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개발·군비 아닌 복지국가 단계적 이행위한 재정전략 세워야

부자감세 철회하고 지방재정 독립성 존중하는 세제·재정운용해야

 

지난해 6월 지방선거는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사업의 타당성이나 재정마련 방안, 국민과의 소통과 합의 없이도 22조 원 규모의 초대형 국책사업인 4대강 공사를 강행했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비판은 친환경무상급식이라는 보편적 복지를 선택했다. 토건이나 개발이 아닌 보편적 복지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이같은 요구는 표심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치권에 즉각 수용되어 복지국가론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자타에 의해 차기 대권후보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복지국가 구상은 보편적 복지국가로의 이행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여론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는 달리, 내년까지 임기가 보장돼있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기조는 거의 변화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1972년 4대강 유역의 수자원 개발을 포함한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는 토건개발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정부는 3년간 총 사업비 22조 원이 소요되는 4대강 공사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지천정비에 또다시 총 20조 원 규모의 재정지출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토의 25%에 달하는 구역을 친수구역특별법상 친수개발지역으로 지정함으로써, 생태계·환경파괴와 수질오염에 대한 각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내년이면 임기가 만료되는 MB정부가 파괴된 생태계와 환경, 대대로 갚아야 할 빚더미를 후대에 남겨줄 것이라는 부정적 여론조차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예비비로 소요될 각종 파병예산까지 포함하면 32조 원에 육박하는 2011년 국방예산에 대해서도, 엄청난 군비지출이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하기 보다는 군사적 긴장과 무장갈등 가능성을 높이고, 군비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1년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1년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가 열리고 있다.

 

참여연대는 내년도 예산안의 기조와 재원배분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5년간의 중기재정운용 방향을 수립하는 2011년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 개최를 앞두고, 국가재정운용에 대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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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운용에 대한 참여연대 의견

2011. 4. 22

토건·개발사업, 군비 아닌 복지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보편적 복지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세계적인 기후이상과 원자재가 인상 등 외부적·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국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치솟고 있는 국내소비자물가 등으로 인해 평범한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 사회경제적 지원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저소득층의 고달픔이야 두말 할 나위없는 상황에서, 일부 토건세력과 건설사들에게 대다수 혜택이 돌아가는 토건 사업이나 개발 사업에 지속적으로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공사에 투입한 22조 원의 타당성과 효과에 대한 아무런 검증없이 지천정비에 추가로 20조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토건 사업이나 개발 사업이 아닌, 주거, 교육, 보육, 의료, 노후와 같은 기본적 생활보장을 강화하는 보편적 복지사회로의 이행을 전제로 한 단계적 재정정책을 수립하고 국가재원을 배분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재정전략회의에서 ‘일자리를 통한 빈곤해소’라는 정책적 목표를 수립함으로써 사실상 복지재정 확대 논의를 사전 차단했다. 그러나 올해 4월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임금근로자 1670만 9천 명 중 월급이 100만~200만 원 미만인 근로자가 669만 6천 명으로 가장 높은 40.1%를 차지했고, 100만 원 미만 임금근로자도 16.0%(267만 3천 명)로 확인됐다. ‘일자리를 통한 빈곤해소’라는 재정전략상 정책목표가 달성되기에는 터무니없는 저임금의 질나쁜 일자리가 많음을 보여주는 이번 결과는, 실제 빈곤해소를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말로만 빈곤해소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재정배분으로 정부의 의지를 드러내야 할 때이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는 조만간에 세금 부담 능력이 있는 인구수가 급감하는 반면, 노후복지 비용 수요는 급증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인구분포도 변화가 세입구조와 재정배분에 끼칠 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이번 국무회의 재정전략회의에서는 당장 눈앞의 이해나 보여주기식 성과가 아닌 지속가능한 한국사회, 복지국가로의 이행을 위한 단계별 재정운용안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분야가 바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국방예산이다. 2011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6.2% 증가해 31.4조 원에 달하고 있는데, 예비비로 소요될 각종 파병예산을 포함하면 32조 원에 육박한다. 2000년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규모이다. 그 결과 한국은 군사비 지출 세계 12위(2009년), 인도에 이어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함께 무기수입 2위(2006-2010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군비지출이 평화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엄청난 군비지출이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하기보다는 군사적 긴장과 무장갈등 가능성을 높이고 군비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방예산의 동결과 축소는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끊고, 대신 필수적인 복지 재원을 확보하는 데 있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군사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상호신뢰 구축과 군비통제를 통해 평화적인 해결을 우선적으로 도모하고, 국방예산에 대한 엄격한 타당성 검토와 효율적인 예산집행으로도 적지 않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미 각국 정부가 군비지출 규모를 줄여 시민의 우선순위에 따라 복지재원을 확보하려는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MB정부 들어 추진된 각종 부자감세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MB정부는 집권초기부터 하방침투효과(Trickle-down effect)에 의한 경제활성화를 주창하며 금융자산 및 부동산 보유자와 고소득층, 재벌·대기업에 세제특혜선물을 안겼다. 대표적 부자세금으로 지목됐던 종합부동산세의 사실상 폐지,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 구간 조정 및 일률적 세율 인하, 부동산 경기 침체를 이유로 한 다주택자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의 한시적 폐지, 대기업에 대부분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확인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포함한 각종 비과세감면제도 일몰 적용 및 폐지 입장의 철회 등 지난 3년 동안 부자감세정책을 더해왔다. 부자감세로 인한 세입 축소와 더불어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및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취한 확장적 재정지출정책은 국가재정 건전성에 대한 논란과 우려를 자초했으며 한때, 부족한 세입확충을 위해 담배세와 주세를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며 부자들에게 깍아준 세금을 납세자 일동이 메워주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에 부딪치기도 했다.

 

국가재정운용의 근간이 되는 세제정책에서의 이같은 불평등성은 자칫 탈·편법을 통한 세금탈루를 부추기고, 나아가 납세거부 정서의 확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지경에 달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납세의식 추이: 제2차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박명호, 『월간 재정포럼』2011년 2월호)에 따르면, 현행 조세제도가 소득수준을 잘 반영한 공평한 시스템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4.3%에 불과하였고, 64.4%가 고소득층에 유리한 시스템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산층 및 저소득층에 유리한 시스템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4.9%, 3.0%에 지나지 않았다. 조세형평성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지 않고서, 정부가 발표한 조세정의 실현방안(2011. 3. 22)의 주요한 내용인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원관리 강화나 성실납세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 등이 실효성을 갖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이런 면에서 2012년 시행예정인 법인세의 최고세율구간 인하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하며 각종 비과세감면혜택 또한 철저한 검토과정을 거쳐 최소화해야 한다. 지난 3월 29일 조승수 의원(진보신당)이 2008~2010년 국세통계연보에 나온 ‘법인세 세액공제 및 세액감면 신고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법인세 세액공제 총액은 2007년 4조 1110억 원에서 2009년에 5조 1477억 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중소기업의 세액공제 비중은 21.3%에서 19.4%로 줄어들었다. 반면에 대기업의 비중은 2007년 78.7%에서 2009년에 80.6%로 높아졌다. 특히 기업의 설비투자금액 중 7%를 세액공제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의 경우 2009년 공제총액 1조 9418억 원 가운데 87.4%가 대기업 몫이었다. 이는 2007년의 84.2%에 견줘 3%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한 지난 19일 이정희 의원이 발표한 자료(‘법인세 감면이 재벌기업 실효세율에 미치는 영향’, 2011. 4. 19)에 따르면,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중소기업보다 높으나 자산 5000억 원을 초과하는 재벌기업의 실효세율은 대기업의 실효세율 평균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 실효세율 15.3%, 대기업 21%, 재벌기업 19.7%). 이정희 의원은 그 이유로 전국 42만개 기업 중 단 678개 기업(상위 0.16%)이 전체 조세감면 혜택의 51%를 가져가는 등 재벌기업에 비과세 감면 혜택이 집중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정희 의원에 따르면, 2008년 법인세법 개정으로 ’08~’09년도 2억원 초과 기업의 적용세율이 25% → 22%로 낮아졌는데, 산출세액 대비 법인세 감면액 비율(조세감면액 비율)은 ’08~’09년도 15.1% → 16.9%로 오히려 증가했고, 5000억 원을 초과하는 재벌기업에서는 ’08~’09년도 17.3% → 21.6%로 급증해 사실상 기업에 대한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이 재벌기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한겨레21(2011.04.18 제856호)』이 자산기준 상위 10대그룹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0년 사이 대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평균 1.08명에서 0.84명으로 줄었으며,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 역시 2007년 10.8%에서 2010년 8.8%로 하락했다. 즉,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게 되면, 재벌·대기업의 투자가 촉진되어 경기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일자리가 창출돼 감세 혜택이 대기업에만 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현실에서 전혀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감세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더 이상 없어진 상황에서, 정부는 예정된 법인세 최고세율구간 인하를 반드시 철회해야 할 것이다.

 

2008년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방식 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소급적용과 주거 목적의 1주택 장기 보유자 등에 대한 공제, 과세구간 및 세율, 과세기준 금액 9억 원으로 인상 등으로 인해 또 다른 대표적인 부자세금인 종부세 수입은 2008년 2조 3280억 원(법인포함 과세인원 41만2천 명), 2009년 9677억 원(법인포함 과세인원 21만2천 명)으로 크게 감소했다(2010년 국세통계연보, 2010. 12. 20). 특히, 종부세는 세액 전부가 지방자치단체로 교부돼 지방정부 재정의 중요한 축이 되는 세금이었던 바, 정부는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는 대신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도입하고, 예비비를 추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세수를 보전해왔다. 지방정부의 고유한 재원을 없애는 대신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성을 높여온 셈이다.

독단적인 세제개편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운용 및 행정자치의 독립성을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또다시 정부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명분으로 올해 한시적으로 취득세 50% 인하라는 감세카드를 들고 나왔다. 2009년을 기준으로 지방 시·도 세수의 30.5%에 달하는 취득세(2009년 당시 취득세와 등록세로 나누어 과세되었으나 2010년 취득세로 통합, 13조 7752억 원, 2010년 지방세정연감)를 반토막내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사전 협의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득세 50% 감면혜택에 대해 지자체의 반발이 빗발치자 정부는 부족한 세입만큼 발행한 지방채를 전액매수하고, 이자비용까지 보전해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지방정부의 독립적 재정운용과 행정자치를 침해하는 또 하나의 중앙집권적 발상일 뿐 아니라 부자감세정책인 것이다. 지자체 재정과 운영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정책지원은 커녕 지방채 발행의 책임을 지고 있는 지방의회의 권한을 무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며 중앙정부의 부자감세기조로 지방정부의 빚을 늘인 셈이다. 결국 아랫돌 빼어 윗돌 괴는 무책임한 정책이 재연된 것이다. 백번 양보하여 거래세 인하를 통해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방향이라면 부동산 세제의 이면에 해당하는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고, 사실상 폐지된 종부세도 본래 목적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 

정부는 재정전략회의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는 재정배분에 대한 국민 의견 청취 절차를 공식화해 이를 예산안 심사에 반영해야 한다

 

그동안 매년 1회 대통령 이하 모든 국무위원이 모여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다음해 예산안의 재원배분원칙을 합의하고, 향후 5년 장기재정운용방향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왔다. 국정운영과 정책의 방향이 국가재정 배분으로 구체화되는 매우 중요한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재정전략회의 결과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는다. 짧은 청와대 브리핑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들이 오갔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국가재정운용의 독립성과 효율성,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일정하게 비밀유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에 의해 예결산 심의권이 부여돼있는 국회에는 재정전략회의이후 즉시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국회 예결특위는 이 보고를 바탕으로 국가재정배분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확인하고, 수렴하는 절차를 공식화하고, 예산안 심사에서 이를 적절하게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MB정부가 들어선 이래 이미 세 번이나 예산안이 날치기 통과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도 못하는 국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자로,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할 의무가 있는 국회가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 대해 더 이상 뒷짐지지 않고, 그 결과를 보고받는 것에서부터 실질적으로 예산심사가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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