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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4.12.15
  • 1502

정치인에게 특혜 주는 잘못된 법안 통과시키려는 국회의원들



가파른 양당 대치속에 속전속결로 통과되려는 조세특례제한법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을 둘러싼 열리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가파른 대치가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지금, 양당이 일치단결하여 속전속결로 통과시키고자 하는 법안이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법안이길래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현재 국회 재정경제위 조세소위 (위원장 : 강봉균 의원)가 심사하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중 정치자금과 관련된 부분은 크게 2가지이다. 과거 정치인이 수수한 불법정치자금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는 조항(부칙 13조)과 과세한 불법정치자금이 몰수된 경우, 이미 납부한 세금의 환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경정청구권)를 부여하는 조항(법 76조 4항)이 그것이다.

이법이 통과되면 양당은‘합법적’으로 460억원의 세금을 면할 수 있어

여기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먼저 과거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과세 면제’를 규정한 부칙 13조를 살펴보자. 2003년 4월 참여연대가 ‘세풍’ 자금을 수수한 정치인들을 탈세혐의로 국세청에 신고한 것을 계기로, 정치인이 수수한 불법자금(뇌물 혹은 불법정치자금)의 과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이 논란의 결론은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과세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2004년 2월,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과세가 가능하다’라는 252명의 전문가(학계, 세무사, 변호사) 선언을 시작으로, 2004년 5월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협이 동일한 입장을 피력하였다.

국가기관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국회의원인 김진표 전 재경부 장관은 장관시절, 과세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국회 재경위 전문위원실 역시 ‘현행 법체계하에서 과세가능’이라는 법안의 검토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현재 공개적으로‘과세불가’를 주장하는 집단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재경위 조세법안 심사소위 위원들 밖에 없다. 이들이 왜 이런 논리를 펼치고 전개하고 있을까. 전직 관료 (강봉균, 김진표 의원) 변호사(문석호, 이상민 의원), 대학교수(윤건영, 김애실 의원) 등으로 구성된 조세법안 소위 위원들이 이러한 전문가들의 주장을 모를 리 없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즉 그것은 조세특례제한법이 양당에 약 460억원의 경제적 이권을 안겨다주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법안이 원안그대로 통과된다면 한나라당은 약 407억원, 열린우리당은 약 52억원의 세금을 '합법적‘으로 면제받을 수 있다. 더구나 과세시효내만 따져도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아직 노출되지않은 개별적인 불법정치자금까지 면죄부를 받아 정치인과 정당은 조세포탈범 처벌과 탈세범의 불명예로 부터 완전히 해방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당 의원들이 일치단결하여 이 조항을 고수하려 하는 것이다.

정치권에 대해 특혜와 봐주기로 점철된 조세특례제한법

법안이 정치인이 불법적으로 수수한 정치자금이 국고에 몰수(혹은 추징)되는 경우에는 이미 납부한 세금의 환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이른바 경정청구권)을 부여하는 점도 문제이다. 우리 세법에서 경정청구권은 아주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 46조는 과세표준과 세액의 근거가 된 거래가 다른 것으로 확정될 경우에만 경정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몰수ㆍ추징은 형벌일 뿐 이미 확정된 과표(즉 이미 수수한 정치자금의 금액)를 변경시켜야할 다른 사건이라고 볼 수 없으며 당초 증여사실을 취소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없고 오히려 세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될 수 있다. 만약 몰수 추징에 대해서 경정청구권이 부여된다면, 당초 거래 변경없이 발생하는 법인 및 개인소득의 모든 분야에서도 광범위하게 경정청구권을 인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증여의 경우, 일반인의 경우 원래 돈을 주었던 사람에게 돈을 돌려준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6개월이 지나면, 새로운 증여로 보아 또 다른 증여세를 부과한다. 그런데 정치인의 경우 불법정치자금을 국가가 몰수하면, 몇 년이 지난다할지라도 이를 6개월 내에 원귀속자에게 돌려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동안 과세당국은 일반 범죄인의 경우 실제로 몰수 추징이 된 경우에도 과세를 해왔고, 대법원은 이것이 정당하다고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여 처벌과 이에 따른 몰수추징을 당한 건설업체 직원이나 주택개발조합장들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가 정당하다고 여러번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범죄행위로 금품을 교부받았다면 소득세법상의 소득은 이미 실현된 것이므로, 납세자가 이를 모두 국가에 추징당했다 할지라도, 이는 범죄행위에 대한 부가적인 형벌로서 가하여진 결과에 불과하여 이를 원귀속자에 대한 환원조치와 동일시 할 수 없으므로, 과세는 정당하다(대판 2002두431)”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번 물어보자. 이들과 정치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이들은 너무 적게 받았고, 또 특별한 ‘빽’도 없다. 반면에 정치권은 충분히 많이 받았고, 자신들을 규제할 법을 만들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밀실’에서 자신을 규제하는 법안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

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정치권에 대한 특혜와 봐주기로 점철된 조세특례제한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 법안의 개정여부가 17대 국회의 정치개혁 의지의 진정성을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누차 지적한바 있다. 그러나 국회 재경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고 언론과 시민의 눈을 피해 소위 방청조차 거부한 채‘밀실’에서 지금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것이 17대 국회가 추구하는 정치개혁의 현주소인가. 또한 이는 그동안 학계와 시민단체에 의해 정치부패의 하나로 지목된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s)의 전형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정치권이 국민의 감시와 여론에서 벗어나 자신을 규제하는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문제점, 바로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s)의 문제가 인 것이다.고양이에게 맡긴 생선의 결과가 충분히 예측가능하듯 우리는 조세특례제한법의 운명이 결국 부실한 법안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점칠 수 있다.

법안 통과시킨 재경위 조세소위는‘정치개혁에 역행한 소위’라는 불명예 안게 될 것

그것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간단하다. 원래 이해충돌은 이해당사자가 이를 회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법제정을 회피할 수 없다. 따라서 다음의 방법은 ‘공개’하는 것이다. 자신이 이에 대해 어떠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과 발언, 표결을 행사하는지 국민과 언론앞에 공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해충돌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위가 언론과 시민단체의 방청을 허용하고, 소위 위원 모두가 법안심사과정의 발언과 표결을 공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만약 이를 거부하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소위 소속 9인의 위원들은 ‘정치권의 이익을 위해 대법원의 판례를 부정하고 세법의 과세근간을 흔들어가면서 이들에게 면죄부를 발부하였다는 오명’을 두고두고 달게 될 것이다.

최한수(참여연대 경제개혁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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