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교육 2009-07-07   1314

<교육포럼 강연후기1> 초등학교 1학년, 교육을 찾아 나서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주최로 “교육에게 묻고 답하다” 교육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각 포럼마다 수강생의 강연 후기를 싣습니다. 개인이 바라보는 교육이란 무엇인지, 다양한 시각에서 그 내용을 듣고자 합니다. 첫 번째 강연은 교육평론가 이범씨의 “한국 교육문제에 대한 좌파의 오해와 우파의 편견”을 듣고 수강생 조용연씨가 글을 보내왔습니다.




2009년 3월, 드디어 우리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더불어 나도 이 땅의 학부모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어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뛰어든 것처럼 비장함(?)이 느껴지는데 다들 아실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담임선생님을 좋은 분 만나야 할 텐데.(기대치를 확 낮췄음, 그냥 상식적인 정도만)
친구들한테 왕따 같은 거 당하지 말고 잘 지내야 할 텐데(무조건 평범해야함)
공부도 너무 뒤처지지 말고 중간이상은 따라가야 할 텐데.(학습지도 해 본 적 없음)
영어를 하나도 안 해서 주눅들면 어쩌나.(자기소개도 영어로 하는 애들이 있음)
등하굣길은 안전하게 잘 다녀야 하는데.(세상이 너무 험해!)
급식을 많이 남기면 어쩌나.(미역국 먹으면 토함)
-비장함에 비해서는 걱정이 너무 사소하지만 안 당해봤으면 말을 하지말자!


걱정의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책도 잘 읽고 쓰기도 엉성하지만 곧잘 하고 수학도 한자리수 덧셈, 뺄셈 정도 예습했지만 이정도야 요즘 아이들이 기본으로 다 하는 거니까.

그러나 다행히 우리 딸은 한 학기의 학교생활을 아주 잘했다. 일단은 따뜻하고 다정한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고 둘째는 학교가 즐겁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게 다행이고 선생님 말씀과 학교규칙을 잘 지키는 범생이과지만 적당히 요령도 피우고 장난도 치면서 융통성 있게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만하면 안심이고 이만하면 우리 딸이 기특하다. 앞으로 고학년이 되어도 계속 이렇게만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그 동안 들었던 갖가지 괴담 수준의 소문이 너무 많아서 공교육에 대해 겁이 많이 났던 게 사실이다. 꼭 그런 소문이 아니더라도 내가 12년 동안 겪었던 억압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 교육의 실상이 바로 괴담이 아닌가!


이런 고민 끝자락에 참여연대의 교육포럼을 만나게 되었다. 참여연대에서 교육문제를 다룬다는 게 처음엔 좀 의아했지만 워낙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니까 ‘민생팀에서 하나보다’라고 그냥 혼자 이해했다.


더군다나 스타강사로 알려진 이 범 씨가 강연을 한다니까 더 반가웠다. 나같이 학원교육에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사람도 이 범 씨가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고 있으니 아마 중고등학교 학생이 있는 집에서는 모를 수가 없을 거 같다. 일찍 결혼해서 중학교 학부모인 친구한테 볼만한 책 없냐고 물었더니 두말없이 <수호천사 이야기>를 읽어보라고 추천할 정도. (수호천사 이야기라는 책은 이범씨와 홍은경 동화작가가 함께 쓴 청소년을 위한 교육소설)


하지만 강연은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가 감당하기엔 버거웠다. 아직 대학입시는 먼 나라 이야기 수준. 그러고 보니 내가 교육문제에는 관심이 좀 있었지만 대입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게 들통나는 순간이었다.

뭐 아직 초등1학년인데,
어차피 정권이 바뀌면 또 바뀔 텐데,
근데 뭐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거야…
도대체 공부하는 거보다 입시제도를 이해하는 게 더 어렵겠다…

그 동안 내가 대학 입시제도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이다. 하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본고사가 비현실적인 제도라는 것, 고교등듭제가 연좌제의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 현 정부의 입학사정관제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 확실한 분석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선발 경쟁과 학교 관료화가 우리나라 교육을 얼마나 죽이고 있는지 심각한 실상에서 마음이 답답했고 정책연구는 안하고 위원장 선거에 바쁘다는 전교조에 대한 지적에서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20년 전 ‘참교육 1세대’로 ‘민중교육’지를 교실에서 읽다가 담임한테 걸려 그래도 정학 안 맞고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말이다. 참, 좀 잘하지…


강의 중 기억에 남는 말,
현 정부가 교육에서 자율과 규제, 자율과 규제 하면서 자율을 강조하는데 여기서 자율은 학생과 교사의 자율이 아닌 학교의 자율, 교장의 자율을 의미한다는 말이 인상 깊다. 학교뿐만 아니라 당분간 시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관료와 기업, 경찰의 자율은 계속 늘어나기만 할 것 같다.


하나 더, 우리나라교육은 한마디로 무책임 교육, 주마간산(走馬看山)식 교육이라는 지적. 맞는 말이다. 아무도 학생의 실력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니까 시간만 때우고 적당히 1년이고 2년이고 교사들과 아이들의 시간은 흘러가기만 하는 것 같다.


꿉꿉한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짜증대신 시원한 다음 강연을 기대해 본다.



교육포럼 수강생 조용연






※ 첨부 : 강연 자료집참여연대강연_2009_07_03_이범.hwp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