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개혁센터 칼럼(ta) 2015-01-22   1497

[기고문]정부의 가계소득 늘리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젯밤 샤워를 하고 무심결에 체중계에 올라갔다. 분명히 연말 모임에 얼굴만 비춘 것 같은데 바늘은 정직했다. 차라리 오르지 말 걸 하는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체중계를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새해목표는 다이어트가 되었다. 관련 정보 수집을 위해 인터넷을 찾았지만 어느새 경제 기사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쓴웃음을 지어본다. 4% 성장이 가능하다는 제목을 그냥 넘길 수 없었나 보다. 정보 수집을 하랬더니.

 

본의 아니게 체중이 성장(?)했지만, 사실 성장이 필요한 부분은 노동소득 분배율과 가계소득이다. 지표상으로는 국민소득이 늘고 있다지만 이를 체감하기는 어렵다.작년 기준으로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DGI)는 고작 1만 4690달러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보다 1만 1515달러가 낮았다.정부는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3대 패키지를 내놨지만 그 성공여부는 새해 다이어트 계획만 큼이나 불투명하다. 이유는 지금부터 언급할 요량이다. 아, 오해는 하지말자. 나의 다이어트 계획도 당연히 실패할 거란 의미는 아니다.

 

다이어트의 궁극적인 목적과 그에 따른 선택 

다이어트의 목적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혹자는 날씬하고 보기 좋은 몸매를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건강관리가 되어야 옳다. 그렇지 않고 다이어트 그 자체에 목적을 두다보면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생겨난다.

 

말을 바꿔서 가계소득 증대 세제에 똑같이 적용시켜 보면, 가계소득 그 자체에 매몰되어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는 느낌을 적지 않게 받는다.일례로 근로소득 증가분의 경우,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서 각각 한 번씩 세제혜택이 적용된다.이를 통해 가계로 흘러들 어가는 소득의 크기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엿볼 수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것이 최선의 방책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세제혜택에 따른 정책효과가 대단히 유동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근로자 중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비정규직에 대해서 기업이 정규직으로 전환시 세제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소득인상 조치에 가깝지 않을까.물론 가계소득 증대도 좋지만 망가진 분배구조의 회복이라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제도를 설계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디테일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의외로 디테일하게 챙겨야 할 부분들도 많다. 먹어도 싱겁게, 식사는 규칙적으로, 잠은 충분히 등 별것 아닌 것 같아보여도 소홀히 했다간 피나는 노력의 결과를 묻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가계소득 증대세제도 다르지 않다. 드러난 디테일이 정책의 색을 어느 정도 살려주느냐 가 매우 중요하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경우, 일정 비율의 당기 소득에서 제하는 배당과 투자에 대해서는 증가분이 아닌 지출 총액을 적용하고 있어서 실제 세 부담은 크지 않다. 여기에 투자의 범위에 설비투자, 건설투자, 연구개발(R&D) 투자에 업무용 건축물의 건설·토지매입 비용까지 포함시켰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임금을 늘려주기보다 부동산 투자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임원이나 연 소득 1억 2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고는 하지만 이들은 근로소득자 가운데서도 극히 일부라 결정적 대목은 아니다. 오히려 당해 연도의 임금상승률이 3년 평균치보다 높으면 세제혜택을 주기 때문에 인상시점의 조합에 따라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세제의 틀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짜고 맵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면서 감히 다이어트를 결심한 누구도 걱정이지만, 가계소득 증대라는 정책취지를 맛깔나게 살려줘야 하지만 힘들어 보이는 ‘디테일’도 걱정스럽다.

 

모순과 자기 합리화

다이어트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먹는 것에서 온다. 씹어 삼키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세상에 널린 수많은 음식 중에서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것만을 골라 먹어야하기 때문에 관리와 절제에서 오는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면 과자 하나,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을 거라는 자기합리화의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다. 이겨내야 하지만 워낙 교묘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면서도 넘어간다.

 

이런 모순과 자기합리화는 배당소득 증대세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고배당 기준에 신규상장 기업과 무배당 기업에 대한 요건이 새로 추가되긴 했지만, 소액주주에게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9%로 낮추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 해 당하는 대주주에게 선택적 분리과세(25%)를 허용하겠다는 기본 틀은 그대로다. 

 

실제 배당수익의 대부분이 대주주를 비롯한 고액 자산계층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적용되면 배당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 감면액이 많아져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설사 정부의 의도대로 소득이 늘어난다 한들, 특정계층에 집중되어 양극화를 촉진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에 타 세제와의 형평성을 비롯한 다른 문제까지 고려하면 세제의 존재자체에 대한 의문마저 들게 한다.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하는 자기모순과 합리화의 순간은 다이어트에서 느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앞서 정직한 바늘이 알려준 내 다이어트 목표치는 현재 체중 기준으로 3.6% 정도다. 평소에 즐기는 치킨이 다이어트에 효과 적이라는 새 이론을 찾지 못해 아쉽지만, 내 목표치 만큼만이라도 가계소득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도전해볼 생각이다. 다소 성급한 감은 있지만 나의 경우엔 본연의 목적이나 방법, 디테일과 자기합리화의 함정만 조심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는 가계소득을 늘릴 수 있을 것인가. 판단은 각자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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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기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본 기고문은 1월 26일자 조세금융신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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