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기타(cc) 2002-05-29   653

<한겨레 공동기획⑤> 카드문제 대안, 어떤게 있나

“카드사도 채무자 재활 분담을”

(편집자주)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과 남용으로 신용불량자가 이미 110만명을 넘어섰다. 경제활동인구의 10% 가량이 파산의 위기에 직면하고, 관련범죄가 급증하는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스톱 카드'(STOP CARD)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와 한겨레가 함께 신용카드 위기의 원인과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카드문제 수습에 뒤늦게 나섰다. 정부가 카드시장에 본격적인 개입을 선언한 셈이다.

정부안은 △경품제공 금지 및 길거리·방문 모집 금지 △카드발급때 소득증빙 의무화 △이용한도 책정 △현금서비스 비중 축소 등 최근 카드와 관련된 문제들을 대부분 담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내용이 두루뭉실해 실효성이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차원의 신용카드 발급기준 결정 △영업소나 대리점에서만 카드발급 △직불카드 활성화 등 더욱 구체적이고 철저한 방안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1999년 4월 폐지한 현금서비스 한도를 부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정부는 소비진작을 명분으로 당시 70만원이던 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카드사 자율에 맡겼다. 이에 따라 삼성·엘지카드 등 전문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확대했고, 이것이 카드빚을 사회문제로 비화시킨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안은 또 신용불량자와 과중채무자 갱생 대책이 전혀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카드사 영업규제가 자칫 카드빚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구제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사채시장으로 내몰거나 개인파산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의 장기저리 대환대출 제도 활성화 등 정책적 배려를 통해 이들에게 탈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대환대출제도가 있긴 하나, 이자가 높고 상환기간이 짧아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함께 파산제도나 워크아웃 제도를 개인차원에도 적용시켜 개인부채를 면책, 분납하게 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파산법 안에 외국처럼 개인갱생절차법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개인갱생절차법이란 채무자 개인이 법원 승인을 받아 빚의 일부를 갚으면 면책을 받는 제도다. 이때 파산기록이 남아 금융거래 등에서 여전히 제약을 받지만,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카드빚에 몰린 사람들이 극단적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완충지대 구실도 할 수 있다.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카드빚 대부분이 과소비에서 파생된 것으로 구제책이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지만, 대부분 젊은층인 이들의 경제활동이 중단되면 우리 사회가 어떤 형식으로든지 이들을 부양해야 한다”며 “이들을 경제활동에 복귀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런 제도시행에 들어가는 돈은 일정부분 카드사들이 분담해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카드사들이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쌓은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최근까지 비약적인 당기순이익을 냈고, 장부상 이익을 줄일 목적으로 대손충당금을 금감원 기준 400~600% 정도로 과다적립해 놓았다. 이를 과중채무자 재활에 쓰면 된다는 것이다. 카드사 규제를 시장개입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참여연대 박원석 시민권리국장은 “정부와 시민단체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카드사가 스스로 매출을 줄이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밖에 신용교육, 채무협상 중재, 과중채무자 재활 등 신용카드와 관련된 사안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별도의 민간기구 설립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건범 부연구위원은 “올바른 신용교육을 통해 재발방지에 힘써야 한다”며 “신용카드사들의 자정노력, 정부의 감시, 소비자들의 올바른 소비의식이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신용사회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