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실속도 없고 세수규모도 턱없이 부족한 2015년 세법개정안

실속도 없고 세수규모도 턱없이 부족한 2015년 세법개정안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일부 있지만 제대로 된 세수확보와는 거리 멀어
소소하고 미약한 다수의 변화보다 조세정책 전반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

 

오늘(8/6) 기획재정부는 ‘2015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소장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공평과세 차원의 일부 조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정책효과가 불확실하고 당면한 세수부족 문제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약속과 달리 밋밋하기 짝이 없는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계획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선제적 사업재편계획에 대한 과세특례방안과 같이 정책 목적과 달리 악용될 소지가 농후한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체감하기조차 어려운 소소하고 미약한 다수의 변화보다는 법인세율 인상을 포함한 조세정책 전반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

 

경제활력 강화, 민생안정, 공평과세, 조세제도 합리화를 기본 방향으로 내세운 이번 세법개정안은 자본 이득과 자산 소득, 재벌 대기업에 대한 소극적 과세, 법인세 보다는 소득세와 소비세 중심의 과세 등 지난 2년간 박근혜정부가 보여준 조세정책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더욱이 세법개정안에서 제시된 세수효과 연간 10,892억 원 중 소득세가 3,786억 원, 부가세가 3,135억 원을 차지한 반면 법인세는 2,398억 원에 그쳤으며, 그나마도 2018년 이후로는 법인세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정책기조를 유지한 이번 세법개정안이 과연 갈수록 심각해지는 세수부족 사태를 해결하는데 충분한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최근의 추경 세입경정까지 발생한 세수결손만 무려 24조 8,000억 원에 달한다.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재정적자와 국채발행 규모, 미래의 재정지출 소요분까지 감안하면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제시한 연간 1조 원 남짓한 세수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세법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청년 일자리와 근로자 재산을 늘리겠습니다’는 2015년 세법개정안의 부제는 그 실효성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경제활력 강화를 위해 미래세대인 청년일자리 창출을 적극 뒷받침 한다는 목적으로 신설된 청년고용증대세제는 그 취지와는 달리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청년 취업자에 대한 고용지원 확대 조치 역시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대한 검증 여부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실제 과세부담분 등을 감안하면 체감효과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에서 투자증대와 고용창출을 명분으로 법인세 인하를 단행했지만, 기대했던 정책효과 보다는 기업들의 사내유보금만 쌓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해 세제지원을 하기 보다는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정상화하여 증대된 세수로 고용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다음으로 근로자의 재산형성 목적으로 신설하겠다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역시 실효성을 담보하기에는 내용이 매우 취약하다. 직전연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를 제외하고, 저소득계층에 대한 의무가입기간 축소 등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진다. 연간 2,000만 원 한도로 만기 인출시 발생하는 200만 원까지의 소득에 대해 비과세할 경우, 세제혜택은 연간 30만 원 정도에 불과하며, 200만 원 초과분에 대해 9%의 분리과세를 적용할 경우에도 일부 고소득 개인사업자를 제외하고는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근로자의 재산이 소득과 소비의 차이가 누적된 결과물이라면, 근로자의 실질임금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기본적인 소비지출을 줄여주는 조치가 필요하며, 이는 누진적인 증세조치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 더욱이 비과세 종합투자저축계좌 제도를 도입했던 영국이나 일본, 캐나다의 사례에서 보듯이 ISA는 기본적으로 소득재분배에 역행하는 제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제도다.

 

한편 세법개정의 기본방향 중 하나로 밝힌 과세형평성 제고는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엇갈린다.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상장법인의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고, 차등적용 되던 세율을 20%로 단일화하는 방안은 상장주식 양도차익 전면 과세에 비추어 미흡하기는 하지만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역외탈세방지와 관련해서도 다국적기업의 국제거래정보 제출의무 확대나 정기적 금융정보 교환을 위해 금융회사의 정보 식별·보유 권한 신설, 재외국민의 판정기준을 기존 1년 이하에서 183일로 축소하는 등의 노력 역시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이나 대상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대단히 반가운 조치다.

 

반면 업무용 승용차에 대한 과세 합리화 방안이나 종교소득 과세체계 정비는 그 취지나 당위성, 국민적 관심과 달리 세부조항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높은 종교소득 과세체계 정비방안에서 종교인의 소득을 사례금이 아닌 종교소득으로 법률에 명시하되, 여전히 기타소득(계속 반복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소득)으로 간주함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공평과세라는 큰 원칙에 비추어 기타소득이 아닌 근로소득 등으로 소득유형을 구분하여 다른 소득과 공평한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정부에서 증세 대안으로 반드시 정비하고, 일몰시키고, 줄이겠다던 비과세 감면제도는 가히 불사조라 불러도 무방할 지경이다. 합리화라는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 의지가 빈약한 것은 아닌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설투자세액공제와 연구개발비세액공제에 대한 정비가 일부 있었지만 전체 감면대상이나 크기,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새로 추가된 감면 조치를 고려할 때 생색내기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정책목적과의 괴리가 발생하는 부분도 다수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해외투자 활성화를 위해 신설하겠다는 비과세 펀드의 경우 국내투자 역시 대단히 부진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자발적 기업구조조정 세제지원 신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기업 간 주식교환 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교환으로 취득한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이연(移延)하고 증권거래세까지 면제하겠다는 조치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 악용의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최종적으로는 대주주에게 그 혜택이 귀결되는 문제점도 있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부의 무상이전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소비자 부담경감을 위해 추진하겠다는 개별소비세 정비방침은 과세 품목과 기준가격 설정의 적정성 여부라는 측면에서, 외국인관광객 미용성형 의료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사후환급 신설은 사실상 관광과 의료용역의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세제혜택을 통한 수익성 보장으로 소형주택 임대사업자를 늘리는 방안보다 공공주택 보급을 늘리는 조치가 근로자의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적이고도 진정성이 담보된 민생안정이 아쉬운 대목이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제도 보완을 위해 신설된 문구는 그 근거를 마련하고 영리법인의 주주 등에 대한 증여세 과세범위를 명확히 하는 의도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과세당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 정상거래비율과 한계보유비율에 대한 기본공제율 적용폐지나 일감몰아주기 판단기준으로 내부거래 절대금액 고려에 대한 검토, 매출거래뿐만 아니라 매입거래를 통한 일감몰아받기와 회사기회유용을 통한 편법적인 부의 이전행위에 대한 과세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해마다 세제개편은 반복된다. 그 때마다 눈치보기식, 주먹구구식, 땜질식으로 일관하다 보니 세제전반의 균형이나 방향, 효과 모두 제대로 잡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도 반복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사회적, 재정적 여건이 결코 녹록하지 않은 만큼, 이번 세법개정은 그 전철을 밟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한 것은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사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 줄 장작이다. 이쑤시개가 아니다. 명실상부하고 부족한 세수를 확충할 수 있는 세제개편이 요구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