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룰 수 없는 또 하나의 선택: 과세인프라 확대

<조세일보 공동기획>’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 ③

(편집자주) 조세일보와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이 공동기획으로 ‘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칼럼은 주 1회 게재될 예정이며 조세일보 사이트(www.joseilbo.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세일보 공동기획-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한다
① 공평과세로 가는 길 아직도 멀었다 (05/28)
② 소득격차심화와 사회적 파장 (05/31)

○…우리나라가 월드컵축구 D조 예선 1차전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2대0으로 완벽하게 승리하였다.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국민들, 붉은색의 물결 그리고 광화문등에 모인 수만의 시민들 지난 4일은 한국축구의 완벽한 승리로 이 모든 것에 보답하였다. 승리 후에도 감격한 시민들의 흥분이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CNN은 톱뉴스로 이 사실을 보도하였다.

월드컵에 4회 연속 진출하고도 1승조차 올리지 못하였던 우리나라의 축구가 아닌가. 아시아 축구의 맹주이나 유럽팀을 만나면 몸이 얼어붙는다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었다. 이런 저조한 성적을 두고 그동안 체격조건의 열세, 실력의 열세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체념하고 살아 왔다. 그러나 지난 세월의 체념이 잘못된 것임이 증명되었다. 아시안컵의 저조한 성적으로 아시아에서 조차 자리를 위협받게 된 한국축구는 벼랑 끝에서 이방인 축구감독을 영입하고 그에게 전권을 위임한다는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 그렇게 모셔온 축구감독 히딩크가 1년 6개월 만에 이 모든 체념을 희망으로 바꾸어 놓았다. 체력훈련의 지속적인 실시, 멀티플 플레이어의 중시, 이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압박축구 그리고 모든 포지션에 경쟁체제 도입 등 기본전략을 충실히 밀고 나감으로서 한국축구를 세계축구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것은 사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동안 축구협회와 언론은 대표팀의 성적에 일희일비하며 히딩크를 수없이 흔들었다. 그러나 폴란드에 완승을 거둔 후 “히딩크 고마워요”로 바뀌었으며 히딩트식 리더쉽은 격찬을 받게 되었다.

○…자, 이제 1999년 4월로 잠시 돌아가 보자. 국민연금의 도시 자영업자들의 확대 실시결과 저조한 자영업자의 소득신고에 흥분한 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당시까지 실시된 탈세에 대한 조사를 살펴보자. 한국조세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현실화율이 개인사업자의 경우 평균 52.2%(1993년 2기 기준)로 나타났다. 더구나 KDI 연구결과에 의하면 현금거래가 많은 음식·숙박업의 과표현실화율은 이 보다 훨씬 나쁜 30.4%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그러므로 당시 보건복지부나 국세청이나 자영업자의 탈세에 대하여는 거의 체념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생활수준이나 직업에 따라 신고권장소득이라는 것을 만들어 비슷한 수준에 신고하여 줄 것을 도시 자영업자들에게 애원하고 있었다는 점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1999년 8월 31일에 도입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1999년 12월 28일에 도입된 신용카드 복권제도는 탈세로 점철되어 구제불능인 우리나라의 세무관행을 희망으로 바꾸어 놓았다. 2001년 5월 국세청은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가 지난해 대비 33.1%나 늘어났다고 발표하면서, 예년의 2~3% 증가세에 비추어 신용카드를 활용한 과세인프라의 효과가 혁신적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다시 2002년 5월 또 다시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가 12.2%가 증가함으로써 과세인프라의 위력은 부동의 사실로 자리매김하였다. 영수증을 활용한 과세인프라의 구축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거부되다가 우습게도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벼랑 끝에 몰려서야 겨우 채택되었다. 탈세에 대한 쉬운 해결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월을 체념하며 잘못 살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에도 탈세 문제에 관하여 쉬운 해결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신용카드 사각지대에 대한 미진한 조치이다. 지난 몇 년간 신용카드 사용의 폭발적 증대로 인해 기본적인 소득파악율이 다소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변호사나 회계사, 의사, 한의사 등 주요 고소득 전문직들의 소득파악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이들 업종이 신용카드 사용의 사각지대라는 상황에 기인하는 바 크다. 일반 국민들의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전통적 현금수수업종(예를 들어, 음식/숙박업 등)의 소득파악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반면, 이들 고소득 전문직들과의 거래에 있어서는 여전히 신용카드 사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실제로 이들 병·의원과 학원은, 지난 1998년 과표양성화 차원에서 이루어진 전문직 부가가치세 과세전환 조치에서도 제외되어 투명성과 형평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고소득 전문직들이 전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세수비율이 절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은 매우 크기 때문에 이 부분의 소득파악율 제고는 절실한 과제인 것이다.

○…전문직 고소득자는 이같이 신용카드의 사각지대에서 탈세로 배를 불리고 있는데 반하여, 이들의 고객인 월급쟁이들은 의료비와 교육비와 같이 실생활에 부담이 큰 항목이 소득공제가 거의 되지 않는 대해 의문과 불만을 품고 있다. 예를 들어, 초·중등학교를 다니는 자녀 둘을 둔 연봉 3천만원 정도의 근로소득자가 병원비로 1년에 100만원 정도 쓰고, 매달 두자녀 학원비로 30만원씩 1년에 360만원을 지출했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1년에 받을 수 있는 의료비와 교육비 공제혜택 전체는 10만원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현행 소득공제제도에서는 의료비 공제가 소득의 3% 초과분에 대해 300만원 한도 내에서 이루어지고(100만원-(3천만원×0.03)=10만원), 교육비 공제의 경우, 초·중·고생의 사설학원 수강료는 공제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소득공제제도라는 것이 불만의 이유이다. 즉, 근로소득자들의 일상생활 지출경비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결국 의료비와 자녀 교육비라는 점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의 사각지대와 월급쟁이들의 불만을 동시에 연계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쉽게 고안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병·의원이나 학원 등의 영수증을 공급받는자가 명시된 ‘특정업종 지정영수증’으로 지정하거나 학원의 경우 지로영수증 등을 의무발행토록 법제화하고, 근로소득 연말정산 시 지정영수증을 제시할 경우 의료비와 교육비의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근로소득자들의 의료비와 교육비에 대한 실질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의 대표적 사각지대에 대한 과세인프라를 구축하여 자영자소득파악을 통한 세수확보 기반의 확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극적 검토가 가능한 방안일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권장의 또 다른 문제점은 지나친 신용카드 사용권장으로 국민들의 소비성향이 지나칠 정도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을 결재하려다 보니 현금서비스를 받게 되고, 그것이 지나치면 여러 개의 카드로 돌려 막고, 그러다가 안 되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과세인프라에서 신용카드만 고집할 필요가 없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신용카드는 과세인프라의 초기단계로 제안된 것임을 고려하려 볼 때, 이제 과세인프라는 자연스럽게 일반 영수증으로 자연스럽게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 영수증으로의 확대는 행정적인 준비를 필요로 하므로 지정영수증을 충분히 시행하면서 일반영수증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가장 좋다고 하겠다.

○…이제 다시 한국축구로 돌아가 보자 우리나라 선수들은 잠재력이 충분하였으나 리더와 경쟁이 부족하여 그동안 세계무대에 나서지 못하였다. 마찬가지로 조세 행정에 있어서도 충분한 잠재력이 있는 방안은 있으나 실행의지가 없어 탈세를 방치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깨어 있어 더 이상 체념하고 살지 않는다. 대신 잠재력이 현실로 될 때 우뢰와 같은 성원을 아낌없이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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