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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3.12.15
  • 1245

국정쇄신을 위한 특별제언[3] 조세분야



사이버참여연대는 연말까지 총 9회에 걸쳐 경제, 정치, 사법 등 각 분야의 구체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국정쇄신을 위한 특별제언' 시리즈를 <안국동窓>에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영국의 가혹한 세금 징수에 항거한 미국인들이 보스톤 항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그것이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다. 얼마 안 있어 프랑스도 혁명이 일어났다. 귀족과 성직자들은 엄청난 영지에 막대한 부와 사치를 누리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러나 평민들은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면서 세금 때문에 허리 한 번 펴보지 못하고 살았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는 뒤집어졌다. 혁명은 특권적이던 조세제도를 누진적으로 바뀌었고, 이를 우리는 공평한 조세제도라 일컫는다. 조세는 그 후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이미 200년 전에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을 제외하고는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고 썼다.

그러나 200년이 지나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벤자민 플랭클린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고귀하신 분들에게 세금 고지서를 내밀 수 없다. 차떼기로 주고받은 불법대선자금이 밝혀졌지만 감히 과세되지 않는다. 돈 준 사람은 기업체에서 불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짙은데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다. 세풍, 나라종금 등 뇌물은 탈세제보가 되어도 과세되지 않는다. 모 재벌 3세가 수년 만에 변칙으로 최고의 갑부가 되었지만 과세되지 않았다. 부동산투기가 서민의 생존기반을 흔들고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데 보유세는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화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변칙은 불법적인 자금 거래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래서 차명금융거래를 차단할 장치를 만들자고 하여도 못 들은 척 한다. 자금을 압박하면 시장기능이 무너진다고 한다. 돈이 외국으로 도피하고 한국에는 빈껍데기가 남을 것이라 한다. 그러니 상장주식에 대한 과세나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강화하자고 이야기 하다가는 시장에 분란을 일으킬 놈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자금 시장을 그토록 보호하는데 왜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주식시장에는 외국인만이 판치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과잉보호와 투명이 사촌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마침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이 레이건 대통령에 이어 감세정책을 들고 나와 당선되자 다들 호재를 만났다. 미국은 재정 흑자를 경기회복에 활용하는 전략이다.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엄청난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금세 세금을 인하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 일반화되더니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고 세율을 내리겠다고 공표하였다. 그런데 비과세.감면은 축소되지 않고 세율만 내려간다. 나만 혜택을 받으면 그 다음은 모르겠다는 식이다.

이래저래 미안하니까 매년 근로소득세를 열심히 깎아 주고, 비과세 저축도 많이 만들었다. 근로소득자의 무려 42%가 세금을 내지 않도록 특별히 배려를 하였다. 2001년 세금우대 저축의 규모는 무려 54%로 정상적인 세금을 내는 비율보다 훨씬 높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입 막을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모자라는 세수는 간접세를 계속 올려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물가가 올라가고 산업 경쟁력이 떨어져도 다들 모른척한다.

세금 내는 사람은 바보인 세상, 이것이 2003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조세제도는 자본주의의 주춧돌이다. 능력에 따른 공평한 조세제도가 없었다면 소득이 1억원인 사람과 소득이 1천만원인 사람이 같이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조세정의라고 한다. 또한 부자가 존경받지 못한다면 이 땅에서 자본주의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너무 과도한 조세로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앗아가서도 안 된다. 경제가 살고, 열심히 일하여 부자가 된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는 조세제도를 아무렇게나 해서는 도저히 달성될 수 없다. 그것은 엄정하고 공평한 조세제도가 살아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세금은 누구도 피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러한 세상은 다음과 같은 과제를 착실히 추진할 우리 앞에 다가 올 것이다.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과세

불법정치자금과 뇌물 등 우리사회에 만연한 부패구조는 관행처럼 유지되어 왔으나, 대가성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는 등 문제의식은 지극히 미약하다. 이러한 부패구조의 사슬을 끊기 위하여 대가성 시비와는 별개로 불법자금도 과세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세금을 자진해서 신고납부하지 않으면 탈세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세제의 정비와 지방재정의 불균형 해소

급변하는 부동산정책으로 파생되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정교한 부동산세제를 조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계획된 보유세 인상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시가나 실거래가액을 기초로 보유세, 거래세 그리고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도록 하는 체제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보유세의 경우 실효세율이 단기적으로는 0.5%, 궁극적으로는 1%가 되도록 하고 거래세는 보유세의 현실화 정도에 맞추어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과세, 비과세로 양분된 양도소득세제도는 부동산정책을 탄력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우므로 폐지하고 일정한 소득공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게 부동산관련 세제가 정비된다면 보유세가 시군세로 되어 있고 거래세가 시세로 되어 있으므로 자치단체간 세원의 불균형이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지방재정의 개선도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무분별한 감세정책의 지양

민간부문의 경쟁력 약화로 재정과 조세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재정과 조세정책을 종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이다. 한 부분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대세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지나친 특혜를 축소하여 확보된 재원을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사용할 필요가 절실하다. 이런 의미에서 비과세감면을 재검토하고 특혜를 받고 있는 재산관련소득을 일정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감세 안을 낼 때는 재정결손에 대한 대책과 세원간, 계층간 세부담의 합리적인 배분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상속세제 포괄주의 정착

포괄주의 상속세제가 정착되도록 노력하여 땀 흘리지 않고 부와 신분이 세습되는 일을 근절하여야 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금융실명제의 꽃이라 불리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2001년 어렵게 부활했으나 헌재 판결이후 부부합산 4,000만원에서 개인 4,000만원 이상으로 과세기준이 개정되어 조세개혁이 후퇴되었다. 현행 이자율을 고려하여보면 종합과세 기준을 내려야 과세의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차명 금융거래 차단

금융실명제 하에서도 차명거래는 각종 범죄, 돈세탁, 정치자금, 주가조작 등 각종 비리와 범죄 및 탈세에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지만 금융실명제나 돈세탁방지법, 부패방지법, 심지어는 세법에도 차명거래를 규제할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차명거래를 아예 금지하거나 일정액 이상의 차명거래를 반복적으로 행한 법인이나 개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장주식 양도차익과세 실시

현재 30여 개 OECD 회원국 중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7개국에 불과하고, 부동산과 비상장주식에 대해서는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면서 상장주식에 대해서만큼은 과세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세형평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상장주식 거래로 인한 일정이상의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해야 한다.

분식회계와 탈세의 근절

재량권이 너무 많이 인정되는 세무회계에 의한 결산서 대신 기업회계에 의한 결산서를 의무화하고, 탈세포상금제도의 포상기준을 대폭 확대하여야 하며, 관련 국세통계자료를 발표하여 분식회계와 탈세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아울러 세무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조사대상자선정기준을 만들고 검토하는 외부위원회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타 소장,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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