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부동산 보유세 논쟁, 한나라당의 본심은?

최근 정부가 부동산 투기대책으로 내놓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방침에 대해 한나라당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주먹구구식’이라는 것이 반대이유다. 한나라당은 국세와 지방세로 각각 따로내는 현재의 재산평가기준부터 일원화해야 한다든가, 거시경제정책과 교육정책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등의 논리를 대고 있다.

물론 현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그동안 시민단체가 주장해 왔던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규제책’ 등 꼭 필요한 조항도 빠져있을 정도로 불충분한 것이다. 그래서 이 정도 대책으로 부동산 투기가 가라앉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들이 곳곳에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마당에 한나라당은 그나마 이번 정부안에서 핵심사안인 ‘부동산 보유세 강화’ 마저 제동을 걸겠다는 태세다. 한나라당의 논리는 그동안 일부 보수언론이 사설 등을 통해 펴 온 논리와 매우 비슷하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가 침체됐고 증권시장이 침체되어서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것이므로, 경기를 살리는 게 우선이다”와 “강남투기의 원인은 교육문제 때문이니 평준화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라는 논리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실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는 좀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하고 싶다. 즉 ‘부동산 대책을 내놓지 말자’라고 말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는, 그리고 공교육이 살아날 때까지는,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더라도 부동산 투기 자체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말고 먼저 경기를 살리는 정책을 펴고 평준화를 해제하는 정책을 펴라는 것 아닌가. 이 논리가 누구에게 이익을 주는 것인가는 분명하다. 부동산 투기로 이익을 얻는 세력, 부동산에 검은 돈을 묻어놓고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갖은 편법을 통해 부당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세력에 이익을 줄 것을 짐작키는 어렵지 않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펴고 있는 논리는 매우 보수적인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들 논지의 특징은 매우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이 부동산 보유세 강화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말이다. 또한 이 논지의 핵심적인 문구는 “부동산 실거래가가 파악되고 실거래가로 모든 조세를 부과할 수 있을 때까지”는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지 말자”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당장 부동산 실거래가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실거래가로 모든 조세를 부과할 방법도 없다. 이런 준비가 되려면 최소한 2-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텐데, 그동안은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에서는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결국 지금의 부동산투기를 정부가 모든 준비를 마칠 때까지는 방치하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이 그렇게 한가한 상황인가.

지금 논의 중인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자는 것은 우선 기본부터 하자는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만 강화한다고 해서 부동산 투기가 잡힌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부동산 보유세는 부동산 가격 안정에 분명히 도움이 되는 방책이다. 또한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정책이다. 부동산을 불필요하게 과다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중형자동차에 대한 자동차세만큼의 세금도 물리지 않으면서 다른 대책을 내놓은들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필자가 한나라당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한나라당은 부동산 실거래가 파악이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느냐고.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혹은 더욱 심해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나 법안을 내 놓은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다. 한나라당에게 충고 한마디만 덧붙인다. “기본이나 잘 하라고”

하승수 (참여연대 협동처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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