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교육 2009-03-31   1722

참여연대-한국일보 [등록금 빚더미 시대] <2> “모자란 돈 걷고 보자”… 물가상승률 3배 ‘등록금 폭탄’

참여연대-한국일보 공동기획 [등록금 빚더미 시대]


<2> 등록금에만 목 매는 대학

사립대 다른 수익원 없어 의존도 50% 넘어…선진국의 2배
재단 법정 전입금 쥐꼬리·정부 지원 외면 “학부모만 등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사립대들의 등록금 의존율이 워낙 높다 보니 예산을 확보할 때 등록금부터 더 걷고 보는 식입니다.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죠.” 서울 H대에 20년 가까이 근무한 교직원 조모(44)씨는 등록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국내 대학의 재정구조를 등록금 인상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H대의 지난해 등록금 의존율은 무려 81.4%에 달했다.


최근 20년간 대학 등록금은 4배 이상 올랐다. 1989년 사립대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은 연 평균 128만원에서 2008년 640만원으로 정확히 4배, 공학계열은 154만원에서 831만원으로 4.7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는 47.628에서 109.7로 2.3배 오른 것과 비교하면, 대학 등록금이 얼마나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왔는지 알 수 있다.


연도별로 살펴봐도 등록금 인상 폭은 물가 상승률의 2~3배를 넘었다. 2002년 등록금 인상률은 6.8%로 물가 상승률 2.8%의 2.4배, 2006년은 3배, 2007년에는 2.6배에 달했다.


등록금 고공 행진은 건물 신축이나 교수 초빙, 연구비 지원 등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서 뽑아낸 탓이다. 국내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도는 2005년 55.1%, 2006년 58.1%, 2007년 55.4% 등으로 50%를 웃돈다. 반면 미국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는 2006년 기준 공립 18.1%, 사립 34.1%에 그쳤고, 영국은 24.1%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사립대 재정에서 정부나 학교 재단의 몫은 극히 미미하다. 국고 보조금은 8%, 재단 전입금은 5% 안팎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균형 한 대학 재정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등록금 고율 인상에 따른 서민들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국립대의 경우 2006년 기준 학생 1인당 국고 지원액이 연 772만원인 반면, 사립대는 74만원으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면서 “사립대 지원을 늘려 등록금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대가 사회복지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사립대가 투자하기 어려운 고비용 분야나 기초학문을 집중 육성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국립대 위주의 국고 지원은 타당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사립대 재단의 책임 회피도 문제다. 사학기관재무회계 특례규칙에 따르면 교직원 건강보험료, 연금 중 일정 부분은 재단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처벌 규정이 없어 대부분의 대학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 실제로 2007년 중앙대는 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고, 홍익대는 3.1%, 서강대는 6.1%, 한국외대는 10.1%만 내는 등 전체 148개 대학 중 40곳만 규정을 지켰다.


그 결과 2007년 전체 대학의 법정 전입금 2,080억여원 중 실제 지급된 것은 47%인 976억여원에 불과했다. 교직원 조씨는 “H대도 법정 전입금이 연 15억원인데 실제 재단이 내는 돈은 1,000만원”이라며 “재단들이 법정 전입금만 지켜도 등록금 인상 폭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도 “재단이 보유한 수익성 없는 임야를 건물로 바꿔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등 수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와 대학은 여전히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사립대 지원을 늘리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등록금을 낮추는 것은 국회에서 해야지 교과부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모 대학 관계자는 “대학이 수익을 낸다고 해도 규모가 작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국가의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IMF세대만해도 과외나 알바하면 학비 마련했는데…”



올해 대부분의 대학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처럼 ‘고통분담’ 차원에서 등록금을 동결했다. 그러나 그 사이 등록금은 3배 이상 뛰었고 물가도 오를 대로 올라 10년 전 대학생들의 삶과 현재 대학생들의 처지는 꽤 큰 차이를 보인다. ‘IMF 세대’로 불린 97학번 김은호(31)씨, 한창 등록금 고통에 시달리는 07학번 홍나래(21ㆍ여)씨를 만나 10년 전후를 비교해봤다.


김씨는 동결됐다는 등록금이 한 학기에 330만원이라는 홍씨의 말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홍씨는 “그나마 우리 학교는 저렴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97년 첫 학기 등록금이 입학금 합쳐 200만원을 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학교 앞에서 보증금 800만원, 월세 20만원에 자취를 했다는 김씨는 “집에서 월 30만원 가량 용돈을 받아 생활비로 썼는데, 과외나 아르바이트로 월 30만~40만원씩 벌어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한 친구들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홍씨는 부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충북 음성이 고향인 홍씨도 학교 앞에서 보증금 500만원, 월세 35만원에 자취를 한다. 지난 겨울방학 땐 과외를 했다. 홍씨는 “지금도 과외를 하면 월 30만~40만원은 벌지만 이 정도로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김씨는 “98, 99년 많은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했으나 군 제대하고 복학한 2000년에 등록금이 다시 10% 가량 올라 지금처럼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 운동을 벌였다”고 회상했다. 이에 홍씨는 “등록금이 올해 일시적으로 동결됐지만 이를 핑계로 내년에 더 큰 폭으로 뛰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대학들이 학생들의 고통을 안다면 등록금 동결이 아닌 인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0만원대 입학금 용도 묻지말고 무조건 내라?



징수 근거만 있을 뿐… 사용처 등 철저 비밀


대학 신입생들은 등록금 외에 ‘입학금’을 따로 내야 한다. 올해 서울 주요 사립대의 입학금은 90만~100만원에 달했다. 고려대는 평균 입학금(102만9,000원)이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었다. 올해는 경기침체 여파로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과 함께 입학금도 동결했지만, 2005~2008년 최근 3년간 인상률은 20%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7.7%)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치다.


입학금은 어떤 용도로 쓰일까. 교육과학기술부령 ‘학교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은 입학금을 ‘입학의 자격을 얻기 위해 내는 비용’으로 정의한다. 즉 사회의 ‘입회비’에 해당하는 일종의 수수료란 얘기다. 그러나 징수 근거만 있을 뿐 입학금의 정확한 산출내역과 사용처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올해 입학금 90만원을 받은 서울의 한 사립대는 ▦장학금 ▦학비감면 및 예비대학 개설 ▦신입생 기초수학평가 등 학생지원 용도로 사용 계획을 잡아놨다. 하지만 이 대학이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힌 항목은 학생 1인당 1만원을 지원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비용 뿐이다. 나머지 89만원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대학들이 사용 내역 공개에 소극적인 것은 등록금이건 입학금이건 일단 학교회계에 수입으로 잡히면 용도를 밝혀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입학금을 반드시 입학 절차 경비로 쓸 필요는 없다”며 “교직원 인건비, 학생복리비, 시설비 등 학교 운영을 위해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용도도 알 수 없는 값비싼 가입비를 치른 뒤에야 어엿한 대학생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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