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9-12-04   1275

예산투쟁 없이 제대로 된 야당 없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지난 11월 26일 국회 앞에는 3천 명이 넘는 시민, 학생들이 모여 2010년 예산안은 ‘강부자·MB 예산안’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민 예산안’이 돼야 한다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아마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예산 문제’만을 주제로 한 각계각층 시민, 학생들의 규모 있는 연대집회는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날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예산 주권’을 주창했다. 세금을 책정하고 내는 과정, 그 세금을 바탕으로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대해 국민의 주체적 참여권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떠했나.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지만, 2012년까지 무려 90조 원에 달하는 부자 감세가 강행되고 있다. 또 2012년까지 무려 30조 원에 달하는 ‘4대강 죽이기’ 사업이 막무가내로 시행되고 있다. 혈세가 낭비되고, 엄청난 환경파괴를 불러일으키는 초대형 국책사업이 국민적 합의도 없이, 국가재정법상의 예비 타당성 조사도 거치기 않고, 국회의 예산심의가 끝나기도 전에 불법적이며, 전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민들에겐 절망을 주는 정권이 엉뚱하게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영수증도 필요 없는 정부부처들의 특수활동비 예산(8600억 원), 냉전으로 회귀하는 6.25 기념 예산(235억 원), 무려 4배나 늘어난 청와대 홍보 책자예산(44억 4500만 원), 청와대 관람객 기념품 예산(8억 원), 미국산 쇠고기 홍보예산(13억 원,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 쇠고기를 왜 홍보해주는 것일까요?), 이른바 김윤옥씨가 추진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아 이른바 ‘영부인 예산’으로 불리는 한식세계화 예산(139억 5천만 원 증액해 239억 5천만 원), 국민을 우습게 보는 법무부의 법질서 바로 세우기 사업 예산(33억6200만 원), 의료민영화와 연관 있는 외국인환자유치 예산(100억 원) 등을 대폭 증액해 편성한 것이다.

정말 이 정부가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잘못을 지적하는 언론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일은, 예산이 부족하자 이 정권이 온갖 민생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 예산을 추경대비 3.5%, 1.4조나 삭감해버렸다. 교육 예산이 깎인 것은 10여 년만의 일이다. 또 저소득층에게 주던 대학 장학금과 소득7분위(대학생의 70%)까지 이자 지원을 전격 폐지해 버렸다. 더 충격적인 것은, 25만 명의 결식아동 급식지원예산, 541억 원을 전액을 삭감해 버렸다는 것이다. 강남구 도곡동에서는 동사무소를 짓는데 855억 원을 쓴다는데, 굶는 아이들 급식지원 예산은 삭감되는 사태에 많은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사실, 경제위기가 조금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많은 국민은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은 일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도 체감 실업률이 11%에 달하고 가계부채도 700조 원을 돌파,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고, 소득 격차도 사상 최대에 이르는 등 여러 통계가 서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히 말씀드리면, 예산투쟁에 올인 하지 않는 야당은 제대로 된 야당이라고 말할 수 없다.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서민들의 예산이 줄줄이 깎이고 있는데, 총력투쟁하지 않는다? 그게 어떻게 야당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국민들은 안전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라 예산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 것인지는 아주 명백하다. 그런데, 이 정권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나. 국민은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강부자 감세와 멀쩡한 4대강 죽이기, 그리고 세종시 흔들기에만 전념하고 있는 이 정권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 이 글은 12월 2일자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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