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개혁센터 칼럼(ta) 2012-12-06   1691

[칼럼] ‘세금잔치’, 끝내야 한다

 

이 글은 2012. 12. 6. 한겨레 신문 시론으로 실린 글입니다. 출처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63948.html

 

 ‘세금잔치’,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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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은 목표물에 정확히 떨어져야만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만약 목표지점을 벗어날 경우 엉뚱한 사상자를 낼 수 있다. 요즈음 대선 과정에서 여당은 야당의 부자증세 주장에 ‘세금폭탄’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감세정책을 통해 무려 90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삭감해 주었지만, 감세정책의 효과는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되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고소득층과 재벌 대기업은 2011년 한 해에만 무려 국세감면액(29.8조원)의 41.8%를 가져갔다. 가히 일부 특권층을 위한 ‘세금잔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서민 중산층에게 감세정책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케이피엠지(KPMG)의 발표에 따르면 미화 10만달러의 우리나라 소득자가 부담하는 실제 소득세 부담률은 2011년에 14.6%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스위스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도 2010년 상위 10%의 근로소득자가 부담하는 실효세율이 11.1%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소득세 부담의 공평성이 폴란드와 일본 다음으로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2010년 제조업 외부감사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중 약 60%를 상위 10개 대기업이 차지하고, 삼성전자의 점유 비중은 무려 21.9%에 달한다. 그 결과 2010년에 삼성전자의 실효 법인세율은 11.9%로 법인세 최고세율(24.2%)은 물론 대기업이 최소한 부담해야 하는 최저한세율(14%)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 주장하는 감세의 성장효과와 적하효과(트리클다운 효과)는 허구임이 밝혀지고 있다. 이 정부 집권 4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1%로 노무현 정부의 4.3%보다 크게 낮아졌고, 고용창출력이 약화하면서 일자리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소득과 재산의 양극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가구소득은 2006년 6.65배에서 2011년 7.86배로 늘고, 재산의 격차는 39배에서 무려 65배로 크게 벌어졌다. 더욱이 같은 기간에 우리 사회의 빈곤율은 16.6%에서 18.3%로 증가했고, 여전히 150만명에 달하는 빈곤층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마저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마땅히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조세 부담이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은 법이 정한 납세의무에 충실할 것이다. ‘선 부자증세 후 보편증세’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허물어진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세금폭탄’으로 호도하는 것은 감세정책의 커다란 수혜자인 일부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위기의식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짝퉁’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개발독재 시대로부터 이어져온 선택과 집중의 조세체계를 복지국가 시대에 적합한 연대와 공존의 조세체계로 개혁해야 한다. 그래야만 양극화와 저성장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분배와 성장의 새로운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실체가 없는 ‘세금폭탄’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잔치’를 끝내는 것이다. 세금은 폭탄이 아니라 민주시민의 양심이고 윤리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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