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과세가 기로에 서 있습니다”

불법정치자금 과세촉구 연속공개서한 ②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는 지난 해 4월부터 상속증여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정치자금법 등에 근거하여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과세를 촉구해왔으며, 지난 2월 11일부터 다가오는 3월 3일 납세자의 날까지 ‘불법정치자금 과세촉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참여연대는 국세청장과 재경부장관 앞으로 연속공개서한을 보내고 있으며, 그 두번째로 정문영 회계사가 국세청장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냅니다.

이용섭 국세청장님께

요즘 저는 아침마다 신문 보기가 두렵습니다.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종전 152억원 외에도 170억원대의 국민주택채권과 또 다른 수십억원의 현금이 건너간 단서가 포착됐다. 추가 현금 지원까지 감안하면 삼성이 한나라당에만 350억원대의 불법자금을 지원한 셈이다. 이로써 한나라당이 삼성, LG, SK, 현대차 등 4대그룹으로부터 직접 받은 불법 정치자금 총액은 최소 672억원으로 늘었다.

삼성 측 추가 현금까지 감안하면 700억원대에 달한다. 반면 노무현 캠프는 임직원 명의의 편법지원 외에는 여전히 한푼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기업체가 임직원 명의로 준 돈까지 합치면 한나라당은 최소 681억원에 이르고 노캠프는 58억원쯤 된다. 노캠프는 측근비리로 인한 자금까지 합치면 전체 돈은 93억원으로 늘어난다.”

– 대선자금 ‘죄질’따라 구속-불구속 구분,희비 갈리는 ‘財와罰’ (경향신문, 2월 16일)

여러 번 들은 사실들이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더해 놓으니 제 눈을 의심하게 되더군요. 저는 행여 제가 잘못 읽은 것이 아닌가 싶어 덧셈을 다시 해 보았습니다. 삼성 322억원, LG 150억원, SK 100억원, 현대차 100억원…, 672억원이 맞는군요. 여기에다 기업체가 임직원 명의로 준 불법정치자금 9억원을 더하면 681억원이 된다는 이야기네요.

그러나 이 금액은 4대 그룹으로부터 수수한 불법정치자금만 감안했을 때의 이야기이고 한화, 금호, 대우건설로부터 받은 돈까지 합하면 합계는 736억7천만원에 달합니다. 736억원은 연봉 2500만원을 받는 급여생활자가 2944년 동안 일해서 번 돈을 한 푼도 다른 데 쓰지 않고 고스란히 다 모은 금액과 같습니다.

소득세와 주민세, 의료보험료와 국민연금 등 월급봉투를 받기 전에 미리 원천징수되는 금액을 감안하면 아마 그 기간은 훨씬 길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연봉 2000만원, 2500만원의 급여생활자에게서도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는 국세청이, 정당이 증여 받은 재산은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비과세라고 말합니다.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이 사회의 평범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자신이 땀흘려 번 돈의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세금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데, 해마다 수백억원의 예산이 원내에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으로 지급되고 있습니다. 2002년의 경우 한나라당은 531억원, 민주당은 494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 받았습니다.

국세청장님, 우리 납세자들의 혈세가 왜 정당에 지급되겠습니까. 바로 정당의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정치활동을 보장함으로써 이 사회에 기여토록 하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시민의 돈으로 민주적인 정치활동을 수행해야 할 정당들이 기업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정치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경제질서를 어지럽혔습니다. 그런데 일반 시민들이 증여 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과세하는 국세청에서 검찰에서 사실확인을 마친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고지서를 한 장도 날리지 않았습니다.

참여연대에서는 2월 18일자로 다시 한 번 탈세제보 및 과세촉구서를 국세청에 접수했습니다. 검찰 기소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라 삼성으로부터 한나라당이 추가로 지급 받은 170억원은 일단 빠졌습니다만, 지금까지 참여연대가 탈세제보한 불법대선자금만 해도 한나라당 551억7000만원, 안희정 41억4000만원, 민주당/열린우리당 32억6000만원, 최도술 11억원, 신경식(한나라당) 10억원, 정대철(열린우리당) 9억5000만원입니다. 일반인이 551억7000만원을 무상으로 증여 받으면 세금을 약 245억5000만원을 내야 합니다. 일반인이 32억 6천만원을 무상으로 증여받으면 세금을 7억3000만원을 내야 합니다. 이들에게 정상적으로 증여세가 과세될 경우 납부할 세금의 합계는 무려 약 269억원에 이릅니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꼬박꼬박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거나 사업소득세를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기일을 하루라도 어기면 가산세를 징수하면서 불법으로 수수한 이 많은 돈에 대해서는 왜 과세를 주저하십니까. 이들에 대해 과세하지 않으신다면 어느 시민이 조세정의라는 말을 믿겠습니까. 무상으로 자금이 오고갔다는 사실관계가 모두 확인되었으니 과세요건은 이미 다 갖추어지지 않았습니까.

국세청장님, 불법정치자금 과세가 이루어지고 나면 국세청은 잠시 정치권과 껄끄러운 관계가 될지 모르지만, 불법정치자금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세청은 수많은 성실납세자들의 신의를 잃을 것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지금 국세청은 단지 몇백억 원의 세수를 포기할까 말까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공평과세가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정문영 드림.

정문영(회계사, 조세개혁센터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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