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기타(cc) 2002-05-28   677

<한겨레 공동기획③>카드사는 `허가받은 고리대금업자’?

연체이자 24% 고리사채 뺨쳐

(편집자주)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과 남용으로 신용불량자가 이미 110만명을 넘어섰다. 경제활동인구의 10% 가량이 파산의 위기에 직면하고, 관련범죄가 급증하는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스톱 카드'(STOP CARD)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와 한겨레가 함께 신용카드 위기의 원인과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카드사는 `허가받은 고리대금업자’인가?

이아무개(32·회사원)씨는 1998년말께 사업실패로 신한카드사로부터 300만원을 현금서비스 받았다. 사채도 빌려썼기에 `급한 불’부터 끄느라 카드빚은 뒤로 미뤘다. 지난 2월 그는 “연체된 돈이 800여만원이니 빨리 갚으라”는 독촉을 받았다. 3년새 원금의 3배 가까이 불어나 이젠 갚을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씨의 경우는 너무도 흔한 일이다. 현재 대부분의 신용카드사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15~24%대다. 28%를 받는 곳도 있다. 원금에 연 24% 수수료, 그리고 연 24% 연체이자율이 복리로 계산돼 이자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최근 공개된 금융감독원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카드사는 또 회원의 80%를 신용등급상 최하위권으로 분류해 최고수준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카드사가 최근까지 고객의 신용등급 기준을 `영업비밀’이라며 숨겨온 이유다.

카드 수수료율을 은행이나 사채금리와 비교해보면 카드사가 얼마나 `폭리’를 취하고 있는 지를 가늠할 수 있다. 카드사의 평균 조달금리는 5~7%대인 점을 감안하면, 카드사는 조달금리의 3~5배의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사채시장의 평균 조달금리와 연이자가 각각 30%, 100%인 점을 감안하면, 차입금리 대비 이자수익률은 카드사와 사채시장이 거의 비슷하다.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측면에서도 카드사는 누릴만큼 누려왔다. 은행이 3% 정도의 예대마진으로 꾸려나가는데 반해 카드사는 평균 17%의 예대마진을 유지해왔다. 특히 카드사는 98년 외환위기 당시 14%대였던 조달금리가 올해 7%대로 뚝 떨어졌음에도,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98년 29%에서 올해 24% 수준으로 별반 차이를 두지 않았다. 여기에 카드사들은 대손충당금을 기준 이상으로 많이 쌓아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

삼성카드 홍보실은 이에 대해 “은행보다 조달금리가 높은데다, 돈을 떼일 수 있는 위험부담이 크고, 단기금융인 점을 고려하면 그 정도 수수료는 받아야 회사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무자격자들에게도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면서 경쟁적으로 회원수를 늘리는 게 가능했던 이유가 위험부담을 우량회원들에게 `높은 수수료’로 떠넘기는 영업방식에 있다는 점을 스스로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카드는 카드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현금서비스 평균 수수료율을 23.37%에서 21.02%로 2.35%포인트 인하했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생색내기용’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하 수수료율을 10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한달(30일)간 사용했을 경우에 대입해보면, 수수료는 1만9208원에서 1만7277원으로 1931원 덜 부담하는 것에 그친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102조원, 순이익은 6000억원이었다.

참여연대 김진 변호사는 “신용카드사들이 우량회원들을 기준으로 적절한 수수료율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며 “신용카드사 스스로 위험부담이 큰 고객들을 걸러내 손실을 최소화하고, 금융기법을 동원해 조달금리를 떨어뜨리는 선진경영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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