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개혁센터 칼럼(ta) 2008-08-27   3224

[시민경제교실]세금감면과 산타클로스 선물

세금감면과 산타클로스 선물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간사 이상민

세금감면은 산타클로스 선물?

사무실 근처 내가 가끔 가는 카페 창가에는 크리스마스 조형물이 있어 환하게 빛을 발하는 산타클로스 썰매를 쳐다보게 된다.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산타클로스의 선물보따리를 보면 왠지 들뜬 기분이 되기도 하지만, 역시 크리스마스 시즌 이후의 산타클로스는 좀 생뚱맞아 보인다.

산타클로스의 넉넉함과는 정 반대의 이미지를 풍기는 ‘조세정책’에도 최근 산타클로스 선물과 같은 정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이익금에 부과되는 세금인 법인세를 깎아준다고 하고, 6억원 이상 주택 등에 부과되는 세금인 종합부동산세를 깎아준다고 한다. 상속세 최고세율도 낮춰주고, 집이나 토지 등을 팔 때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금인 양도소득세도 낮춰준다고 한다. 이러한 세금 감면 정책은 점점 더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는 최근 경제상황에서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느라 더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도와주는 산타클로스 선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란’ 책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 날 산타클로스가 전 지구에 살고 있는 약 4억여 명의 어린이에게 선물을 나눠주려면 1초에 1,434가구를 방문해야 한다고 한다. 즉 지붕 근처에 썰매를 주차하고, 선물을 주는 과정을 단 0.0007초 만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산타클로스가 그 와중에 착한 아이와 우는 아이를 구별해서 적합한 선물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럼 과연 세금감면이라는 선물은 적재적소에 잘 배달 될 수 있을까? 18대 국회는 꾸려진 지 불과 3달도 채 지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며칠 전에야 겨우 원 구성에 합의했다. 그에 비해 정기국회도 아직 개원하지 않은 지금까지 세금 감면 법안만 벌써 40건이 넘게 발의된 것을 보면 세금감면이라는 선물을 주는 국회의원님들도 산타클로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바쁘리라 짐작이 된다. 이토록 급하게 발의되는 법안들을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서민계층과 부유층을 구별해서 적합한 선물을 주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서민층의 혜택은 물론 경기 활성화와 아무 상관없는 세금감면 법안

(1) 종합부동산세 감면은 상위 2% 부자만을 위한 것
18대 국회제출법안 제1호는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발의한 종합부동산세 개정법안이다. 이 의원은 제1호 법안을 제출하려고 전날 밤부터 8시간이나 국회 의안과 사무실 앞에서 밤을 지새워서 제1호의 영광을 얻었다고 하는데 이는 1세대 1주택 종부세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는 종부세가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과정에서 도입된, 보유한 자산의 정당한 가치에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투기한 사람에게만 징벌적으로 과세하는 세금으로 오해한 것이다. 무엇보다 전체 가구의 2%에만 해당하는 세금인 만큼 98%의 서민과는 상관이 없다.

(2) 투자증대와 소비 진작 효과가 의심스러운 법인세 감면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가장 중점적으로 처리하려 하는 법인세 인하 방침도 투자활성화나 소비 진작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투자할 돈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현금보유액는 넘쳐나고 부채비율도 매우 낮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법인세를 줄였을 때의 투자증대 등의 장점은 불확실한데 반해 세수감소 등의 단점은 예견되는 일이다. 또한, 만약 내수 경기를 살리고자 소비 진작이 필요하다면 법인세 인하로 줄어들 세수를 재정사업으로 돌리는 것이 소비를 진작하는 더 직접적인 효과가 되는 것이다.

(3) 상위 0.7%만을 위한 상속세 감면
우리나라의 복잡한 세율을 외우지 못하는 대부분 사람도 부가가치세가 10%라는 것과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라는 것 두 가지 정도는 보통 알고 있다. 물론 부가가치세가 10%라는 것은 실제로 내가 1,000원 짜리 물건을 사면 그것의 10%인 100원을 세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내가 부모님한테 1억을 상속받았을 때에는 과연 5000만원을 상속세로 내야 할까? 정답은 ‘내야 할 상속세는 한 푼도 없다.’이다.
 상속세는 기초공제 2억원, 배우자 상속공제 5억원, 자녀공제, 일괄공제, 금융자산 공제 등 많은 공제제도가 있기에 십 수억 정도 재산을 상속할 때조차 상속세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2006년 기준 부모사망 등 상속 요인이 발생한 사람 중 단 2,221명, 불과 0.7%만 상속세를 납부했을 뿐이다. ‘상속세를 내리면 나에게도 혜택이 오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99.3%는 어차피 상속세를 납부할 일이 없었다.

(4) 하위 50%에게는 전혀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소득세 감면
 주변에 있는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들이 흔히 세금이 많아서 못살겠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갑종근로소득세를 내는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절반과 종합소득세를 내는 자영업자의 절반은 1년에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소득 하위 약 50%는 수입이 과세표준 금액 미달이어서 나중에 연말정산까지 하고 나면 결국 내는 세금이 없게 된다. 그럼 심리적으로는 많이 내는 것처럼 여겨지는 세금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을 지출하면서 세금을 많이 낸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세금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혜택이 돌아오는 보험인 것이다. 그래도 수도요금, 전기요금을 내면서 수도세, 전기세가 많다고 표현하는 것보단 좀 낫다고 해야 하나? 하긴 내 옆집 사람은 아파트 관리비를 내면서 세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투덜거리기도 하니 말이다.
 결국, 소득세를 내린다 하더라도 현재 세금을 내고 있지 않은 하위 50%에게는 전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각종 공제제도를 통해 세금을 깎아 준다는 것도 물론 기존에 세금을 내던 사람만(세금을 많이 낼 만큼 소득이 많은 사람만) 혜택을 보는 것이다.

(5) 지금도 1세대 1주택은 비과세인 양도소득세를 또 내린다고?
 양도세가 많아서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판다고 한다. 마치 양도세는 집을 팔 때 내는 세금인 것 같다. 그러나 양도세의 풀 네임은 양도소득세다. 즉 양도시 소득이 발생했을 때만 내는 소득세의 일종이지 양도 자체에 발생하는 거래세가 아니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 세법에는 1세대 1주택은 양도소득세가 비과세이다. 즉 집을 팔아서 소득이 발생해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대원칙을 깨고 양도소득세를 면세해 주고 있다. 현재도 1세대 2주택 이상의 양도차익과 6억원 이상 고급주택의 그 6억원 초과분에서 발생한 이득에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물론 이는 대다수의 1세대 1주택 서민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국가재정은 한쪽에서 감면해 주면 다른 쪽 누군가는 보충해 주어야 하는 것

산타클로스의 선물이나 세금감면이라는 선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사실 아무리 받아도 부족하다.) 그러나 산타클로스의 선물은 실제로는 엄마 아빠가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성인이라면, 내가 세금감면이란 선물을 받으면 다른 한쪽에선 누군가 선물의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세금감면은 산타클로스 선물처럼 공짜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정확한 효과분석은 물론 줄어들 세수 추계조차 없는 선심성의 세금감면 정책은 철 지난 크리스마스 조형물만큼이나 생뚱맞아 보인다.

# 이글은 고려대학교 대학원 학보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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