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을 옹호하는 법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불법정치자금 과세촉구 연속공개서한 ③ : 재경부장관 앞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는 지난 해 4월부터 상속증여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정치자금법 등에 근거하여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과세를 촉구해왔으며, 지난 2월 11일부터 다가오는 3월 3일 납세자의날까지 ‘불법정치자금 과세촉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참여연대는 국세청장과 재경부장관 앞으로 과세촉구 연속공개서한을 보내고 있으며, 그 세 번째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실행위원 박용대 변호사가 오늘(25일) 재경부장관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냅니다.

이헌재 장관님께.

먼저 늦었지만 경제팀 수장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시장과 언론에서는 칠흑 같은 경제현실에 방향등을 제시해 줄 분이 수장이 되었다며 잔뜩 기대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주신 장관님의 원칙에 따른 강한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이겠지요. 우리 살림살이가 나아져 주변에 있는 분들이 환한 웃음을 짓는 날들이 많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대를 걸어 보겠습니다.

장관님, 산적해 있는 문제가 많겠지만 오늘은 세금 문제를 이야기 드리려고 합니다. 참여연대에서는 지난 2003년 4월부터 권력형 부정부패에 대한 과세촉구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과세당국은 권력층에 대해 그 과세요건 사실이 신문 1면에까지 보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아니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힘있는 자와 힘없는 자에 대해 서로 다른 잣대를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할 정도였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을 수 있는 것입니다. 권력을 지닌 사람이, 여론을 주도해 가는 지배층이 스스로 투명해지고 법을 지킬 때만이 아랫물도 자연히 그 윗물의 맑음을 이어받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권력층에 대한 사심없는 과세처분이 있을 때만이 과세당국은 탈세를 하는 자들에게 더욱 떳떳한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윗물의 부정을 막고 투명성 있는 사회를 위해 권력층 부정부패에 대한 과세촉구운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불법대선자금 수사는 막연한 추측을 분명한 현실로 우리 눈앞에 보여주었고, 그 실상은 놀라움 자체였습니다. 한 때 대법관을 지내고 존경받았던 분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정당이 대기업으로부터 엄청난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은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그 수법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수법으로 말입니다.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해 법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통한 처벌이 뒤따르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들이 증여 받은 자금에 대한 세금납부 문제입니다. 정당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지요. 우리 세법은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한 정당에 대해서는 과세하도록 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당과 야당의 구별이 있을 수도 없습니다.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6조 제3호는 정당이 증여 받은 재산의 가액에 관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을 근거로 재경부와 국세청은 현재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정당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며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 규정을 어떻게 재경부와 국세청처럼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위 상증법 규정은 비과세의 혜택을 준 규정입니다. 그런데 법은 불법을 옹호하지는 않습니다. 법률은 불법적인 행위에까지 혜택을 주는 규정을 마련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불법적인 정치자금에 대해서도 비과세혜택을 주는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인지요?

위 상증법 규정 자체만으로도 재경부와 국세청처럼 해석할 수 없는 것이지만 정치자금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의 명문 규정을 고려해 보면 도저히 그와 같은 해석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정치자금법 제27조 및 조세특례제한법 제76조 제2항은 명백히 정치자금법에 의한 적법한 정치자금에 관해서만 증여세를 비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명백한 문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상증법 제46조 제3호를 불법적인 정치자금도 포함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할 뿐입니다.

현재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정당에 대한 처벌이 아닙니다. 법에 규정된 대로의 적법한 과세처분을 하라는 것일 뿐입니다. 납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국세청의 처분은 그 납세자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정당이라는 이유로 달라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닐까요?

요즘 어디서든 투명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탈세의 근절이 없으면 투명성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지도층들은 자신이 탈세를 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탈세만을 탓하고 있을 뿐입니다. 고의적으로 탈세를 하든, 무지로 탈세를 하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탈세행위의 불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그들에게 탈세행위를 했다는 것을 명백히 선언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과세해 온 적이 없다는 것이 과세를 가로막는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잘못된 사실을 알았을 때 바로 시정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요? 그것도 법에 정한 적법한 과세처분을 하라고 하는 것이지 새로운 법을 만들어 과세를 하라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말이 다소 길어졌습니다.

장관님, 정당에 대한 과세처분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당 또한 헌법에서 정한 납세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력자가 아님을 법이 선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선언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주시는 결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장관님의 원칙과 법에 따른 단호하고 신속한 결단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박용대 드림.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실행위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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