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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5.11.24
  • 971

가업 상속 공제도 500억으로 늘어나

 

며칠 전 포털 사이트에서 "부모 모시면 5억 주택 상속세 면제" 제목의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자녀가 10년간 한 집에서 부모를 모시고 산 경우, 5억 원 한도로 주택 가격의 상속 공제율을 현행 40%에서 100%로 올리기로 여야 간에 합의하였다는 내용이다.

 

부모 모시면 상속세 5억 원 면제해 준다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부모를 모시고 사는 효를 장려하기 위해 야당도 법안 처리에 동의했다"고 전한다. 얼핏 "부모 모시면 5억 주택 상속세 면제"를 보고 "아 이제 부모님을 10년간 모시고 살게 되면 5억 원까지는 상속세를 면제해 주나 보다" 하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몇몇 신문은 그렇게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현행 상속세법에서 일괄 공제 및 배우자 공제를 통해 10억 원까지는 상속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즉 이번에 개정안에 포함된 5억은 기존의 공제에 덧붙여진다. 따라서 일정 요건을 갖출 때에는 상속세 공제 한도가 10억 원이 아닌 15억 원까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조선일보> 2015년 11월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야당 관계자는 "야당 의원들이 잠정 합의를 할 때 일괄 공제가 함께 들어간다는 부분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사안을 다루는 의원이 상속세법의 기본도 모른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피상속인 중 상위 2%를 위한 개정안

이번 세법 개정안은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기존의 상속세법에 따라 상속세를 내는 과세 대상인 사람이다. 현행 세법에서 상속세 신고 대상은 과연 얼마나 될까?

 

다음 표를 보자. 피상속인 ①은 특정 해의 사망자 수이다. 피상속인 ②는 면세점을 넘어선, 즉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되는 인원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를 내는 사람, 그러니까 이번 개정안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전체 피상속인의 2%가 안 된다. 

 

상속세

ⓒ국세청

 

 

여기에 상속인과 함께 사는 피상속인은 얼마나 될까? 기획재정부는 작년 기준 동거 주택 상속 공제를 받은 인원은 508명으로 극히 일부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속세 과세 대상 인원이 매년 5000명에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작은 수치는 아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앞으로 피상속인들이 세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돼 인원은 늘어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5억 원 동거 주택 상속 공제 개정안을 보고 화가 났다고 해야 할까, 무기력감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또는 그 중간의 감정을 가졌다. 또 조용히 이렇게 세법이 바뀌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행히 '효도법' 동거 주택 상속 공제 시행 재검토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장담컨대 여야가 합의 후 조용히 처리했으면 됐을 일을, 본능(?)에 따라 5억 원 이하 주택을 가지고 있는 서민들에게도 혜택이 가는 것을 알려야겠다는 충심으로부터 일이 어긋났으리라 본다. 아마도 일부 언론과 시민 단체들의 반발이 없었다면 "우리 당이 해 냈습니다. 5억 원 주택 상속세 면제"라는 현수막이 걸리지 않았을까?

 

가업 상속 공제, 1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늘어나 

상속세에 대한 특혜 감세 추진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제도가 있다. 바로 가업 상속 공제이다. 가업 상속 공제는 중소기업 경영자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아래 그림을 보자. 1997년 가업 상속 공제가 만들어졌을 때 공제 한도는 1억 원이었다. 2008년 이 공제액이 30억 원으로 늘어나더니 2009년 100억 원, 2012년 300억 원, 2014년 500억 원으로 급상승했다. 기존의 상속 공제 10억 원일 경우에도 상속세 과세 대상이 약 1.7%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제도는 실로 상속세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업승계

 

상속 공제 대상 기업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도 계속 되고 있다. 작년에는 대상 기업을 매출액 3000억 이하에서 5000억 이하로 상향 조정하려 했으나 국회 본회의에서 무산되었다. 대상 업종을 늘리려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수백억 원대의 부자들이 이 법을 적용 받기 위해 자신들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을 어떻게 대상 업종에 잘 구겨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부자들, 그들을 위한 세무전문가들의 뛰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세법 개정, 부자들의 잔치여야 하는가? 

2008년 이후 세법 개정안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다. 약 200쪽에 달하는 세법 개정안의 한쪽, 한쪽에 과연 누구의 요구가 반영돼 있는 것일까? 이 작업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누구일까? 한쪽에선 민초들이 민생 해결을 요구해도 어느 하나 들어주지 않는 정부가 부자들의 마음은 이리도 잘 챙긴다. 세법 개정, 더 이상 부자들의 잔치를 중단하라. 

 

김경률 공인회계사,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본 기고문은 11월 24일자 프레시안 지면과 인터넷판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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