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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재정개혁센터  l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활동합니다

  • 칼럼
  • 2004.08.16
  • 1339
세무조사는 자진신고납부로 이루어지는 세무행정에서 납세자의 성실한 신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제도이다. 3년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사업자는 국세청이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조사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납세자의 성실한 신고 여부에 기초하여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외국과 달리 세무조사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행정 관행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세무조사는 일반조사와 특별조사 그리고 범칙조사로 분류하여 적용범위나 절차는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고 행정 훈령에 포함되어 있어 국세청의 재량권만 강화되어 있는 실정이었다.

조사는 조세범에 준하여 실시하고 처벌은 일반조사 대상자에 준하여 처리하는 특별조사는 그 처리결과가 용두사미에 그쳐 부조리의 온상이 되었으며 인권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01년 실시된 언론사 세무조사는 세무조사가 오・남용되고 있다는 논란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허술한 법체계를 방치한 채 내부 행정훈령으로 재량권을 마음껏 누려오던 국세청의 세무조사 관행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마침내 2002년에는 ‘세무조사권의 남용방지’를 국세기본법에 천명하게 되었으며, 장기미조사자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권은 ‘납세자의 이력 또는 세무정보 등을 감안하여 국세청장이 정하는 기준에 의한다’로 어느 정도 제한을 가하게 되었다. 또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여 임명된 제1대 청장은 세무조사개혁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미진한 세무조사의 개혁은 국민의 참여를 배제한 체 나 홀로로 추진하는 개혁에 그 원인이 있다.

세무조사 무엇이 문제였나

과거 세무조사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세무조사가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다. 그 이유로는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에 있어 공정성과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세무조사 비율이 너무 낮아 세무조사에 대한 정책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로, 세무조사행태가 너무 왜곡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추징세액 실적 올리기에 세무조사의 목표를 두다 보니 조사공무원은 성실한 사업자라도 먼지까지 털어 추징하고 불성실한 사업자는 추징세액 목표를 채우면 적당히 조사를 종결하였다. 이러한 조사행태는 세무조사를 통과의례쯤으로 여기고 성실한 신고를 무능한 처리로 보는 삐뚤어진 납세의식을 정착시켰다.

세 번째로, 조사자나 세무당국이 조사권을 남용하여 무리한 조사를 하여왔다는 것이다. 복잡한 조세제도와 모호한 규정, 그리고 조세자료의 미공개 등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으므로 조사권을 남용하였고 납세자에게는 정당한 대항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대신 능력 있으면 불복청구로 찾아가라는 식으로 납세자들을 조롱하였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문제들은 결국 세무부조리로 이어져 국민들이 세무당국을 신뢰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혼내는 권력기관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였다.

세무조사의 법제화가 해결책으로 추진되어 왔으나

이처럼 국민의 불신을 심하게 받아왔던 세무조사는 그 해결방안이 두 가지로 진행되어 왔다. 먼저 시민사회단체는 세무조사에 대한 절차법을 제정하여 세무조사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시정하려 하였다. 반면 정치권은 세무조사의 오・남용 방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국세기본법에 천명하기를 원하였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르게 진행되어 왔고, 시민사회단체는 보다 전반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을 추구하였으나 언론사 세무조사를 계기로 촉발된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이 두 가지 흐름을 같은 줄기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한 세무조사의 법제화는 성실한 납세자는 보호받고, 불성실한 납세자는 법에 정한 정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여 세무조사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납세성실도의 판단기준을 개선하고, 임의적 조사대상자 선정을 배제하며, 추징세액위주의 세무공무원 평가를 개선하며, 조사공무원의 조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조사절차를 법으로 정하며, 부당한 조사에 대한 납세자의 대항권을 신설하자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세청 스스로 세무조사 개혁에 나서고

세무조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은 권력기관의 지위를 톡톡히 누려왔던 국세청을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였다. 뿐만 아니라 국세청의 권력기관 이미지로 인하여 국세청장이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자 국세행정의 방향을 청장이 청문회장소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하게 되었다. 과거 인사청문회는 유명무실하였으나 탈권위주의적 정부인 참여정부에서는 기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즉, 국회의 동의라는 것이 국세청장의 임기가 사실상 보장하는 것이고 국민은 국세청장에게 국세행정을 개혁할 요구를 갖게 됨으로써 청장이 인사청문회에서 밝혔던 국세행정의 소신을 직접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혁의 과제란 바로 국세청의 독립과 공평하고 투명한 세무조사가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세정혁신추진위원회는 이러한 배경으로 제1대 청문회청장의 개혁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꾸려졌다. 그러나 위원회는 세정개혁의 과제를 논의하기 보다는 국세청이 작성한 개혁과제를 통보받는 자문기구로 설정되어 국민들이 동참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쏟아진 개혁의 열망을 국민의 시각이 아닌 국세청의 시각에서 적당히 처리하려 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나 홀로 개혁

세무조사 혁신의 과제에서 과장 중요한 과제는 조사대상자 선정이다. 성실한 납세자가 대우받게 되면 납세에 관한 삐뚤어진 생각과 관행을 고칠 수 있어 세무조사의 문제점의 대부분을 사실상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위원회에 제시한 세정개혁의 과제에서 “사전에 조사대상 선정 기준을 발표함으로써 납세자의 불안심리를 해소 하겠다”고 하였다. 조사대상자는 민관합동의 세무조사관리위원회나 좀더 완화된 세무조사기준관리위원회의 제안을 일축하며 최근에 ‘2004년 세무조사의 기본방향’으로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그 핵심내용은 “금년도 조사대상자는 불성실신고혐의자와 오랫동안 조사받지 않은 대납세자 위주로 선정”하는 것으로 과거 국세청이 하여왔던 조사대상자 선정기준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불성실신고혐의자라는 것에 대하여 그 기준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국세청 내부에서 자의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고 납세자의 불안심리를 해소하지 못한다.

그리고 장기간 미조사자라는 것도 세무조사를 통과의식으로 몰고 갔던 핵심 항목인데도 이를 개선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에는 일반화되어 있는 무작위추출에 의한 조사대상자 선정은 빠져있어 조사대상자 발표가 가져다줄 역효과를 해소하는 장치도 없는 것이다. 결국 조사대상자 선정은 목표는 그럴 듯하게 내걸었지만 실제 내용은 달라진 게 없다.

또 하나 지적해야 할 중요한 문제는 세무조사의 법제화이다. 국세청은 위원회에 제시한 자료에서 “현재 내부 사무처리규정으로 되어 있는 조사기간, 조사장소, 조사대상 과세기간 등 구체적 조사절차를 시행령 수준으로 법제화”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면서 “OECD 각국은 과세의 실체적 내용에 대한 통제보다 절차의 적정성 보장을 더욱 중요시”한다는 토도 달았었다.

시민단체의 요구는 시행령이 아닌 국세기본법에 대강의 원칙을 천명하고 보다 구체적인 절차는 시행령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나마 금방 진행될 것 같았던 조사절차에 대한 시행령제정은 감감 무소식이다. 이제는 국세청의 약속을 국민들이 잊어버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 때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사례만 더 이야기 하자. 탈세정보 또는 납세정보에 대한 통계자료의 공개는 세무조사 행위만큼 탈세 문제를 접근하는데 효과적이다. 1999년 국민연금과 관련하여 공개된 도시자영업자의 소득파악 실태는 국민적 반향을 일으키고 소득파악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치유 불능의 탈세국가에서 치유 가능한 탈세국가로 탈바꿈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통계 정보의 공개는 조세형평에 대한 요구가 뜨거운 지금 국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임이 입증된 것이다. 명명백백한 요구에 대하여 국세청은 별도 검토후 위원회에 보고하겠다고 한 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소득파악 문제가 최근 또 다시 국민들의 관심으로 떠올랐지만 국세청은 이 문제를 피해가기 급급하다. 그러니 소득파악의 대책은 1999년 이후 제자리 걸음이다.

국세청이 변화였다고 인정할 만한 사례도 있지만

그러나 국세청이 변화하였다고 할 수 있는 사례들도 있다. 먼저 모범성실납세자와 모범세무대리인을 선발하여 우대하는 조치를 보자. 모범성실납세자는 이제까지 3차에 걸쳐 51개사가 선정되어 발표되었다. 지금은 그 지정자가 적다 보니 모범성실납세자제도가 국민들에게 실감나지 않는다. 때로는 다 탈세하는 분위기인데 몇몇 회사만 잘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제도가 보다 발전하여 불성실한 납세자로 낙인찍히는 것이 사회적 불명예가 되는 사회적 분위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위하여 심각한 탈세범부터 공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탈세는 다른 범죄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없기 때문에 자연적인 상태에서 줄일 수 없으므로 사고의 방향을 좀 더 달리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깨끗한 세무관서로 거듭나기 위하여 세무조사기관을 조사집행조직과 조사상담관실로 이원화하면서 조사조직에 대한 음성적 접촉을 차단하고 조사조직을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였다. 이로서 2004년 6월 현재 금품을 제공한 납세자 14명을 조사하여 총 259억원의 세금을 추징하여 음성적 담합이 항상 유리하였던 일반적 흐름에 경고를 가하였다. 마지막으로 국세행정실명제를 도입하고, 특별조사를 폐지하였으며, 고액납세자에 대하여 기념탑을 수여하고 개인별 납세포인트제를 실시하는 등 다각적인 아이디어가 동원되고는 있다.

국민의 참여 없이 기대할 것 없어

국세청이 국민의 의사에 따른 개혁보다는 자체적으로 선정한 개혁만을 추진하려는 것은 일사불란한 조직을 형성하여 권력기관의 지위를 유지해 왔던 배타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조사권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진신고로 쉽게 축적되는 납세자에 대한 정보에 대한 독점적 지위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분명히 말하면 국세청의 지위를 빼앗을 정부부처는 아무데도 없다. 다만 그 권한을 국민을 위하여 쓰려고 하는 요구일 뿐이다.

접대비 실명제를 반대한 기업들의 태도를 보면 이중적인 기업들의 태도가 세무조사 개혁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개혁의 걸림돌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접대비에서 특권을 유지하려 하고, 더 나아가 경기를 핑계로 세무조사에서 빠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세무조사의 개혁은 결국 기업들 자신을 위한 것인데 사소한 이권을 앞세워 정도를 흐리는 것은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살아남는 전통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씁쓸해 진다.

국민의 참여를 배제한 세무조사의 나 홀로 개혁은 국민들이 그 변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니 국세청으로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것은 필연이 아니겠는가.
최영태(회계사,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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