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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재정개혁센터  l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활동합니다

  • 칼럼
  • 2004.09.07
  • 1235
정부와 여당이 지난 9월 1일 전격 발표한 감세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비판에 직면하면서 오히려 정부와 여당의 경제관리 능력을 의심받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다. 사건의 발단은 정부와 여당이 불과 며칠 전까지도 감세정책이 경제회생에 효과는 없으면서 재정에 부담을 준다며 반대해 왔으나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서 비롯됐다.

최근에 주장된 감세정책은 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면서 경제회생의 방편으로 제시된 것인데 은근슬쩍 가로챈 결과가 되고 말았으므로 비난받을 만 하다. 지금까지 감세정책은 으레 야당이 선수를 치고 여당이 따라 갔는데 이번의 경우도 형식이 유사하나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유달리 큰 것은 그만큼 경제현황에 대한 인식이 심각해졌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감세정책은 어머어마한 금액을 쏟아 붙고도 효과를 낙관하기 어려워

감세정책에 대한 요구는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감세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유행처럼 번져갔다. 그래도 미국은 재정흑자 상태였고 우리처럼 경제가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하지 않았다. 2003년 1월 제프리 삭스 교수는 감세정책으로 인한 미국의 향후 10년간 재정적자규모를 1조 5,000억 달러라고 소개하였다. 그 후 2003년 3월 27일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부자들을 위한 감세가 재정적자만 부풀릴 것이란 비판 속에 딕 체니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까지 동원해 51대 50으로 상원에서 간신히 법안을 통과하였다. 이 때 미국의 향후 10년간 재정적자 규모 예상액은 3조 달러로 늘어났다.

2003년 9월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미국의 재정 적자규모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2조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1월에 추정한 미국의 재정흑자는 5조 6,000억 달러였으므로 부시가 감세정책으로 쏟아 부은 돈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8조 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한국 돈으로 9,600조원이며 10년 동안 매년 경기부양을 위해 96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쏟아 부은 셈이 된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가 회복되어 견실한 성장을 이어간다는 징후는 없다.

일본의 재정정책은 참담한 실패로 끝나

일본의 경우 수출은 1991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4.6%의 고성장을 지속한 반면 내수는 같은 기간 0.9%의 저성장에 그침으로써 소비 부진에 따른 10년 불황이 이어졌다. 자산에 대한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기관들이 부실화 되고, 나아가 중개기능 약화로 투자가 위축되고, 뒤이어 기업의 도산과 구조조정으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임금소득이 하락하였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를 더욱 억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갔다.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하여 일본 정부는 1992년부터 2002년까지 10여 차례의 경제대책을 통해 총 139조엔 규모의 재정정책을 실시하였다. 이는 10년간 매년 140조원의 어마어마한 금액을 쏟아 부은 셈이 된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일본경제는 10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말았으며 오히려 국가부채가 급속하게 늘어나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낙인 찍혔다.

우리나라의 감세정책은 실패한 정책을 계속 반복하는 꼴

우리나라의 경우 재계나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하여 감세정책에 걸어왔던 기대는 실로 막중하였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거의 대부분이 실패하고 말았다. 불행한 정책의 시작은 2001년도에 실시한 한시적 특소세 인하가 용케 성과를 거두면서 시작된다. 이에 자극을 받아 야당은 세율인하를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게 되었고 마침내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이 각각 1%씩 인하된다. 뿐만 아니라 전 품목에 걸쳐 특소세의 인하도 단행되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던 우리나라의 재정 형편상 ‘영구적 세율 인하는 성급한 것이다’는 참여연대의 지적과 세율인하 방식은 감세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소비진작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참여연대의 경고를 무시하고 감세를 단행하였으나 결국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카드와 부동산 등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던 경기는 침체기로 접어든다. 세제전문가인 경제부총리를 경제 수장으로 앉힌 참여정부는 2003년 동안 다양한 조세유인책을 도입한다. 재계가 경제활성화 의지의 표현으로 줄기차게 감세를 요구하였지만 이를 어렵게 참아내면서 투자유인을 위하여 세제를 대폭 손질한다. 아울러 연구개발과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과감한 세제혜택을 부여하여 연구개발과 투자를 위주로 경제를 살려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경제가 살아나지 않자 재벌의 요구에 굴복하여 법인세율을 2% 인하하고 승용차 등에 대한 특소세 인하를 단행하기에 이른다.

2004년에 들어와서 경제가 더 나빠지자 경제정책의 우선순위가 투자에서 일자리 창출로 급선회하고 이를 위하여 고용증대에 대한 세제 지원과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세제지원이 발표되었었다. 이마저도 효과가 없자 이제 다시 소비 진작을 목표로 소득세율을 1% 낮추고 특소세에서 부유세에 해당하는 부문을 폐지하기로 발표함으로써 고소득층이 소비를 늘려 주었으면 한다는 희망을 강력하게 피력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도, 정부여당도 그리고 보다 강력한 감세를 요구하고 있는 한나라당 마저도 감세가 응급조치일 뿐 그 효과를 뚜렷하게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2001년부터 소득세와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재정손실 분만 대략 4.2조원, 특세소까지 추가하면 적어도 5조원에 달할 것이다. 미국처럼 감세의 재정결손효과를 10년으로 본다면 최소한 50조원의 예산을 쏟아 붓고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감세의 경제적 효과를 자신할 수 없음을 인정한 터에 이에 대한 이론은 늘어놓지 않으려 한다. 다만 감세는 경기순환기에 경기조절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정책이므로 구조적인 경제문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만은 밝혀두고자 한다.

근본적인 처방은 양극화에 대한 처방으로 모아져야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는 한마디로 양극화 현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화학공업과 경공업, IT산업과 비IT산업, 근로소득세 최고세율 대상자와 면세점 대상자 등으로 분류하여 전자는 각각 양극화의 양지에, 후자는 각각 양극화의 음지에 위치하고 있다. 양지와 음지의 격차가 더욱 벌어져 양지의 성과가 음지에 스며들어 전체적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는 트리클다운효과(trickle-down effect)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이제 잘나가는 기업에 납품해봐야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게 전개되는 이유는 음지에 속한 부류들이 대부분 경제적 낙오자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전에 다가온 쌀 시장 개방이 현실로 다가오면 그 심각성은 가히 폭발적일 것이다. 지금 농촌은 쌀 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격한 구호가 곳곳에 걸려 있지만 저지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낙오자가 폭증하는 이유는 대기업을 위주로 한 고도성장정책에 익숙하여 경쟁력이 떨어진 음지에 적합한 정책을 전혀 설계하지 못하고 있음에 기인한다. 지금까지 기껏 예산지원을 통한 농어촌대책이 고작이었다.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고민은 음지를 어떻게 살려내느냐에 있다. 그 중요성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면 굳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물론 양지와 음지 각각에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고 양지와 음지를 조화시키는 대책이 필요하겠으나 그것은 양지에 속한 기업이나 자본가의 몫이며, 산업정책의 몫이므로 여기서 구태여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뿐만< 아니라 양지에 있는 기업들이나 자본가들은 이제 스스로 헤쳐갈 정도로 성장하였다. 따라서 음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무엇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방특화산업을 육성하는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방특화산업을 과감하게 육성하여 양극화의 음지에 있는 사람들이 제 몫을 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지방특화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순전히 대도시와 산업화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산업사회에서 기술력을 가진 제품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가치를 지니 것은 지방특화다. 제주도하면 바다와 수려한 경치의 섬의 이미지가, 이천하면 도자기가 떠오른다. 지역 특화된 이런 이미지는 산업화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또 다른 점은 이를 산업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의 단순한 특산품 특히 농수산물은 그 값어치가 극히 미미하다. 이것으로 많은 인구가 생계를 의존할 수는 없다. 제주도가 베니스나 라스베가스 정도가 되어야 제주도민들의 실질적인 소득이 증대되는 것이다.

60년대 이후 우리는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하여 정든 고향을 떠나왔다. 그 당시는 단순기술 노동자라도 성실하면 성공할 수 있었다. 일자리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맏이가 대도시에서 공장에서 단순 근로를 하면서도 동생들 학비를 보내고 자신도 야간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비록 단순노동이라도 당시 임금은 물가수준에 비하여 높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노동을 하면서 저축을 하거나 동생들 공부시키는 사례를 접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언제 그만 두어야 할지 불안하기 그지없다. 기술위주로 재편된 기업들이 더 잘나간다 하더라도 그러한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방특화산업의 가능성

지방특화산업의 가능성을 필자가 즐겨 마시는 포도주부터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진로포도주는 값이 대략 천원 정도한다. 그런데 외국의 와인들은 대중적인 것이라도 15,000원에서 25,000원 정도이다. 평균 20배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품목이다. 이에 착안하여 국내에서 기르는 켐벨이란 포도는 와인제조에 적당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충북 영동 마니산 끝자락에서 켐벨포도를 제조하여 ‘샤또마니 스위트레드’라는 순 국산 양주를 연간 100만병을 생산해내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또한 960여 농가 조합원이 뭉쳐 대부도에서 바닷가의 뜨거운 열기와 습도, 낮과 밤의 심한 기온차를 겪은 포도송이로 과일 향이 풍부한 ‘그랑꼬도 레드와인’을 2만 5,000병 만들어 낸다. 이는 지방이 단순히 관광객 유치와 특산물 생산을 넘어 산업화에 근접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화된 꽃축제도 관광의 차원을 넘어 모종 산업으로 진전되어야 한다. 경기도 이촌의 도자기 축제도 세계적 산업으로 탈바꿈시킬 잠재력이 있다. 중국의 경우 집집마다 커다란 도자기로 집안을 장식하고 있으며 알록달록한 원색을 칠한 도자기는 크기를 다양하게 만들어 전통 기념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도 잘 고안하여 집안을 품위 있게 장식할 도자기를 만들어 너도 나도 사도록 해야 한다. 방학 때마다 자녀를 섬머캠프로 보내는 열기가 식지 않자 각 지자체가 영어마을을 다투어 계획하고 있다. 어차피 영어 연수로 들어가는 아까운 외화를 절약하기 위해서라면 아예 시골마을 하나를 통째로 영어마을로 개발하여 현장감 나는 영어체험을 국내에서 하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산 간척지지역의 모 영농조합은 투자자들을 상대로 농촌체험과 유기농 먹거리를 제공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조용하던 시골마을은 수도권에서 온 차로 매달 북적거린다. 영농조합이 주장하던 도농교류가 프로그램화되어 하나 둘씩 진행됨으로서 서로의 신뢰가 쌓이고 있다 머잖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어 도시의 소비자가 선호하는 유기농 농산물을 직접 공급받아 좋고, 도시의 자본과 소비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농촌의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화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어 그나마 산업화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따라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은 당연한 결과였다. 파주출판단지나 애니메이션산업도 전망이 밝다. 그리고 제주도와 강원도는 관광단지로 그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 개발하여 고가의 기념품으로 파는 진주나 비단도 우리나라에서도 가능성이 있다.

지방의 의존적 사고방식과 중앙의 전시행정의 틀을 깨야

발전 가능성이 무한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도시에 몰려 실직당하고 지방은 나름대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가치에 대한 비뚤어진 사고가 자원배분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제주도 지역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그 학생은 제주지역민의 사랑을 온 몸에 받으면서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고 졸업 후에 서울에 남아 공무원을 하거나 전문직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엄밀히 말해 제주지역을 위해 일하지 않을 학생을 위하여 그리 열광할 필요가 없었다. 지역에서 투자해서 키웠는데 나중에 보면 중앙을 위하여 일하고 지역에는 못난 놈만 남는다.

재정도 마찬가지다. 강릉에 휴가 나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장사했는데 부가세는 전부 중앙정부가 가져간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직원들 월급 등 기초행정비마저도 모자라 매년 전전긍긍이다. 지역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중앙에 영향력이 있는 지자체장을 뽑아 중앙예산을 좀 더 따오기를 바라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니 예산의 사용처에 대하여 지역주민들은 의견을 낼 수 없는 형편이다. 타고난 가치를 부정하고 오로지 한 가치에 매달려 천편일률적으로 행동하게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특화산업 운운하는 것은 필자마저도 한마디로 사치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길을 포기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

참여정부는 이제 과거처럼 국가가 불균형발전의 틀로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의 대안으로 국가균형발전계획을 세워놓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3대개혁 입법 인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조치법’,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안’ 그리고 ‘지방분권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 지자체가 발표하고 있는 지역혁신발전계획은 참여정부의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계획을 재정적으로 담당할 균형발전특별회계를 만들었는데 그 재원 5조원은 새로 조성된 것이 아니고 종전의 지방양여금과 국가보조금이 이름만 바뀌어서 지원되는 것이다. 한 가지 나아진 게 있다면 중앙정부가 지방의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자부가 지역혁신산업에 지원하는 규모를 보면 3년간 1천 500억 원을 들여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별로 2-3개씩의 지역혁신특성화시범사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고 지난 8월 2일 발표했다. 광역지자체당 연간 평균 31억, 사업별로는 연간 12.5억 정도 지원되는 셈이다. 그나마 국회 예산안 계수조정소위는 이를 전액 삭감하려 하였다.

돈의 지원 규모로 보아 사업이 전시 행정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이 확 든다. 그리고 지자체의 혁신계획은 어김없이 바이오산업, IT산업, 중화학 공업, 웰빙산업 등이 끼어 있다. 이는 균형발전계획에 편승하여 중앙에서 첨단산업을 분산할 때 그것을 유치하려고 하는 의도를 다분히 비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첨단산업의 공장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간다고 한 들 양극화의 음지에 있는 사람을 쓸 이유는 별로 없다. 따라서 중앙의 정책에 편승하여 첨단 공장을 지역에 유치하는 일이 지역에 무의미한 일은 아니나 그것이 음지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첫 단추는 자치단체의 자주적 예산을 보장하는 세제개편에서 찾아야

지방특화산업을 활성화시키는 필요충분조건은 지방을 중앙의 예속에서 벗어나 홀로 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첫 걸음은 자치단체에게 자주적 예산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그 예산으로 지방이 먹고 사는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기반이 마련된다면 인재와 재정이 자체적으로 선 순환되는 구조가 점차 일반화될 것이다. 자주예산 필요성이 첫 번째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자주재원 마련을 위한 고려는 별로 진전된 것이 없다. 고작해야 지방교부세의 법정비율을 점차로 올려 가겠다는 발표만 있었을 뿐이다.

‘지방분권특별법’은 제11조에서 국세와 지방세의 합리적인 조정과 지방세의 새로운 세목을 확대하고 대신 불필요한 비과세 및 감면을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는 것에 비하면 답답할 따름이다. 지방분권특별위원회의 위원들도 조세를 전문으로 하는 위원들은 거의 없고 논의 자치도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푸대접 속에 8월 12일 노무현대통령이 밝힌 제한적과세권의 지방이양이 초미의 관심사로 집중된 적이 있었다. 재경부의 반응은 ‘지방재원을 확충한다는 방향에서 계속 논의를 진행해왔으나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거나 행자부의 반응은 ‘원론적인 수준의 애기로 보인다’로 치부하며 모두 다 이내 관심을 접고 있다.

무분별한 감세정책으로 혈세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보다 효과적인 지방의 자주재원확보에 세제개편의 방향이 모아져야 한다. 지방의 자주재원 확보의 기본 원칙은 소비세나 소득세라도 지역연고가 주장될 수 있는 부분은 가급적 자치단체의 재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책실패로 혈세를 낭비한 정책당국과 정치인은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통감하기 바란다.

* 이 글은 <민중의 소리> 에도 실렸습니다.
최영태 (회계사,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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