 42만5천명으로 10~20대가 전체의 18%를 차지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무소득자, 미성년자 등 돈을 떼먹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카드를 내주는 이유는 `회원 수’를 확보해야 다른 기업들과 다양한 제휴를 맺는데 유리하고, 이런 제휴를 통해 여러가지 할인서비스를 제공해 회원 수를 또다시 늘리는 확대재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채무불이행 리스크는 20%를 넘는 현금서비스 이자와 각종 수수료 등으로 벌충한다. 카드사들이 고객 신용평가 시스템을 거의 가동하지 않는 것도 이런 `안전장치’가 있어 굳이 까다로운 신용평가로 가입자 수를 제한할 필요를 못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카드사들은 지금까지 우량회원들에게 불량회원들의 채무를 떠안기는 `땅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을 해온 것이다.

정부는 23일 정책협의를 갖고 경품제공, 가두 및 방문판매 금지 등 카드 발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의 실효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참여연대 이헌욱 변호사는 “가입자들의 사전동의를 가장해 발급할 수 있는 변칙적인 방법이 여전히 가능하게 돼 있다”며 “신용카드 발급장소를 대리점과 영업소로 제한하고 일체의 권유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정 양선아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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